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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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5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니나 리케 지음/팩토리나인)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인기 작가의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인 브라게상수상작!

북유럽 행복 지수 1위를 다투는 나라의 중산층 시민은 어떤 충돌을 겪으며 삶을 사는가?

저자는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재단하는 멘트로 삶의 통찰을 보여주면서도, 곳곳에 숨어있는 웃음 코드로 소설이 지나치게 심각해지지 않도록 이끌어간다.

겉으로 보이는 인생의 이면, 인생에 대한 회의와 또 다른 기대가 주인공 엘렌의 이야기 속에서 충돌하고 새롭게 융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잘나가는 동네 의사이자 한 가정의 착실한 아내인 엘렌의 이중생활이 중심에 있다.

그녀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이자 이웃들의 상태에서 삶과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주인공 엘렌의 친구이자 이야기 상대는 실물 크기의 해골 모형인 토레.

토레는 진료실 한쪽 구석에서 엘렌과 환자 사이를 조율하며 급발진하려는 엘렌을 진정시키고 위로하고 가끔은 야단도 친다.

 

환자에게 집중하고 환자가 전부였던 일상. 가장 평온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가정의학과 의사가 SNS에서 서툰 조작 실수로 옛 애인과 접속하게 되면서 일이 터져버린다.

거의 30년 가까이 만나지도 연락을 주고받지도 않았던 그가 휴대폰에 등장한 것이다. 이 과학기술의 발달이 주인공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았다.

지치고 무료한 일상을 와인과 TV로 메꾸던 엘렌이었는데 말이다.

 

그 순간 나는 전화기가 혐오스러워졌다. 그리고 지금은 증오한다. 내게 벌어진 모든 일의 책임이 기계에 있다 현대 발전의 화신인 척하지만 실제 휴대폰은 악마의 작품이다. 사탄이 둥지를 틀고 앉아 빨간 점과 초록 점으로 우리가 환영받는 존재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이 물건은 우리를 죄의 길로 이끈다. 망가지도록 불행에 빠지도록. 단지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우리는 사탄에게 점령당했다. -p66

 

하지만 엘렌의 친구인 해골 토레는 엘린 고유의 갈망, 욕구, 정욕이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 거라고 이야기한다. 엘렌 스스로도 정욕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강하지 않을 때나 겨우 저항할 뿐이라고.

 

나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모든 것이 여느 때와 다름없다고. 그 순간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그저 관망만 했다. 일상의 일부인 듯 흐름의 일부인 듯. 실제로는 화상을 입었는데도 말이다.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면 처음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손등에 생긴 붉은 반점 하나를 두고 결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손을 미지근한 물에 담그지 않으면 붉은 반점은 다음 날 노란 수포로 변해버린다. -p115

 

젊은 시절 살던 어머니의 오래된 집에서 다시 만난 이전의 연인 비에른. 그들의 몸은 서로를 알아보며 금방 가까워졌다. 30년 전과 똑같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웠다. 엘렌은 어느 길이 본궤도인지 혼란스러워했다.

 

그래,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서는 안 된다고. 네 인생을 통째로 걸고 싶은 거야? 다 늙어가는 마당에? 린다(비에른의 아내)가 무슨 반란을 일으킬지 생각해봐. 너희 아이들, 손주들, 친구들, 맛집 동호회까지. 아마 일주일 뒤 너는 소리 지르며 린다에게 돌아갈걸. 그리고 여길 보며 위기라 부르겠지.” -p166

 

엘렌의 이중생활이 시작되고 삶의 중심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세상 사람들의 입질에 오르내리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아이들과 남편은?

 

욕정에 길을 내주면 늙은 몸이 신음을 한다.’ 비에른을 만나기 불고 몇 달 전인 지난해 초 늦가을이었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밤, 갑자기 문장이 날아들더니 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이 문장은 내 뇌리에서 종종 떠올랐다 사라졌다. -p256

 

과거의 선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삶을 이어갈 것인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엘렌의 선택을 응원할 것인가 아니면 비난할 것인가?

 

폭발적인 질문을 이끌어내는 소설이었다. 소설 하나로 이렇게 많은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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