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 - 팽창을 향한 야망과 예정된 결말
브래드 글로서먼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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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5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브래드 글로서먼 지음/김영사)>

팽창을 향한 야망과 예정된 결말

일본을 가리키는 말들이 여럿 있다.

국화와 칼, 부자나라의 가난한 국민 그리고 가깝고도 먼 나라.

지난 역사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

우리나라가 한 번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보지 못한 일본.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일본.

아베라는 스트롱맨을 지도자로 둔 일본.

 

초연결 시대, 무한 경쟁 시대에 옆 나라를 무시하고 지낼 수도 없고, 분석하자니 부족한 지식은 둘째로 치더라도 감정이 먼저 앞서는 것이 문제였다.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준 저자 브래드 글로서먼.

1991년에 <마이니치신문> 기자로 처음 일본에 체류한 이래 27년간 도쿄에 거주한 미국인.

저자는 퍼시픽포럼의 연구 책임자와 선임 국장을 역임하며 일본 전역의 다양한 일본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내부의 종합적인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1988년 전 세계 부의 16%를 차지한 일본.

1989년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 세계 10대 기업 중 일곱 곳이 일본 기업.

한창 호황일 때 민영화된 일본의 거대 통신사인 NTT의 가치는 AT&T, IBM, 엑손, 제너럴일렉트릭, 제너럴모터스의 가치를 합친 것보다 더 컸다.

1990년이 되자 총자산 기준으로 세계 5대 은행이 전부 일본 은행이었다.

일본은 세계 최대 원조공여국이었고, 유엔에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냈으며, 선진 7대국 회의 G7에 유일하게 참석하는 아시아 국가가 되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거의 두 배가 되면서 야기된 환율 평가절상과 이자율 하락은 일본 전역의 자본 홍수로 이어졌다. 새롭게 생겨난 부는 일본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심각한 투기로 이어졌고 급기야 엄청난 거품을 초래했다.

최절정기에는 일본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이 4조 달러에 이르렀으며, 이는 미국 내 모든 주식시장 합계의 한 배 반에 육박하며(당시 일본 GDP가 미국 GDP의 절반도 못 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전 세계 주식 시가총액의 45%에 달했다.

1990년 어느 경제학자는 일본의 모든 부동산 가격 가치가 나머지 전 세계의 모든 부동산 가격을 합친 것보다 50% 더 많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1장 불행한 나라> 중에서

 

저자는 아베 정부의 시기가 일본 국력이 최정점에 달한 시기이며, 구조적·태도적 제약이 결합해 일본이 현재와 미래의 도전에 적응할 능력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로 지금이 일본의 정점 Peak Japan’이다.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칭송받던 일본이 1990년대부터의 잃어버린 10년을 거쳐 구조적 장기 침체에 갇혀버린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주요 이유로 네 가지 쇼크를 지목한다.

 

리먼 쇼크 / 잃어버린 10년 후 회복세의 일본을 강타한 세계 금융 위기의 충격! 활력이 사라진 경제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일본 주식회사

정치 쇼크 / 전후 계속된 자민당 지배체제가 무너지면서 찾아온 정치개혁의 기회! 그러나 이어진 새로운 집권 세력 민주당의 자멸로 물거품이 된 정치개혁과 더 공고해진 자민당의 독주체제

센카쿠 쇼크 / ‘탈아에 성공한 유일한 일류 국가라는 믿음을 위협하기 시작한 아시아의 급성장! 한국과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격화되는 갈등, 더 이상 일본은 아시아를 선도하지 못한다.

동일본대지진 쇼크 / 일본을 덮친 최악의 삼중재난! 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의 연타로 드러난 관료주의의 민낯. 일본이라는 안전 신화가 해체되다.

 

저자는 오늘날 일본의 성장이 주저앉게 된 원인을 두 가지로 지목한다.

첫 번째 일본의 공공부채는 20136GDP244%까지 치솟았다. 부채 원리금 상환액만도 매년 2,570억 달러에 달하며 싱가포르의 경제 규모보다도 크다.

두 번째 일본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국가이며 평균 연령이 45세다.

전체 인구의 24.1%65세 이상이며, 2013년에는 14세 이하 인구가 13% 밑으로 떨어졌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일본은 미국의 보호와 한국전쟁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룬다. 일본은 1968년 독일을 추월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2010년 중국이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는 뉴스가 나온 지 몇 달 후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이 피크를 나타낸다.

중국의 새로운 공세적 태도는 두 나라의 운명이 역전되었다는 결과를 상징적으로 그리고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후쿠시마 재난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의 반사적인 순종, 권위에 대해 질문하기를 망설이는 태도, 기존 프로그램에 집착하는 헌신, 집단주의 그리고 편협성 등 일본 문화의 뿌리 깊은 인습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재난은 메이드 인 재팬이다.” -일본 국회가 설립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조사위원회(NAIIC) 구로카와 기요시 위원장

 

일본인들이 일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지배적인 관념은 서로 모순적인 두 가지 태도로 요약된다. 국가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전면적인 변화를 감수하는 것을 기피하는 모습을 모순되지 않게 조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네 가지 충격과 개혁의 도화선이 될 수 있었던 일련의 사건조차 위기감을 줄 수는 있었지만, 일본인이 편안함과 일상적인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를 모색하도록 하기에는 불충분했다.

일본 스스로의 변화 속도가 현재 발생하고 있는 거대한 힘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일본은 더 이상 거대한 야망을 품지 못할 것이다.

 

과하게 표현하면 일본의 침몰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고소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을 추격함과 동시에 모방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킨 한국은 일본의 위기와 침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일본의 판박이로 한국 역시 침체 혹은 침몰할 수 있다.

우리는 일본보다 더욱 심각한 인구 구조의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혁신을 노래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핵심 속성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

IMF는 한국이 좀비기업을 제대로 퇴출시키지 않는다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사회적 갈등을 봉합해야 할 정치권의 무능은 극에 달해, 국가의 발전을 이끌기는커녕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의 현재 모습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성공의 모델이 아닌 쇠락의 모델이 되어버린 일본을 따라갈 것인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혁신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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