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필요한 날 - 나를 다독이는 음악 심리학
김창기 지음 /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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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83 <노래가 필요한 날(김창기 지음/김영사)>

나를 다독이는 음악 심리학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듣던 이문세와 들국화에 이어 김현식의 음악에 빠졌고, 곧 동물원과 여행스케치 그리고 김광석과 유재하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음악은 내 생활의 바탕이 되었고, 나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행복과 아픔 모든 곳에 자리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현실의 벽과 부딪히고 먹고사는 일에 바빠지면서 노래를 듣는 시간들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노래는 생활 속에서 힘을 주는 좋은 친구였고 나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좋은 친구였다.

 

김광석과 함께 동물원으로 함께 활동하던 싱어송라이터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님이 펴낸 노래 이야기책이다. 연대 의대를 다니면서 음악활동을 하던 그가 이제는 전문의가 되어서도 계속 음악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의 음악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정신건강과 음악, 제법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울리는 두 영역에 전문가인 저자의 음악 이야기는 인간과 음악을 잘 이어주면서 우리의 삶에 응원과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기억은 때로 왜곡되어 저장됩니다. 더 우세한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덜 중요한 정보는 작아지거나 익힐 수도 있죠. 가끔은 정서적 안정을 위해 변형되기도 합니다. 회상할 때 기억은 여러 번 달라집니다. 신경증적인 망각과 왜곡이 끼어들기도 하죠.

개구쟁이 아이였을 때를 떠올리면, 퇴근하시는 어머니 얼굴은 웃는 천사 같았고, 혜화동 골목길은 넓은 축구장 같았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상쾌해집니다. 사실과 달라도 말입니다. 고달픈 제 삶의 소울푸드soul food인 지난날들에 대한 기억이 왜곡됐다면 고마운 왜곡이지요. 팍팍한 삶에 그보다 큰 위로는 없으니까요.

여러분의 추억은 어떠한가요? -<우리의 지난날은 정말 아름다웠을까>, 동물원 <혜화동> 중에서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선택의 권한과 책임은 나에게 있죠. 다만 자신과 주변을 더 잘 살피고, 판단이 옳은지 돌아보고, 더 잘해보려 노력하고, 다시 돌아와야 할 때는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당신이 인생에서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잘 잡아나가기를 바랍니다. -<나와 세상 사이에서 균형 잡기>, 엘턴 존 <Goodbye Yellow Brick Road> 중에서

 

저자가 진행하던 CBS FM 음악프로그램을 한동안 들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노래를 소개하고 사연을 읽어주면서 공감을 표하던 그의 모습이 책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올드팝에서 최신가요까지 77곡 한곡 한곡의 사연과 노래에 얽힌 인생 이야기들을 심리학에 근거해서 설명해주고 때론 옆집 아저씨나 아빠의 마음으로 공감해준다.

 

그 설명과 참견에 묻어있는 따뜻함으로 노래를 다시 듣다보면 나의 마음과 감정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제법 힘이 난다. 신기한 일이다.

그렇다. 노래에는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고 안아주는 힘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품에서 느꼈던 그 감정과 느낌, 지친 현실에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는 지난 기억들을 떠올려주는 노래의 힘. 그 힘을 저자가 끄집어내준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는 자녀에게 배우는 것이 많을수록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뒤떨어지지 않고 잘 적응한 덕도 있지만, 자녀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자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동시에 소중한 사람과 굳건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어른이 되려는 열정과 희망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 워너원 <에너제틱> 중에서

고생한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과 사과의 노래 <Always on My Mind>를 제 해석대로 읊조려봅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못 했지만, 마음처럼 잘해주지 못했지만, 외로울 때 위로가 되지 못했지만, 그래서 후회하고 있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당신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다음은 부부 백년해로 헌장일부입니다.

첫째, 인내하며 다툼을 피하라.

둘째,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

셋째, 서로 기뻐할 일을 만들라.

넷째,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길은 멀고 그 길을 함께 가줄 사람은 귀합니다. 귀한 사람을 잘 지켜야 합니다. -<롱런하는 부부 생활을 위하여>, 윌리 넬슨 <Always on My Mind> 중에서

 

노래는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좋은 기제이다. 삶이 너무 퍽퍽하고 강팍해질 때 기름칠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야 또 하루 또 한나절이라도 버텨내고 한걸음 두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말과 노래가 갖고 있는 주술적인 힘에 의지해서라도 오늘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지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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