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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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4 직면하는 마음(권성민 지음/한겨레출판)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책날개에 붙은 저자의 사진을 보고 고개를 갸웃! ‘권성민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긴 머리에 고운 피부를 가진 분의 사진이 딱! 웹 검색을 통해 긴 머리 남성인 저자를 확인하였다.

나영석 PD나 김태호 PD로 대표되는 예능PD의 생활과 고민은 무엇일까?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 분야에도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MZ세대의 영향력도 커지는 등 방송환경도 너무나 많이 변했다.

이러한 변화에 저자는 새로운 매체로의 이직과 독특한 프로그램 연출이라는 도전으로 대응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예능 PD 전체의 이야기가 아님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에서 저자의 성정이 엿보인다. 공중파가 다르고, 디지털 매체가 다르고, MBC가 다르고, KBS가 다르고. 10년 차 예능 PD가 풀어놓는 인생 이야기, 일 이야기를 읽다 보니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배우 문소리와 여성 아이돌 네 명과 남자 배우 한 명이 다섯 할머니와 함께 문해 학교에 다니며 한글을 깨치는 내용의 <가시나들>로 첫 기획·연출을 했다는 저자. 그 프로그램은 방학마다 찾아갔던 아버지 고향 동네를 배경으로 해서 재미와 함께 반갑게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세대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른 시골 할머니와 어린 연예인과의 케미와 시골 생활 그리고 문해교육.

일요일 저녁 시간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낮은 시정률로 <가시나들>이 파일럿으로 마감했지만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었다. PD를 책으로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비루하고 궁색하더라도 결과물이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어떻게든 한번 완성해보면 두 번째는 약간 더 할 만하다. 그때 더 괜찮은 걸 만들면 되지. 그렇게 지금 손에 쥔 것들만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래서 뭐라도 남기며 전진하는 것. 그게 이 일이 나에게 알려준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체가 있다면 디디고 나아갈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그다음은?> 중에서

 

요즘 샐러리맨들의 복장이 매우 자유로워졌지만, 방송국 사람들만큼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방송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트렌드는 자신들의 생각과 복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멋대로인 옷차림으로 제멋대로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일하기에 편안한 복장으로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동안이 많고, 철없는 어른이 많다는 저자의 이야기.

 

산업화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테일러리즘. 효율성의 상징인 테일러주의는 작업을 잘게 쪼개서 업무를 표준화, 전문화하고 규칙과 절차를 강조한다. 반면에 저자가 하는 방송사 예능의 제작 방식은 테일러주의와 완전 반대의 모습이다. 오로지 PD 한 명이 그 자체로 시스템이 되어버린다. 거의 주먹구구식으로 체계도 없어 보인다.

방송 제작 현장은 이야기와 사람을 다루는 곳인 만큼 모든 것이 변수이다. 심지어 예능에서는 쓰인 대로 읽는 대본도 없다. 방송 시간은 정해져 있고 지체할 시간은 없다. PD는 매 순간 시스템 없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TV로 편안하게만 보던 예능프로그램의 제작 시스템과 PD의 역할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치열하게 제작되는 현장의 긴장감이 전달되는 듯했다.

 

<스우파>의 춤이든 <슈스케>의 노래든 만화든 방송이든 책이든, 내 마음과 목소리를 불어넣은 것을 사람들 앞에 내놓는 일은 매번 새로운 인정 앞에 서는 일이다. 궤도에 이미 올라선 것 같아 보이는 이들도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한다. 한참 찍고 편집할 때는 나의 부족함에 치를 떨다가도, 자고 일어나서 다음 날 보면 또 ? 괜찮은데?’ 하면서 우쭐해진다. 꼭 내 작품이 아니더라도 내 눈에는 최고의 명작인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 같을 때도 있고, 반대로 승승장구하는 어떤 작품에는 별로 동의가 안 될 때도 많다. 대중의 인정을 애타게 원하다가도 모른 척 등지고 싶기도 하다. 대중의 평가를 받는 창작자로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대중혐오와 자기혐오 사이를 줄 타듯 오가며 널뛰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인정이 필요하다> 중에서

 

저자는 2020년 카카오TV로 이직하여 김이나 작사가와 함께 <톡이나 할까?>를 만들었다. 모바일 매체의 특성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저자의 목표였다.

그가 주목한 특징, 세로형 화면과 카카오톡.

게스트와 마주앉아 말없이 스마트폰 카톡으로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로그램, <톡이나 할까?>. 인터뷰 대신 카톡으로 하는 톡터뷰’.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주보고. 저자는 인터뷰를 상대를 경청하는 태도를 넘어, 결국 자신이 찍고 이야기할 세상을 마주보는 기술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게스트의 이야기이자 PD의 이야기.

 

<톡이나 할까?>를 통해 문자가 갖는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미세한 감정, 격정적인 감정, 그 밖에 직접 목소리로 말하기 어려운 어떤 이야기들도 문자로는 부담이 줄어든다. 예의를 갖추던 상대에게 조금 쑥스럽지만 농담을 툭 던지고 싶을 때도 그렇다. 말로 하려면 적당한 톤과 표정까지 자연스럽게 동원할 수 있어야겠지만 글자로는 훨씬 쉽다. 이모티콘 하나 정도 붙여주면 더욱 쉬워지고. 때로 우리에겐 말하기의 다른 방법들이 필요하다.

 

일에 진심인 사람. 그 사람 어떻게 일하는지, 그의 고민은 어디를 향하는지를 들여다보았다. 세상의 변화와 매체의 변화 속에서 사람은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생활을 할지? 또 그걸 어떻게 이야기할지, 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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