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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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유전자(니컬라 라이하니 지음/한빛비즈)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런던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진화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행동생태학자로 활동하는 주목받는 진화심리학자이다.

저자는 지구 생명의 역사를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며, 인류가 지구의 거의 모든 환경에서 겨우겨우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고 번성하게 된 요인으로 협력이 가진 막강한 힘을 증명한다. 분자 단계에서부터 유기체에 이르기까지 확인할 수 있는 협력의 과정을 통해 이기적 유전자를 뛰어넘는 협력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브라질에 서식하는 개미인 포렐리우스 푸실루스 일개미 중 개미굴로 돌아가지 않고 밖에 남는 일개미가 있다. 이들은 동료 개미들이 개미굴로 내려가기를 기다렸다가, 모래알 같은 갖가지 부스러기들을 끌어와 개미굴 입구를 감쪽같이 막아버린다. 보금자리로 들어갈 입구를 막았으니 이 일개미들은 자기네 살길도 막아버린 셈이다. 개미굴 밖에 남은 일개미는 마지막 극기를 발휘해서, 개미굴과 멀리 떨어진, 어둠이 내려앉은 사막으로 행군해 보호자의 임무를 충실히 완수하고 사라진다.

 

포렐리우스 푸실루스는 협력의 극단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일화부터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례 등 여러 사회적 행동을 이해하고자 할 때, 협력이 그 열쇠일 때가 많다. 협력은 부모가 자식을 보살피는지, 왜 자식이 어미를 죽이는 일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한다. 침팬지는 동료 침팬지를 제거하려 하는데, 왜 알락딱새는 동료를 돕는지, 왜 영장류 암컷에게만 폐경이 있어 손주를 볼 때쯤에는 새끼를 낳지 못하는지 같은, 전에는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문제도 협력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들어가며> 중에서

 

이기적 유전자란 책에서 소개된 유전자의 이기적 속성. 여기서 이기적이란 단어는 각 유전자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관심사가 있다는 뜻이다. 이들의 관심사란 바로 다음 세대에 반드시 발현하는 것이다.

진화는 개체 속 유전자들의 이익을 조율해 개체를 만든다. 그러므로 자신의 진화 행동 강령을 따르는 개체는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유전자의 행동 강령을 따르는 것과 같다. 이 등가성 덕분에 개체의 진화를 언제든 유전자 관점에서 다시 해석할 수 있으니, 마음 놓고 개체를 목표를 추구하는 행위자로 봐도 된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집단생활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안정된 집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특이한 현상이며 진화가 집단생활의 비용과 이익을 정교하게 평가하여 나타난 결과물이다. 우리는 사회뿐 아니라 가족이라는 안정된 집단도 이룬다.

아버지, 형제자매, 조부모 등으로 구성된 가족의 진화는 인간이 초협력하는 종의 길로 들어서는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2부 가족의 탄생> 중에서

 

인간 외에도 꼬리치레, 미어캣, 개코원숭이, 그리고 다른 흥미로운 종들이 협력을 이루고 있다. 협력은 다양한 일을 실행할 수 있게 한다. 협력하면 포식자가 있는지 파악하고, 둥지를 보호하고, 새끼들에게 음식과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가끔은 협력이 개체를 바꾸기도 한다. 더 나은 조력자가 되도록 개체에 되돌릴 수 없는 영원한 변화를 일으킨다. 선택받은 소수의 성공을 돕는 용도로만 쓰이는 경우가 생겨난다. 인간 사회는 불임으로 변모하는 개체에 아주 친근한 이름까지 붙였다. 바로 할머니.

 

초기 인류는 서로 힘을 합친 덕분에 자연이 던진 난관을 잘 극복했다. 식량과 물 부족, 위험한 포식자의 위협을 모두 협력으로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그 바람에 타인이 주요 위협으로 떠올랐다. 싸움의 상대는 더 이상 자연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 인간이었다.

이 상황에서 진화는 사회적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다. 지원을 얻을 사회관계망을 키우고 관리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친구 관계와 동맹을 주시할 줄 아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위협을 알아차려 피할 능력 말이다. 이런 위협 감지 체계가 잘 작동하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하면 우리 스스로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지구의 다른 어떤 종과도 달리 우리에게는 사회적 딜레마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능력이 있다. 우리는 자연이 던진 게임을 순순히 따르지 않고 규칙을 바꿀 줄 안다. 우리 앞에 놓인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려면 이런 능력들을 이용해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협력은 동화 속 마술 지팡이 같은 역할을 한다. 잘 사용하면 풍요를 안겨주지만 엉뚱한 손에 들어가거나 잘못 사용하면 파멸을 부른다. 우리 인류는 협력을 힘입어 여기까지 다다랐다. 하지만 우리가 협력을 잘 이용할 길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앞에 놓인 지구적 문제로 협력의 범위를 넓히지 못한다면, 우리가 이뤄낸 성공이 우리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 동화가 행복한 결말을 맞을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4부 남다른 유인원> 중에서

 

물리적 역량으로는 지속될 수 없는 개체였던 인간이 지구의 가장 강력한 지배자가 된 비밀은 바로 협력이 새겨진 유전자에 있다. 생존을 위한 자연의 게임에서 인간은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렸다. 사냥한 고기를 나누고, 갖고 싶은 물건의 소유 순서를 정하고, 정치권력의 배분 방식을 정하고,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을 개발하면서 더 큰 사회의 힘을 길러왔고, 이러한 협력의 힘으로 더 큰 사회와 그 사회를 유지해나가는 방식을 개발했다. 결국 인간이 그 개체와 사회를 유지하고 성장시킨 힘은 바로 협력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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