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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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8 미술관 읽는 시간(정우철 지음/쌤앤파커스)

미술관의 피리 부는 남자정우철 도슨트가 사랑한 화가를 만나는 미술관

미술은 뜨거운 태양의 계절보다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에 더욱 어울리는 느낌이다. 우리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람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미술은 일상에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내는 매력적인 예술이다.

스토리 텔링이 있는 도슨트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저자가 이 가을에 꼽은 일곱 명의 화가가 있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도 알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화가와 그들의 대표 작품과 그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들의 인생과 인생만큼이나 남다른 의미를 가진 명작을 감상하며 멋진 가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환기미술관 /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 이중섭미술관 /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기념홀 / 이응노미술관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던 김환기는 일본 유학을 통해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지만, 진정한 예술가 김환기는 김환기의 뮤즈, 김향안을 만난 이후 탄생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우뚝 선 그는 새로운 도전으로 파리를 택한다. 그의 50년대 작품에는 한국의 자연이 반복되며 반추상의 스타일을 구상한다.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 예술가로 최고의 지위에 오르지만, 그는 뉴욕으로의 새로운 도전에 다시 오른다. 열악하고 궁핍한 작업 환경에서 그는 새로운 예술에 대한 실험을 완성한다.

아픔, 고뇌, 외로움, 집념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완전한 추상화 전면 점화를 향해 나아간다.

그의 추상화는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양식이 조화와 융합을 거쳐 완성되었다.

 

나는 붓을 놓아본 일이 없다.” 평생 소박하게 그림을 그린 그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죠. 일평생 붓을 놓지 않은 그는 유화 700여 점, 먹그림 100여 점, 매직 그림 83점 등을 남겼습니다. 그의 그림 속에서는 복잡하고 머리 아픈 내용이 없습니다. 시골 동네에서 아이들과 참새, 강아지며 송아지가 노닙니다. 순수한 어린아이의 동심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한 예술가 친구가 제게 해준 말이 생각나네요. 예술적 상상력을 잇기 위해서는 동심과 사랑, 이 두 가지를 잃으면 안 된다고요. 장욱진 화백의 그림에서는 이 두 가지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이 유독 좋은가 봅니다. -<장욱진미술관> 중에서

 

모든 것을 물방울로 용해시키고 투명하게 되돌려 보내기 위한 행위다. 노도 불안도 공포도

모든 것을 로 돌릴 때 우리들은 평안과 평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김창열

 

한국 근대 서양 화단의 대표 작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안타까운 삶을 살았던 이중섭 화백.

풍족한 어린 시절과 그림에 대한 재능 그리고 일본 유학과 사랑은 그 시절 화가들의 공통 레퍼토리다. 이중섭 화백도 이 길을 걸었지만, 그 깊이가 너무 깊었다. 그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순간은 국군 화물선을 타고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다시 제주도 서귀포로 피난 가서 보낸 1년뿐이다.

그의 대표작 <흰 소> 피골이 상접한 소의 가장 강렬한 포인트는 바로 모든 것을 꿰뚫는 눈빛이다. 소의 눈을 보면 참혹한 현실 속에서 뚫고 나가려는 삶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중섭 화백은 끝없는 역경과 고난에 굴하지 않고 헤쳐가는 본인의 모습을 소의 형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박수근

 

나혜석은 1935삼천리2월호에 자신의 유언 아닌 유언을 남겨두었는데요. 그의 삶을 공부한 이후 방문한 미술관에서 벽면에 적힌 이 글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사 남매 아이들아, 어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어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였더니라.” 스스로가 보수적인 시대에 희생되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앞서간 선각자 나혜석 화백. 결국 시대는 바뀌었고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그의 삶과 예술은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기념홀> 중에서

 

1958년 예술의 중심지 프랑스로 건너가 전통적인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화단의 인정을 받은 화가이자, 남북과 관련된 두 건의 큰 사건에 연루돼 금기 작가신세가 되었던 화가. 그래도 가장 중요하고 다행인 것은 그가 1980년대 이후부터는 다시 재평가받아 현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응노 화백은 동양의 미학을 놓지 않고 서양의 표현주의적 추상화를 흡수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10년간의 군상 작업은 힘든 세상 모두가 하나 되는 세상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는 세상을 바랐던 거죠. 저는 지금도 그의 작품 앞에 설 때면 그의 노력과 신념에 감탄합니다. -<이응노미술관> 중에서

 

예술은 흔히 어렵다고 한다. 인생도 어렵다. 그러나 아이들의 웃음에서 그 어려움이 녹아버리듯이, 예술도 어느 한순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포인트에서 예술이라는 단어의 장벽이 무너져버린다.

어느 학파라든가, 어느 사조라든가, 어떤 기법 등등 전문 분야에 관한 지식이 많은 분의 감상 폭이 더 넓을 것이다. 그러나 가슴에 꽂히는 한 작품만으로도 그의 인생은 여유가 생기고, 온기가 더해질 것이다.

 

문제는 예술을 접할 기회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여행이 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여행, 보고 싶었던 지인들과의 여행도 좋지만 내 삶에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새로운 감각을 개발하는 미술관으로의 여행은 어떨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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