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32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김삼환 지음/마음서재)

소중했던 사람을 한 번이라도 잃어본 적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뜨거운 위로

 

작가의 글은 간결했다.

세련되어 보이도록 꾸미는 말이 없다.

그의 삶도 그러하리라.

자신의 삶에 성찰하는 모습이 글에 오롯이 드러나 있다.

 

어느 날 문득 홀연히 북극성으로 떠난 아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책장에 뚝뚝 떨어진다.

아내가 떠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작가는 걷고 또 걸었다.

작가에게 걷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삶의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감당하는 과정이다.

그의 걸음은 동해안의 해파랑길을 거쳐 저 멀리 우즈베키스탄의 사막 도시 누쿠스까지 이어졌다.

 

이 책은 떠나서 돌아오기까지 내가 어떻게 눈물을 이겨냈는지, 그 방법과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인생의 어느 날, 예상할 수 없는 일이 황망하게 찾아와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실감과 여러 가지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용기와 위로와 격려를 드리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김삼환

 

그는 슬픔과 상실만큼 걷고 걸어서 길을 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그 길은 북극성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북극성까지 걸어가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는 꿈을 꾸고 또 꾸었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기억의 영역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상상의 영역이다. 다가올 새해에는 내 앞에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가를 상상하다 하루가 오고 가고, 한 달이 오고 가는 일상의 반복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문득 맥이 풀렸다.

이제 꿈과 희망을 바라보고 상상하는 나이는 지나버린 것일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것을 향한 호기심이 남아 있는 한 생의 후반부까지 결코 시간을 관리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의미 있는 답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내 삶의 화두다.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의 현실을 기반으로 다가오는 날들을 활기차게 맞이하려고 한다. 활기를 잔뜩 불어넣은 채로 내일을 상상한다. -<1장 나는 떠났다> ‘기억과 상상중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여름을 보낼 때 모기장을 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한낮 60도에 이르는 고온 건조한 날씨는 곤충의 알이나 애벌레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 수천 년 동안 살아온 인간의 힘은 대단할 따름이다.

그 척박하고 험한 땅에서 저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며 뚜벅뚜벅 자기 길을 걸었다. 단순하게 생활하는 것이 자신을 바로 보는 첫 단계일 것이다.

미혹되지 않고 맑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일.

 

그날, 당신의 치아 세 개를 수습했지요. 3일 지나면 어딘가에 묻자고 생각했습니다. 3일이 지났을 때는 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주머니 안쪽에서 당신의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49일이 지나면 당신과 내가 자주 다니던 길목 어디쯤에 묻으려 했습니다. 49일이 지났지만 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떠오를 때면 나도 모르게 주머니 안으로 손이 갔습니다.

출국을 이틀 앞둔 6월의 마지막 날, 그 봉투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홍은동 자락길의 소나무 아래에다 하나를 묻었습니다. 집과 홍제역을 오갈 때 늘 걸어 다니던 홍제천 변 큰 돌 아래에다 또 하나를 묻었습니다.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던 강가를 지나며 마주쳤던 가평 농막 수돗가의 큰 자작나무 아래에다 마지막 하나를 묻고 돌아섰습니다. 세 곳 모두 당신과 내가 좋아했던 곳들이지요. 그곳에 다시 갈 때마다 당신이 반겨줄 것으로 믿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렇게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전합니다. 사랑한 당신, 안녕! -<2장 나는 그리워했다> ‘당신의 치아 세 개중에서

 

처음 근무하던 학교가 그 홍은동 너머에 있었다. 홍은동과 홍제천이란 단어가 나의 추억을 떠올린다. 단어 하나에도 떠오르는 기억인데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은 얼마나 어마어마할까.

그 기억과 사랑을 짊어지고 자기의 인생길을 떠나는 작가를 응원합니다.

 

이 편지가 언제 북극성에 도착할지 알 수 없다. 몸집이 가벼운 바람은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체국 마당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바람의 주머니에 편지를 넣어 보냈다.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서 꽃이 흔들렸고 나뭇가지가 움직였다. -<2장 나는 그리워했다> ‘북극성으로 보내는 편지중에서

 

저자의 아름다운 글들은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찍어낸 한 편의 명화와 같다. 화려한 인물화가 아닌 시원하고 깔끔한 풍경화와 같다. 그 풍경화 속에 부는 바람과 그 바람에 일렁이는 꽃과 나뭇잎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는 행복은 어떤 행복과도 바꿀 수 없다.

사랑은 나를 모두 버리고 너에게 물든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색으로 물드는 것이 그 사람 안에 머무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길을 걷다 보면 자연히 풍경과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풍경과 사람 사이에 펼쳐지는 사유의 들판을 지나게 된다. 어떤 것은 알곡으로 출렁거려 거둬야 하고, 어떤 것은 쭉정이만 남아 버려야 한다. 길을 걷다 보면 남기고 나누고 간직해야 할 생각과 잊고 버리고 포기해야 할 생각들이 하나하나 정리되는 시간을 만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멀리 걷는다. -<3장 나는 걸었다> ‘먼 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에게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은내가주어가아니라는것을알려주었다 #김삼환 #마음서재 #에세이 #북극성으로떠난아내 #이별 #그리움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