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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평점 :
2020-184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요시타케 신스케 지음/온다)>
‘어쩜 그런 기발한 상상을 하냐고들 물어보는데요….’
저자는 일상 속 한 장면을 떼어내 독특한 시선으로 그린 스케치집을 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다.
그림책으로 볼 수도 있는 이 책에는 저자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결코 동화책으로만 볼 수 없는 인생에 대한 독백들이 가득하다.
독백이라 표현한 이유는 저자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며, 자기 생각이 그저 다른 생각 중의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장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은 저자 특유의 ‘무심코 떠오른 생각들’을 설명하고 있다. 초, 중, 고를 다니는 12년 동안 정답 찾기만 해왔던 내 생각과는 다른 생각들.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저런 것들을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99%는 별것 아닌 일이어서 일일이 기억할 의미도 가치도 없지만, 그 별것 아닌 것 속에서 실은 ‘그 사람다움’이라든가 ‘인간다움’이 배어 나오게 되므로, 그 편린을 모아보면 뭔가 보이는 것도 있지 않을까. 막연히 그런 기대를 하는 거예요.” -요시타케 신스케
<제2장 아빠라서 생각한 생각들>에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아빠의 사랑과 정이 잘 표현되어 있어 많은 공감이 되었다.
제 작업실에 아이가 이따금 들어옵니다. 뭔지 모르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얘기를 하는데, 제가 작업 중이거나 일이 여럿 겹쳐서 마음이 조급해지면 아이에게 냉정하게 대하게 돼요. 그러곤 나중에 꼭 이렇게 후회하죠.
이거 지금뿐인데, 아까운데, 소중한 줄 모르고 다정히 대하지 못했어, 왜지? 라고요. 지금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는데 말입니다. 제가 그걸 즐길 여유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에야, 그때 몰라줘서 미안해, 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시엔 정말로 욱하고 화가 치밀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어찌할 수 없는 감정. 이게 계속 쌓이면 정말로 좋지 않지만 바로 그 부분이 ‘The 육아’인 거죠. -p61 <지금뿐인데, 이 시간이 아까운데> 중에서
<제3장 졸릴 때까지 생각한 생각들>에는 중년 아저씨가 인생을 살면서 드는 생각을 두서없이 툭툭 던져놓는다. 무심하게 던지는 건네는 생각들이 우리의 삶을 응원하는 느낌을 준다.
무엇이든 간에 결정되지 않은 상태, ‘어쩌지, 이것도 못 하겠고 저것도 못 하겠는데.’라는 상태에서는 불안이 뒤따르죠.
그런데요, 저에게 젊음이란 그런 상태였습니다.
젊으니까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장차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맘먹으면 뭐 안 될 것도 없지. 이렇게 선택지가 아주 많을 때는 오히려 불행합니다. 어떡해야 하나 싶어 갈팡질팡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경험이 쌓이자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앞으로는 저건 무리일 테고, 이것도 못 하겠군. 그렇다면 난 결국 저것과 저것밖에 못 한다는 거잖아. 그럼 이것과 이것만 하면 된다는 거네. 그렇게 생각하자 엄청 위안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행복이란, 선택지를 강제로 줄이는 것이었어요. 이건 무리다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 때.
난 이것과 이것만 할 수 있는 것으로도 괜찮아, 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그제야 굉장히 행복해졌습니다. -p113 <행복이란, 해야 할 일이 명료해지는 것> 중에서
정답만 찾아가는 생각이 아닌, 그저 생각! 저자의 별 것 아닌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인생이 나타나고 잊고 있던 '나'도 나타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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