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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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7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도우리 지음/한겨레출판)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큰아이가 스물여섯.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녀석이 잘 지내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다 큰 아이라 부모라도 꼬치꼬치 물어보기도 부담스럽다.

각종 매체가 설명하는 MZ세대의 특징을 주의 깊게 듣는 편이다. 우리 아이가 MZ세대이다 보니 아이를 이해하고 요즘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잘 챙겨 듣는다.

물론 MZ세대라는 이름으로 사람마다의 다양한 성격과 특징을 거론하는 것이 획일화라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 조심은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MZ세대의 생활을 들여보는 기분이 들었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그들의 생활. 다시 조심하지만, MZ세대 전체의 생활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고 읽어나갔다.

 

4차 산업혁명, 정보화 사회라는 말이 이젠 식상할 정도가 되었지만, 지금처럼 우리 생활 구석구석까지 그 영향이 미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거대정보기업의 IT 기술을 기반으로 마련된 플랫폼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저자는 중독으로 표현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식, 선택하는 콘텐츠가 모두 문화에 포함된다. 이 문화를 향유, 소비하는 방식이 과연 주체적일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로부터 받는 압력이 가장 큰 영역이 바로 이 문화일 것이다.

 

이 사회적 압력으로 선택하는 행위들과 내용들이 반복되어, 자동화된 선택으로 나의 주체성이 아스라이 가물거릴 때를 중독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주목하는 포인트가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또한 사회적 압력이 중독이라 해도, 자신의 취향과 일치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고 자신을 성장시켜나간다면 무슨 문제가 될까? 사회적 트렌드와 유행 그리고 IT 기술의 알고리즘에 꼼짝없이 붙잡혀버린 중독이라면 문제가 아닐까?

중독이 위험한 것은 자신이 중독임을 알고도 반복한다는 것.

 

단군 할아버지 이래 가장 스펙이 좋은 세대이면서 가장 힘들게 살고 있는 우리 아이 세대를 응원한다. ‘너희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편하게 살아라.’라는 말은 그 자체가 모순이 되어버렸다.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세상에 맞닥뜨린 젊은 세대의 대응은 갓생이다.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며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한 삶. 아침 기상에서부터 식사조절과 운동과 명상, 자기 계발 등 일상을 빠릿빠릿하게 조정하고 실행해나가는 실천 운동.

이전 세대의 자기 계발과는 차원이 다른 갓생의 기준에는 강력한 자본주의의 도움과 플랫폼을 통한 인정이 필수다.

갓생을 둘러싼 콘텐츠의 면면이 삶의 방식이라기보다 마케팅 산업에 더 가깝다는 것은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가 폭등의 시대에 1인 가구가 대부분인 MZ세대는 요리 대신 배민맛을 선택한다. 젊은 세대의 원초적 본능을 장악하고 있는 불닭앤카스맛, 스벅맛, 마늘주사맛을 이기는 대체재를 찾기란 이젠 어려워진 것이다. 그 맛들은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소망을 뭉개버리는 사회적 압력에서 도시 노동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강요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서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이제 멀고도 멀었던 옛날의 얘기가 되었다. 내 집 마련할 수 없어졌지만 인테리어는 어느 정도 손볼 수 있다. 누구나 집을 살 수는 없어도, 누구나 예쁜 집에 사는 건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으니까.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등장은 일종의 인테리어 문화혁명이었다. 이제 우리의 방은 인테리어 쇼핑몰 플랫폼 코너가 되었고, 각자는 그사이를 걸어 다니는 모델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오늘의집 슬로건에 숨은 말이 있었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예쁜 집에 살 수 있어(좋은 주거 환경은 보장되지 않지만).’

 

오피스 사수는 멸종하고 랜선 사수만 증식하는 시대에는 일몸들이 뻗을 자리가 사라지고, 일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그 몸살의 이름은 직장 내 괴롭힘 문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립된 채 몸살을 앓는 일몸들은 어떻게든 일머리를 키우기 위해 역설적으로 단절을 택하게 된다. -<랜선 사수 그 많던 사수는 누가 옮겼을까> 중에서

인간의 이름과 모습이 빠진 자리에 효율과 비용 절감이 자리한 지가 꽤 되었다. 초연결 사회로 불리는 우리의 직장 모습은 결국 각자도생으로 귀착되고 있다.

 

과학 기술이 가장 발달한 21세기 한복판에 사주와 타로점이 젊은 세대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놀랄 일이다. 불안과 위험을 느끼면 우리는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결정을 위임하려고 한다. 취업과 성공에 대한 불안과 위협이 가득한 서울, 젊음의 거리 한복판에 자리한 사주카페와 타로점 집은 스마트폰 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구성원이라도 각 세대의 특징은 다르다.

극단으로 달려 나가는 자본주의의 한복판. 끊임없이 부추기는 감정과 감각과 소비문화가 중독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본다. 이윤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자본주의의 극단에서 만나는 MZ세대의 불안한 속마음을 보는 기분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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