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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 덕분입니다 -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2023-22 《은혜씨 덕분입니다(글·그림 장차현실/한겨레출판)》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화려한 배역들로 관심을 끌었다가 극의 이야기로 감동을 주었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한지민씨가 연기한 영옥의 언니 영희 역할을 해낸 정은혜씨. (장애인이 장애인의 연기를 하는 드라마는 봤어도 장애인이 직접 연기하는 것을 본 경험이 드문 현실에서) 발달장애인이 배우로 연기를 펼친 드라마를 본 기억이 없는 나는 일종의 충격(?)을 먹었다.
언론을 통해 정은혜씨가 캐리커처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번에는 정은혜 작가를 키운 엄마 장차현실 작가의 책을 보게 되었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나온 작가님이 싱글맘으로, 발달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며 경험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책에는 젊고 건강한 30대 엄마, 사랑스럽고 예쁜 어린 은혜가 있다. 아직 꿈 많고 젊은 엄마는 은혜의 장애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자신을 포기 못 해 헤매며 길을 찾는다. 이는 벼락치기 공부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커가며 세상과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나를 덜어내기도 하고 단단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과 풀지 못한 고통도 그만큼 자랐다. -<프롤로그> 중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는 저절로 뚝딱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들은 다 안다. 하물며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일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눈물이 필요할까? 장애를 가진 아이도 똑같은 아이이고 자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아이가 비장애아라는 것에 감사기도 하는 나는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은혜를 만나게 됐을 때의 느낌을 저자는 놀이공원의 청룡 열차가 고지를 향해 올라가다 갑자기 뒤로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친구나 가족들의 충격 그리고 엄마인 저자의 충격. 그 속에서 아이와 함께 세상으로 나가기로 결심한 저자.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는 도전을 선택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고통과 고생 그리고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함께 그려낸다. 자녀가 가진 장애 너머의 빛나는 가치를 꺼뜨리지 않고 잘 이끌어낸 엄마의 수행으로, 딸은 이제 엄마를 위로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친구가 되었다.
자식 셋을 키우며 깨달은 것은 내 아이라고 꼭 내 뜻대로만 키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이의 삶의 주인은 바로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성장한 아이일수록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 되었다.

난 이 작은 여자가 자기 자신이 여자라는 게 좋고 따뜻한 능력을 소유하며 스스로 선택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선택한 기쁜 성을 누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부당한 것에 맞부딪혀 싸울 줄 아는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난 나 자신도 그렇게 단련하고, 아이에게 단비를 내려주는 좋은 엄마이고 싶다. -<단비> 중에서
이 책에는 장차현실님의 10~18컷의 그림 에세이와 함께, 은혜가 3개월 무렵에 썼던 <은혜의 성장 일기>부터 여덟 편의 성장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아이의 성장뿐 아니라 엄마도 성장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비장애아를 키워도 부모의 액세서리로 키워진 자녀와 자녀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부모와 함께 성장한 자녀는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부모의 뜻대로만 자식을 키우다 보면 결국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 아닌 부모의 것이 되고 만다. 그 힘든 시간 장차현실님은 정은혜라는 발달장애아를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작가로 키워낸 것이다.
그러나 모녀는, 여전히 장애인을 낯설 게 바라보는 시선들과 여전히 전투 중이다.
만화로 된 한 권의 책을 읽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 장차현실님과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은혜씨의 이야기는 한참 동안 가슴에 남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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