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리터의 피 -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로즈 조지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2021-79 5리터의 피(로즈 조지 지음/한빛비즈)

피에 얽힌 의학, 신학, 역사 그리고 돈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저명한 논픽션 작가인 로즈 조지는 전 세계를 답사하며, 피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와 그보다 더욱 다양한 인터뷰이를 통해 혈액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각 장의 주제에 꼼꼼하게 접근하는 저자의 노력 덕분에 헌혈과 수혈 외에는 생각도 못 했던 피와 관련한 이야기의 범위를 아주 넓게 확장했다.

 

세계 어딘가에서 3초마다 누군가는 낯선 사람의 피를 받는다. 176개국의 헌혈 센터 13,283곳에서 해마다 11,000만 명이 헌혈한다. 미국은 해마다 혈액 1,600만 단위를 수혈하고, 영국은 250만 단위를 수혈한다. 이 모든 피는 암 환자나 빈혈 환자, 아이를 낳는 산모에게 수혈된다. 또 외상 환자나 만성 질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경제학자들은 장기 및 신체 조직 판매를 혐오 시장이라 부른다. 하지만 피는 다르다. 어쨌든 신체 조직인데도, 우리는 피가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매우 흔한 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래도 피가 다른 사람에게로 이동하는 것은 경이로운 것이다. 피만큼이나 경이롭다. -<1500밀리리터의 힘> 중에서

 

세계보건기구가 보기에 가장 안전하게 혈액을 공급하는 방법은 바로 자발적 기증이다. 대가 없이 헌혈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거짓으로 꾸며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71개국에서 가족 대리 헌혈이나 매혈자에게 돈을 주고 사는 방식으로 수혈용 혈액을 얻는 비율이 절반을 넘겼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공장기나 인공관절이 등장하고 있지만,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피, 혈액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혈액을 만드는 기술은 없을까? 혈액의 수급은 오직 헌혈로만 가능한 것일까? 지금과 같은 헌혈이 아닌 매혈의 이야기와 거머리를 활용하는 의료술의 경우는 생소하면서도 신기한 이야기였다.

 

인류는 머나먼 옛날부터 거머리와 공존했다. 이미 수천 년 전에 거머리를 이용해 병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먼 옛날 사람들은 병이 나는 이유가 다른 무엇보다도 피가 너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정맥 절개용 칼, 사혈침과 더불어, 거머리는 피 뽑기용 필수 의료 도구였다. 현대에도 거머리가 일으키는 항응혈 활동을 이용한 의료술이 사용된다. 몸 한쪽에서 살아 있는 조직을 일부 떼어 다른 쪽으로 전이하는 피판 수술에서는 거머리 사혈을 흔하게 이용한다. -<2장 가치 있는 흡혈 악마, 거머리> 중에서

 

인류는 2000년 동안 피를 빼내는 쪽을 좋아했지 피를 다시 어디론가 집어넣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15세기부터 수혈을 실험한 사례들이 있었지만, 실제 수혈을 통해 생명을 구해내기 시작한 것은 1차 세계대전 중의 야전 병원에서였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는 영국군이 수혈을 완전히 받아들인 뒤였다.

 

<4장 피를 타고 퍼지는 바이러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특유의 흑인 거주지인 타운십 중 하나인 카옐리차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들끓고 있는 HIV가 주제다. HIV가 확산되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죽음과도 같은 이름이었던 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가 너무나 쉽게 퍼지는 남아프리카의 현실이 생생하게 소개된다.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 즉 칵테일 요법은 에이즈 치료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돌파구였다. 이를 계기로 에이즈 사망률이 뚝 떨어졌다.

 

월경은 더러운 것이고 월경하는 소녀는 강력한 오염원이고 그래서 두려워하고 피해야 할 대상이라는 네팔. 그래서 생리하는 여성과 소녀를 외딴 헛간에서 지내게 하는 차우파디라는 제도가 있다. 이때 여성들은 고스라 부르는 헛간에서 지낸다.

차우파디는 가부장적 남성이 고통받는 여성을 사악하게 구속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차우파디를 유지하는 힘은 여성에게서 나온다. 할머니가, 시어머니가, 어머니가 이 관습을 지탱한다. -<6장 더러운 피, 월경> 중에서

 

<7장 지저분한 천, 생리대>에서는 인도와 저개발국 여성들의 생리대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깔창 생리대사건이 있을 정도니, 우리보다 경제적 형편이 못한 나라는 어떻겠는가? 값싼 생리대를 만들기위해 노력하던 인도의 무루가라는 남성이, 생리대를 만들 수 있는, 그것도 값싸게 만들 수 있는 기계를 제작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월경과 생리대의 이야기는 과학과는 거리가 먼 각 사회의 관습에 뿌리를 둔 차별의 이야기이고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8장 출혈 완자를 살려라, 코드 레드>에 등장하는 교통사고. “성인 외상 환자. 성인 여성. 오픈 체스트. 코드 레드. 8.” 사고지역에 출동한 런던 헬리콥터 응급의료단의 활동을 보면서 아주대학교 응급의학과 이국종 교수님이 떠올랐다. 영국의 체계적이고 적극적 지원과는 다른 우리의 현실에서도 중증외상 환자를 구하기 위해 고생하시는 이국종 교수.

 

피는 우리 몸속에서 금처럼, 우주 먼지처럼 반짝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소몰이꾼이다. 오늘날 우리가 유전자를 편집하고 줄기세포를 키우고 수혈로 삶을 바꾼다지만, 먼 훗날 우리를 되돌아본 사람들은 우리가 이룬 성취가 소의 날숨을 들이마시면 건강해진다는 믿음만큼이나 알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400년 전 새뮤얼 피프스가 쓴 대로 더 건강한 몸에서 빌린 피로 허약한 피를 고치는데 성공한 것은 이미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아갈 것이다. 피로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아직 다 배우지 못했다. 그러니 앞으로 더 놀라운 일이 펼쳐질 것이다.-<9장 피의 미래> 중에서

 

이 책은 피가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피와 관련한 이야기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피에 대한 인식이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책 제목은 5리터의 피지만 원제는 Nine Pints. 영국과 우리의 부피 단위가 달라서일까?

 

혈액에 관해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줄 놀랍도록 흥미로운 사실들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도 피가 끓을 것이다” -빌 게이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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