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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평점 :

2020-56 <실버 로드(스티나 약손 지음/마음서재)>
북유럽 스웨덴에 대한 당신의 인상은 어떤가?
나의 경우는 ‘복지’, ‘사회적 연대’ 등 따뜻한 사회나 공동체를 우선하는 국가관 등을 떠올렸다. 그러나 스웨덴의 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결코 따뜻하거나 정답거나 아름답지 않다.
실종된 소녀 리나의 아버지인 렐레와 제대로 된 가족으로 살고 싶어서 어머니로부터 탈출하는 메야.
두 인물의 시점으로 소설을 전개된다.
리나는 렐레가 내려준 버스 정류장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지 3년이 되었지만,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은 광산이 폐쇄되면서 실버 로드의 유일한 목적이 사라졌고, 도로는 몇 년간 방치되면서 악화되고 위험해졌지만 렐레는 매일 밤 달렸다.
렐레가 밤마다 실버 로드를 따라 차를 몰고 리나를 찾아다닌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그녀를 찾는 사람들이 지쳐가는 것과는 반대로 렐레의 추적을 집요하게 계속된다.
백야로 해가 지지 않는 한밤에 실크로드를 달리는 렐레의 곁에는 렐레의 눈에만 보이는 리나가 함께한다.
리나가 사라진 그해 여름에 렐레는 마을에서 혼자 사는 남자들 그리고 괴짜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하 저장실과 다락방을 보여달라고 했다. 욕을 먹기도 했고, 커피를 마시고 가라는 초대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외로움만 남았다. 사방에 그런 외로움이 있다는 사실만 남았다. 외로움은 이 지역의 변두리를 좀먹어갔고, 다른 가족은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사람들 사이에 병처럼 퍼졌다. 그리고 이제는 렐레도 그들 중 하나였다. 외로운 사람들 중 하나였다. -p97
17살에 자신을 낳은 엄마와 기차를 타고 노를란드로 온 메야.
약물 중독과 알콜 중독인 엄마와 숱한 이사를 다닌 메야는 토르비요른이란 아저씨와 살게 되었다.
메야는 삼각형 방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숲으로 뛰쳐나가 거기서 칼 요한을 만난다.
첫눈에 반한 사랑으로 담배를 끊게 되고 이후 그의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그의 가족은 부모와 삼 형제인데 사회와는 자발적인 고립을 택한 가족이다.

리나가 사라진 3주기에 렐레의 아내 아테네는 리나를 추모하는 가두행진을 한다.
또 다른 실종사건의 발생.
리나와 같은 금발이고 키마저 같은 여학생인 한나 라르손.
낯선 마을 이름, 사람 이름 그리고 우리와는 다른 자연환경, 호수, 늪, 이끼, 가문비나무, 백야.
그 속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납치, 감금, 살인 등의 범죄 소설.
“여기에 그 애가 있어, 렐레. 자네 딸.”
아프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의 피가 눈을 얼룩지게 하고, 몸은 썩어서 봄이 되면 민들레를 피워낼 것이다. 그리고 그는 두 번 다시 담배를 문 채 숙을 바라보며 차로 실버 로드를 달리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리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3년간의 수색이 끝났다. -p379

남편과 함께 대서양을 건너간 저자는 자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인상적인 범죄 소설로 변환시켰다.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책 표지에 범죄 소설로 소개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추리소설이건 범죄 소설이건 반가운 장르는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슴 한쪽이 눌리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 압박감 속에서도 책을 덮지 못하고, 사라진 리나를 찾는 렐레와 함께 스웨덴 북쪽 실버 로드의 숲속을 헤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