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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채근담 - 마음의 사색
한용운 지음, 성각 스님 옮김 / 부글북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2020-103 <한용운 채근담 – 마음의 사색(한용운, 성각 지음/부글북스)>
사람이 ‘사람됨’으로 가게 하는 책
‘채근담’의 채근菜根은 ‘나무뿌리’라는 뜻이며 담譚은 ‘이야기’를 뜻한다.
전해 내려오는 《채근담》은 세 종류의 책이 있다.
하나는 명나라 때 홍자성이 지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청나라 때 홍응명이 지은 것이 있다.
일각에서는 홍자성과 홍응명이 같은 사람이란 말이 있지만 이는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만해 한용운 선생이 이 두 권의 책을 두고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다시 지은 책이 바로 《한용운 채근담 정선 강의》이다.
이 책은 1915년에 한용운이 저술하고 1917년 신문관에서 발행했다.
송나라 때의 왕신민은 “사람이 항상 나무뿌리를 씹어 먹고 사는 것처럼 생을 견딜 수 있으면 곧 백 가지 일을 가히 이루리라.”라고 하였다. 이는 나무뿌리와 같은 음식을 먹고 지내며 삶의 어떠한 고난도 헤쳐나간다면 이 세상에 못 할 일은 하나도 없다는 말에서 유래가 된 것이다.

동양 최고의 자기 계발서는 견디는 힘을 강조한다.
매일 고기를 먹으며 복부지방을 경계하는 현대인들에게 나무뿌리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장점을 자랑하고 주위의 인정을 받아내는 것에서 행복을 누리는 지금.
타인을 배려하고 항상 겸손하며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는 삶을 강조하는 고전.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균형을 이룰 것인가?
일단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법을 찾아본다.

남을 속이지 말라
한낮에 남을 속이게 되면
밤중에는 부끄러움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며,
젊었을 때 뜻을 잃으면 늙었을 때는 슬픔만 남는다.
탐욕은 처음 일어날 때 없애라
탐욕이 처음 시작되는 곳에서 그 탐욕을 제거하면
마치 어린 잡초를 없애는 것처럼 일이 매우 쉽고,
하늘의 이치가 스스로 밝아질 때,
하늘의 이치를 더욱 깨달으면 더러운 거울을
닦는 것처럼 광채는 다시 빛나 새로워진다.
어리석지 마라
좋고 싫은 마음이 너무 학연 하면 사물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현명한 것과 어리석음을 구별하는 마음이 너무 뚜렷하면
사람들과 오래 친해질 수 없다.
그러므로 훌륭한 사람은 안으로는 엄하고 분명해야 하지만
밖으로는 언제나 원만하고 넉넉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좋은 것과 추한 것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모두 이익을 누리게 된다.
그것이 바로 만물을 탄생하고 기르게 되는
생성의 덕이 되는 것이다.
원한은 잊으라
내가 남에게 공을 베푼 일은 생각하지 말고
내가 잘못한 일은 항상 마음에 두어야 한다.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지 말아야 하며
남에 대한 원한은 잊어야 한다.
일이 어려워지거든 초심으로 돌아가라
하는 일이 궁색하고 형세가 기울어진 사람은
초심初心으로 되돌아가야 하고,
공적을 원만히 이룬 학자는 인생의 끝을 내다보고
생각하여야 한다.
포용력을 가져라
사람에게 속은 것을 생각해도 말로 드러내지 않고,
사람에게 모욕을 받아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으면,
그 안에 다할 수 없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고
또한 무궁한 포용력이 들어 있다.
항상 근신하라
원수진 이가 쏘는 화살은 피하기 쉽고
은혜 베푼 사람이 던지는 창은 막기 어려우며,
어려울 때 당하는 함정은 피하기 쉬우나
즐거운 때 당하는 함정은 벗어나기 어렵다.

“사람들이여. 인간 세상이여. 세상에 살면서 이 세상을 벗어나야 하고, 이 세상을 벗어났으면서도 이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이미 선인들이 말씀하셨습니다.
홍진이 가득한 세상을 살면서도 떠도는 구름과 흐르는 강물의 정취도 음미할 줄도 알아야 하며, 비록 적막한 곳에서 홀로 보낸다 해도 마음속에는 천하를 구제할 뜻을 품고 사는 것이 사람의 도리입니다. -1915년 6월 20일 을묘년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