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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마크 모펫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0년 8월
평점 :

2020-141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마크 모펫 지음/김영사)>
The Human Swam: How Our Societies Arise, Thrive, and Fall
‘곤충학계의 인디애나존스’가 밝힌 인간 사회의 생물학적 뿌리와 문화적 진화
100여 개국에 걸친 현장탐사와 방대한 자료조사로 완성한 역작
만물의 영장이자 호모 사피엔스, 인간을 부르는 다른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동물, 사회적 존재이다. 사회를 구성하고 문화를 누리는 인간을, 다른 생물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기초단계의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를 이루고 생활하는 다른 생물들은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기록한 영상이나 역사적 기록은 없다. 다만 학자들의 논리적 상상으로 사회의 기원을 짐작할 뿐이다. 그 짐작을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면서 진리인 양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당연하게 속해 있는 사회, 심장 박동이나 숨소리처럼 간과되기 쉬운 사회가 얼마나 필연적인 존재인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왜 중요하지 등 사회의 기원, 유지, 해체 과정을 이해하면서 우리는 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그리고 덤으로 약간의 철학에서 최근에 밝혀진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다.
사회를 구성하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 외부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자연의 질서’의 일부이고, 따라서 피할 수 없는 일인가?
우월감과 다른 집단에 대한 적대감에 빠지기 쉬운 각각의 사회는 다른 사회와의 자잘한 충돌 때문에, 혹은 사회 내 구성원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소외감 때문에 곤경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시애틀 족장의 말처럼 몰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저자의 서술 방식은 마치 《총, 균, 쇠》와 유사하다.
시간과 공간의 스케일이 방대하고 저자가 직접 답사하고 조사한 자료들이 무수하게 쏟아져 나온다. 그 무수한 이야기들이 이 책의 주제들을 단단하고 촘촘하게 연결하고 있다. 방대한 서술을 통해 저자는 우리 사회의 탄생과 다른 곤충이나 동물의 사회와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회가 곧 협동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사회를 협력자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정체성에 의해 명확한 소속감을 갖게 되는 특정 종류의 집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서로 정기적으로 접촉하든 그렇지 않든, 서로 도울 의지가 있든 없든 정체성에 의해 단결된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소속감이 그런 관계를 현실화하는 확고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곤충학계의 인디애나존스’로 불리는 저자는 현대 인류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종은 침팬지와 보노보지만, 인간 사회와 곤충 사회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공통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개미도 사람처럼 익명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 다시 말해 우리 그리고 개미는 개체들끼리 서로 다 친하지 않아도 되는 독특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능력 덕분에 인간 사회는 대부분의 다른 포유동물 사회가 가진 규모의 한계를 초월할 가능성이 열렸다. 이 가능성은 수렵 채집인 사회가 수백 명 규모로 커졌을 때 처음 열리기 시작했고 결국은 역사적인 거대 공화국 탄생의 길을 닦아주었다.

익명 사회는 어떻게 실현되는 것일까? 개미처럼 우리도 한 개체를 동료로 표시해주는 공통의 특징을 바탕으로 서로를 확인한다. 개미 간에는 간단한 화학물질이 이런 표지 역할을 하고, 사람 간에는 옷부터 몸짓, 언어까지 다양한 요소가 표지 역할을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명을 하나로 뭉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적 도구상자에서 시대에 걸쳐 검증된 기술들을 가져와서, 구성원 수가 늘어나도 견딜 수 있을 만한 삶을 일구었다. 직업이나 다른 구분을 통한 개체 간의 차이 강화(무리 짓기 속성)도 그런 기술 중 하나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우리의 기대에 부합하는 어떤 표시들, 즉 정체성의 표지로 작용하는 특징들을 알아봄으로써 익명성을 허용한다. 표지 알아보기는 인간, 벌거숭이두더지쥐, 향유고래 등 소수의 척추동물과 대부분의 사회적 곤충만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사회로 기능하려면 침팬지는 모든 구성원을 알아야 하고, 개미는 아무도 알 필요가 없으며, 인간은 몇 명만 알고 있으면 된다.
현대의 인간 사회를 특징짓는 태평스러운 익명성은 언뜻 별것 아닌 듯 보일지 몰라도 사실 아주 중요하다.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카페에 별걱정 없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종이 이룩한 가장 놀라운 성취 중 하나인데도 저평가되어 있다. 그것은 인간을 사회를 이루며 사는 대부분의 척추동물과 구분 지어주는 특징이다. 다른 척추동물의 경우 한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들끼리는 반드시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자기 집단에 속한 개체가 본질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듯, 자기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더 인간답다는 듯 행동하며, 자기 집단 소속이 아닌 사람을 만나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외부자로 여겨지는 사람을 보고 있는 사람의 뇌 활성이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뇌 활성과 똑같아 보이기도 한다. 일단 한번 외부자로 찍히면 미묘한 차이는 다 무시되고 아예 인간이라는 범주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이런 반응들이 인간의 고정관념이라는 위태위태한 건물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표지 덕분에 사람이 견고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표지가 부여해주는 안정성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우리의 표지는 돌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변화가 가능하다. 이것이 사회계층 구분, 지역적 변이 등등을 이끌어낸다. 사회 표지의 변화가 더 많이 축적되는데 구성원들이 거기에 맞춰 조정되지 않으면, 그 사회는 분파로 갈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럼 결국 모든 사회는 한계점에 도달한다.
사람들이 정체성과 공동의 목표를 공유한다고 느끼기만 하면 과도한 무력 없이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 역사가 정복의 역사로 점철되면서부터 한 사회 전반에 걸쳐 만족스러운 유대감을 달성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정체성 표지들이 극단적으로 다양해져, 구성원들은 서로 뜻이 엇갈리는 상태에서 자기 사회의 비전을 위해 분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우리와 공존 불가능해 보이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통해 추진되는 창조적 교환, 혁신, 문제 해결이 사회를 온전히 유지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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