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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2022-83 《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이란주 글 / 순심 그림 / 한겨레출판)》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에는 다른 나라에서 오신 결혼이주민들이 많다. 농촌 총각과 결혼해서 우리나라에 온 것이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나 우즈베키스탄 출신들이 많다. 한참 깻잎을 수확할 때면 친정 식구들까지 와서 체류하며 일손도 돕고 집안일도 돕곤 한다.
내가 접하는 이주민들은 이렇게 결혼을 위해 입국한 이주민이거나 인근 농공단지에 일하러 들어온 외국인노동자들이다. 우리나라에 희망을 품고 찾아온 손님이자 우리의 이웃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채널들이 있다. 우리의 문화를 소개하며 ‘엄지척’을 날리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올라간다. 그러나 영상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아름답고 세련된 우리 사회의 모습과는 다른 차별을 받고 무시당하는 이주민의 모습이 분명 존재한다. 두 얼굴의 사나이 같은 우리 모습이 너무 슬프다. 아무리 고개를 돌리고 못 본 척해도 우리 사회의 한구석에서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이주민들이 있다. 그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 나라를 빼앗기고 다른 나라로 도망치듯 이주해서 살았던 선조들의 이야기. 광복 이후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로 파송된 우리의 형님과 누이들. 미국으로 이민 가서 뼈 빠지게 고생한 이야기. 모두 내 나라에 살 형편이 되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가 힘들 때 따뜻하게 손 내밀어주었던 기억은 잊지 못한다. 우리가 이제는 그 손길을 내밀 때다.

이 책에는 결혼이주민과 이주노동자 외에도 다양한 이주민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주민 자녀 1.5세와 2세 혹은 그 뒤 세대, 어린 손주를 돌보고 있는 노년의 이주민, 미등록 이주민과 그 자녀, 귀화인, 난민, 이주민 자영업자, 이주민 운동가, 한국 생활을 마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 귀환 이주자 등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의 이주민의 목소리가 소개된다.
학교를 옮기게 되면 적응하는 데 한참이 걸린다. 그런데 전학이 아니라 청소년기에 우리나라로 입국한 이주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살펴야 할 점들이 어마어마하다. 어디서 태어나 몇 살까지 어디서 누구와 살았는지, 모어는 무엇이고 한국어를 얼마나 하는지, 체류자격은 무엇인지, 이주해 온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에서 누구와 살고 있는지, 향후 어디에서 주로 살게 될 것인지, 경제 사정과 보호자의 입장은 어떠한지 잘 살펴야 한다. 이주 청소년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응하게 된다.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살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 문제도 심각하다.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이 마련되고 국내에서 태어나 15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고, 국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교에 다니거나 고교를 졸업한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아주 좁은 구제 방안만이 존재한다. 체류자격이 없다고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들이 있다.

이주노동자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사업장 이동금지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의 노동과 생활환경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가족 동반을 허용하거나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휴식 시간과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인종차별을 하지 말아야 한다. -<2장 함께 일하다> 중에서
다원화된 사회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 존중받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공동체에는 들어올 수 없다고 가시울타리는 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건강한 시민의 모습도 아니고 성숙한 국가의 모습도 아니다.

다른 나라 사람을 차별하라고 반만년의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한 것은 아니다.
단일민족국가는 이제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다. 우리의 역사가 그래왔다고 앞으로도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타당하지도 유익하지도 않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사람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이민자 유입을 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에 대한 모든 차별을 철폐해야만 한다. 정중하게 초대하고 진심으로 환대해야 한다.
중국에 살 때는 조선족인 것이 자랑스러웠는데, 한국에서는 부끄러워졌다는 아이의 고백이 아프게 들린다. 대중매체에 영향을 받은 조선족에 대한 선입견.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모두 혐오에 기인한다. 다른 나라의 인종차별과 비하, 혐오에는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정작 우리의 인종차별과 이주민에 대한 비하, 혐오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 사회에 진입하면서 인권과 문화다양성 감수성을 높이고 세계시민 정체성을 갖추어야 한다. 호혜주의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내가 하지 싫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쉬운 이야기다.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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