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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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0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카를로 로벨리 지음/쌤앤파커스)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2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조용히 보낸 10대 시절과는 달리 대학에 진학하여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전력을 했다.

그러나 정의라는 달콤한 열매 대신 억압과 갈등을 경험할 즈음에 과학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물리학과 3학년이 되면서 저자는 새로운 물리학’, 즉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대표되는 20세기 물리학과 조우한다. 기존의 관념을 뒤엎으며 세계관을 변화시키는 생각의 혁명에 저자의 일생을 바치게 된다.

 

양립 불가능한 두 이론,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포괄하는 통합이론 연구에 평생을 보낸 과학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다.

 

지금까지 천동설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지동설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을까?

백 년, 이백 년 아니면 그 이상의 시간을 통해 형성된 우리의 관념은 아무리 이성에 합당한 주장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우리의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과학적 사고라는 중요한 가치가 등장한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진리, 사실 혹은 원리, 법칙이라도 틀릴 수 있다는 개방적인 사고를 갖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이다.

 

20세기의 첫 분기 동안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등장해 기존의 개념적 기반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결국 뉴턴이 이룬 놀라운 통일은 길을 잃고 말았다.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견고하게 확립된 지식의 일부가 되었다. 두 이론은 전통 물리학이 지닌 개념적 기반을 각각 일관성 있게 바꾸었지만, 두 가지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1장 막다른 길, 양자중력 앞에 서다> 중에서

 

우리가 공기처럼 받아들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에 충격을 받았다.

시간 없이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을 저자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역시 충격적이다. 그리고 어렵다.

마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평생 믿어온 사람들이 지동설에 관한 설명을 들었을 때의 느낌처럼.

 

시간에 대해 생각할 때 우주의 일생에 맞춘 우주 시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우주 속의 모든 물체는 각각의 고유한 시간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간에는 지역적인 조건이 있다고 봐야 한다. 마치 일기예보 같은 상황이다. 각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날씨처럼 시간도 그렇다는 것이다. -<6장 시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 대신, 입자들, 장들, 중력자의 루프들과 이들의 상호작용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긴밀하게 이어져 있으므로 공간의 부재는 결국 시간의 부재를 의미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것은 양자중력의 공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직관적인 차원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세상을 비시간적인 표현을 통해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과학의 힘은 과학적 개념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과학은 결코 과학이 내린 결론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과학은 우리가 지식이라는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서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기반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4장 시간과 공간: 인간이 지닌 세계관의 기본 개념> 중에서

 

저자는 문화를 만들고 기초지식을 추구하는 학문인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다. 사회는 더 이상 과학자들에게 지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에 판매할 만한 제품이나 무기를 개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저자의 걱정은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중첩되어 비춰진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뉴턴의 이론적 도식이 무한히 작은 차원을 다루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뉴턴의 이론은 훌륭한 전략이었지만, 거시적인 현상, 즉 우리가 사는 세상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에서만 유효했다.

이 세상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려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기존의 도식은 버려야 한다. 시간 t가 스스로 흘러가고 다른 모든 것들이 그에 따라 변화한다는 생각은 더 이상 현실에 상응하지 않는다. 시간 t에 따른 변화를 나타내는 방정식으로는 미시 세계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6장 시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과학에 문외한인 천생 문과생이 읽기에 어려운 과학 이론도 등장하지만, 카를로 로벨리의 연구 인생과 그 배경, 공동 연구를 했던 친구 과학자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과학 연구의 차이 등을 살펴보며 그의 열정과 과학자의 사명을 접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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