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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평점 :

2020-114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다연)> #자연에세이
181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연주의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소로는 생전에 권력과 명예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인 《월든》 역시 그의 사후에 더욱 명성을 얻었고, 생태주의 최고의 텍스트로 불리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에머슨과 함께 위대한 초월주의 철학자로 불리고 있다.
1837년부터 3년간 랠프 왈도 에머슨의 집에 기거하면서 초월주의를 접하게 된다.
초월주의란 이상주의적 관념론에 의한 사상개혁 운동을 말한다.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고즈넉한 그 시절이던 1830년대의 미국은 본격적인 산업혁명과 ‘Go West!’를 구호로 하는 서진운동(西進運動)을 배경으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이때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가을까지 번잡한 도시에서 빠져나와 월든 호수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다. 그 2년 2개월의 이야기가 바로 《월든》이다.

“이른바 성공한 삶이라고 칭송받는 인생은 그저 인생을 살아가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왜 다른 삶의 방식들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하나의 방식만을 과대평가하려는 걸까?”
세상의 명예와 사람들의 인정과 환호에서 벗어나 자연 상태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자신의 본질과 인간의 본성 그리고 그 인간들로 이루어진 사회의 속성과 진보에 대한 사고를 적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는 잘못된 편견을 버리는 것이 낫다. 제아무리 오래된 사고방식이나 생활 습관일지라도 입증되지 않은 것은 무조건 신뢰할 이유가 없다. 모두가 입을 모아 사실이라고 말하고 또 묵인하던 이야기도 내일이면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으며, 들판에 촉촉한 단비를 뿌려줄 구름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몇몇의 막연한 의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두세 납부 거부와 노예 해방 운동에 앞장섰던 소로는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과 1960년대의 흑인 민권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사람은 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이웃들도 집이 있으니 나도 집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굳이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데도 평생을 가난에 발목이 잡혀 살아간다. 재단사가 손수 만든 외투라면 가리지 않고 받아 입으면서도, 평소 종려나무 잎이나 우드척 가죽으로 만든 모자는 벗어 던지고 왕관을 살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죽는소리를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 아닌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소비, 자연과의 조화는 무시한 채 인간의 욕망만을 충족시키는 소비, 명품족과 하우스푸어와 같은 현대인들의 비합리적인 소비, 자신의 만족보다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우리의 생활을 지적하는 저자의 목소리인 듯하다.
“그곳에 도착해, 자그마한 오두막을 채운다.
아무도 없는 곳이니 아무런 대접도 기대하지 않는다.
휴식이 곧 향연이며 모든 게 자유롭게 흘러간다.
가장 고결한 정신은 최고의 만족을 준다.”
28달러를 들여서 직접 지은 작은 오두막. 그 조그만 집에는 의자가 세 개 있다. 하나는 고독을 즐기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친구를 위한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교제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워낙 작은 집이라 방문객과 함께 진지한 내용을 토론하면서 서로 충분한 거리를 두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럴 때의 해결방안은 ‘가장 좋은 방’으로 가는 법. 언제든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응접실은 바로 집 뒤에 있는 소나무 숲이었다.
“월든 호숫가는 매우 아담한 곳이어서 그 자체로 아름다웠지만 웅장한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호수를 찾거나 호숫가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물가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깊고 물이 맑기에 그 아름다움을 묘사할 가치는 충분하다. 길이가 800m, 둘레가 2.8km 그리고 면적이 7만 5천 평에 달하는 월든 호수는 거울처럼 맑고 푸르다. 주위로는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우거져 있고 숲의 한가운데 위치한 이곳은 구름이나 수증기를 제외하고는 물이 오가는 곳이 전혀 없다.”
콩코드시에서 1.6km 떨어진 월든 호수는 호수라고 번역은 하지만 원문에는 ‘pond’로 적혀있다. ‘pond’이긴 하지만 규모는 우리나라의 큰 호수 크기이다. 소로가 사랑한 월든의 봄부터 겨울까지의 생활은 자급자족에 가까운 불편하고 힘이 드는 생활이었다. 그러나 자연의 주인은 사람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현대인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자연의 불편함.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자연의 섭리도 거스르는 인간의 오만함. 그 오만함을 부추기는 과학 기술의 발달. 그러나 우리는 곧 자연의 반격에 불편함을 뛰어넘는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천 개의 지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을 여행하라.
그리고 마음속 우주 지리학의 전문가가 돼라.”
쳇바퀴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바로 쳇바퀴에서 잠시 내려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인도에서는 그동안 매연에 가려져 있던 히말라야산맥이 보였다고 한다. 과학 기술과 문명의 발달이 우리의 삶에 편리를 주었지만, 우리 본성을 두꺼운 때와 찌꺼기로 덮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나는 내가 바라는 대로 살고 삶의 본질적인 사실에 직접 부딪혀가면서 인생의 가르침을 터득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숲으로 들어갔다. 또한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헛되이 살아온 것을 후회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이란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면 이론 목표를 쉽게 체념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깊이 있는 삶을 살고, 삶의 정수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으며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파괴해버리고 스파르타 사람처럼 강인하게 살고 싶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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