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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8월
평점 :

2020-127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오찬호 지음/북트리거)> #사회학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사회학자 오찬호의 대한민국 종합 진단서
세계 경제 순위 10위. 단군 할아버지 이래로 가장 잘 먹고 잘사는 시대라는데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꼴찌 언저리에서 헤매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은 ‘부자 나라의 가난한 국민’인데, 우리는 ‘괜찮아 보이는 나라에 괜찮지 않은 국민’인 듯하다.
상식적인 세상을 꿈꾸는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의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을 책으로 모았다.
14개의 주제 모두가 가슴을 콕콕 찌른다.
앞으로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나라마다 불평등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기상 이변이라는 말만 부유하고 그 이변 때문에 누가 가장 고통받는지 고민하지 않는 사회가 과연 상식적일까? 사회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는지에 따라 이변도 이변이 아닐 수 있다.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가는 이유는 더위가 지독해서가 아니다. 불평등이 지독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불평등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 <환경 앞에선 정말 모두가 평등할까? -더위로 인한 죽음은 천재지변이 아니다-> 중에서
지역 격차는 심각하다. ‘왜 농어촌 출신이라고 시험에서 특혜를 받지?’를 고민하기 전에, ‘지방에서는 어떤 차별이 존재할까?’를 먼저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 어디를 가도 지방은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지방에 사는 걸 무슨 죄인 양 받아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껏 지역 불균등 발전을 무시하고 성장해 왔던 대한민국은 지금부터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 <한국 사회에서 ‘지방’은 어떤 의미일까? -서울 사람은 절대 모르는 차별이 있다-> 중에서
우리 사회는 겉으로 보기에 다이나믹하고 멋진 모습이다.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조금 가까이 들여다보면 단단하게 야무지게 만들어지지 못하고,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빈틈이 보인다.
그 빈틈에 끼인 서민들의 고통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자랑과 권위에 파묻혀 있다.
압축적 고속성장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이 21세기 지금 우리 사회에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기사를 몇 개만 검색해보아도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 이상의 사회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다.

수시 전형이 옳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정시 전형은 엉터리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시험 점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착각이 위험하다는 말이다.
개인의 차이를 전부 고려해서 동일한 출발선을 만드는 시험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과’만을 신성하게 여기는 풍토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빈곤을 개인의 잘못으로만 판단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변화가 생기고, 나아가 성공한 이들의 사회적 책무도 엄격해진다. - <공정한 시험은 가능할까? -‘억울하면 합격하라’는 말은 틀렸다-> 중에서
자기 나라 사람들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게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일 리 없다. 난민을 모두 받아 주자는 게 아니다. 인종과 문화에 대한 혐오를 무기 삼아 무조건 빗장을 치는 것만을 마치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처럼 주장할수록, 누군가의 천부인권이 외면받을 확률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는 거다. - <왜 그렇게 난민을 혐오할까? -대한민국 난민 인정률 0.4%, 그래도 난민이 싫다면-> 중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것은 그 문제점들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들에 대응하는 우리의 태도이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에게 책임 지우는 체제 그리고 그 체제에 대한 순응.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승자독식의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우리는 침묵하며 자신도 승자가 될 것으로 꿈꾸며 패자들을 함께 밟고 있었던 것이다.
승자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구조와 체제가 아닌 개인의 부족함이나 불성실을 탓하는 분위기에 동조했던 것이다.
성공하는 ‘예외’가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갈 ‘다수’에 주목하는 사회에서는 고정관념 없이 노동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주요 과목 문제집 풀기에 바쁜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노동이란 주제는 찬밥 신세다. ‘공부 안 하면 평생 노동이나 하고 살아야 해.’라는 망언이 동기 부여처럼 떠도는 수준이다. - <평범한 노동을 하찮게 대하는 사회, 이대로 괜찮을까? -오늘도 배달 노동자는 목숨을 건다-> 중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목표가 집을 사서 한몫 벌어 보자는 것이라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개인이 열심히 살수록 공동체가 파괴되는 최악의 결과가 도출된다. 간절함의 크기만큼 집값이 반드시 올라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 국민 모두가 이렇게 바란다고 상상해 보자.
집착은 타인에 대한 예의를 무너뜨린다. 어라? 웬 장애인 시설이 여기에? 뭐라? 임대 아파트를 주변에 짓는다고?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을 아파트에 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서명을 해 달라며 애걸한다. 그것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입에 담기에도 부끄러운 말을 뱉으며 말이다. - <내 집 마련에 목숨 거는 세상, 이대로 괜찮을까? -모두가 건물주를 꿈꾼다-> 중에서

압축적 고속성장.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 사이 우리의 공동체는 무너졌다. 연대와 보살핌의 공동체가 아닌 경쟁과 줄 세우기의 공동체만이 남았다. 울타리가 되어주는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삶의 기준을 뒤흔드는 광풍과 같은 공동체만이 남았다.
그 속에서 자신의 기준과 철학으로 버티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는 따져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유식한 말로 ‘비판적 사고’라고 한다. 주위에서 당연하다고 강요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그 근거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정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들이나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내 밥그릇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휘둘리기만 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자신의 기준과 철학으로 공동체의 결정에 합리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이 되는 것이 나와 우리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길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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