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2020-71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악셀 하케 지음/쌤앤파커스)>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오랜만에 듣게 된 단어 품위’.

왠지 고전적인 어감이 느껴지는 품위는 먹고 사는 것에 침잠한 오늘날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다.

그러나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해내는데 반드시 필요한 단어이기도 하다.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귀족의 품위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품위’.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를 다음의 질문으로 대신한다.

지금처럼 풍요로운 사회에서 궤도를 이탈한, 예의와 품위가 결여된 언행이 유독 늘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이 상실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은 단순히 생존 경쟁의 산물이 아닌, 시대적 위기로 보아야 옳지 않을까? 지금 우리 시대가 마주한 절박한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조금 이르게 스스로 생각하는 품위의 정의를 제시한다.

단순하게 무례하고 에티켓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타도를 지양하는 수준이 아니다.

나와 타인이 동시에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

다르게 설명하면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야 함을 실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품위를 떠올리면 정의로움·공평함 등이 연상된다. 또한 타인과 연대할 때 느끼는 인간의 기본적 감정들도 떠오른다. 이에 더해 아무도 보고 있지 않더라도 원칙을 지키려는 생각 역시 품위와 연계된다. 타인과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열려 있는 태도도 여기에 해당된다. 더불어 공명정대함을 빼놓을 수 없다. 공명정대는 말하고 행함에 있어 숨은 의도 없이 떳떳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자신의 언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공명정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끝으로 지금까지 열거한 사항들을 기꺼이 지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품위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p28

 

독일은 난민 문제와 네오나치즘의 등장으로 인권에 대해 더욱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인에 대한 입국 허용을 둘러싸고 입장을 달리 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증폭되었다. 또한, ‘태극기 집회모여지는 극우 집단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친구와의 대화 형식으로 품위 있는 삶의 조건들을 찾아 나간다.

대화의 중간에 철학자와 소설가들의 예화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보통 품위에 관해 이야기하면 제일 먼저 인간이 지켜야 할 일상의 도덕, 즉 생활 속 예절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사실 품위는 타인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다양한 인간들의 성품을 자세히 연구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결속과 분열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그 한가운데에 이른바 중간 세계가 있다. 이 중간 세계에서 개인은 타인과 서로 조율하고 화합하며,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성장해 간다. 품위가 존재해야 할 곳이 바로 이 영역이다.

품위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완충재와 윤활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공의 이름 뒤에 숨게 되면 평소에는 절대로 하지 않을 일들을 공공연하게 행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모욕하고 헐뜯으며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SNS를 살펴보면 쉽게 수긍이 될 것이다.

사회적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SNS가 과연 사회적일까?

타인과 관계를 맺는 사회적이라면 극도의 분노와 혐오가 고스란히 드러난 댓글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01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품위는 위협받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엄청난 거짓말쟁이들과 선동가들이 선두에 나서서 개입하기 시작하면 품위 있는 소통과 교류는 우리 사회에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깨어있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래 제1의 원칙이었던 에너지 효율의 원칙을 떨어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깨어있어야 한다.

우리는 공존과 공생을 도모해야 한다.

자신의 이성적 판단을 활용해 자동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 돌리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분별력을 동원하겠다는 마음 자세 말이다.

깨어있지 않으면 휩쓸려간다.

 

품위 있는 삶을 살려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야만 하고, 또 더불어 살고자 하는 타인에게 일말의 관심이라도 가져야 한다. 작은 관심은 결코 손해로 돌아오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자국 이기주의 그리고 더욱 확대되어 가는 빈부격차 속에서 각자도생의 사회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 수 없는 불안과 위기에 대한 즉자적인 반응으로 차별과 혐오가 등장하고 있다.

일부의 사람들, 일부의 언론이 스피커가 되어 부정적인 편견을 조장하고 심지어 차별을 정당화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무례함을 뛰어넘어,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무너뜨리고 있다.

 

품위에 대한 정의를 정리해보자.

품위란 한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품위란 다른 이들과 기본적인 연대 의식을 느끼는 것이며, 우리 모두가 생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크든 작든 모두 동일하게 중요하며, 이를 일상의 모든 상황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나는 품위 있는 인간인가?

나는 품위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힘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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