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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2020-51 <나의 기억을 보라(아리엘 버거 지음/쌤앤파커스)>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자본주의의 풍요와 신자유주의의 쓰라린 삶 속에서 이전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살아오던 사람들이 이제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체의 본질을 바라보고 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질병 앞에서,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질병의 폭풍 속에서 인간과 공동체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질병에 감염되어 생명의 위협에 빠진 사람이 단지 숫자로 나타나고, 우리 곁을 떠나가는 생명들이 무미건조하게 카운팅되고 있다.
그 속에서 어떤 이는 불편해진 일상에 불평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이웃의 고통을 나누고 있으며, 또 다른 어떤 이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일탈을 벌이기도 한다.
망각은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지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합니다.
나의 목표는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과거를 일깨워 미래를 위한 보호막으로 삼는 것입니다. -엘리 위젤
삼풍백화점 붕괴,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 세월호 침몰 등 수십 명, 수백 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던 사건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치 히틀러에 의해 600만 명의 유대인들이 학살을 당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하나님은 무엇을 하시는가?
그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고,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이 책은 비통한 시대, 광기로 가득했던 시대를 살았던 한 어른의 기록이다.
그는 이렇게 소개된다.
‘루마니아 태생의 유대계 미국인 작가, 교수, 인권 활동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
그는 인간의 존엄이 가차 없이 쓰러지는 그 순간을 지켜봤으며,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족과 쓰라린 이별을 경험하였다. 우리가 아는 그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그는 A-7713이란 수감번호를 문신으로 새겼다.
그리곤 10년간의 침묵으로 자신의 언어를 찾아 헤맸고, 자전적 소설인 《밤》을 출간하며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증언하는 사람으로 알려진다.
무엇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입니다.
-1986년 노벨 평화상 수상 연설 중에서
그는 가해자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저항으로 승화시킨 사람이었다.
남아프리카, 니카라과, 코소보, 수단 등 세계 각지의 폭력과 억압, 인종 차별과 인권 침해가 있는 곳에 함께 했으며 세계 인권을 증진시킨 공로로 198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우리가 광기에 대해 공부하는 건 저항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위젤 교수가 대답했다. “광기는 저항과 반항의 핵심입니다. 광기가 없다면,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기준들을 따라 그저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만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세상을 둘러싼 또 다른 광기에 쉽게 휩쓸릴 위험이 있습니다.” -p191 <광기와 저항> 중에서
그는 40년 동안 보스턴대학교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했다.
자신의 평생 사명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였고 그의 소원대로 죽을 때까지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였다.
그는 교육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세상이 이렇게 혼란하고 복잡한 때일수록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단순한 행위가 희망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엘리 위젤에게 주어진 사명의 중심에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또 듣도록 하는 일이 있었다.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우리 모두 목격자가 될 수 있습니다.” -p65 <기억> 중에서

저자인 아리엘 버거는 엘리 위젤의 제자였으며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그의 조교로 그와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아리엘 버거 덕분에 엘리 위젤의 일생과 그의 사상을 알게 되었고 그의 학생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증오나 절망이 아닌 저항과 반항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인간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합니다. 그 후 나는 침묵에 대항해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희생자들이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을 때는 내 목소리를 빌려주려고 애썼습니다. 그들이 외롭다고 느낄 때는 곁으로 다가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기고와 연설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려 했습니다. -p202 <광기와 저항> 중에서
책을 읽는 내내 속 깊고 가슴 따뜻한 어른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을 고민하는 지금 인간 본성에 대한 희망을 가슴에 품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도덕적 정신의 목소리와 진실성에 대한 모범이었다.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우리 입에서 한탄이 나오게 만드는 그런 어른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움과 존경을 자아내는 그런 어른과의 따뜻한 대화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보았듯, 진실을 외면하고 악마가 없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결과는 하나뿐입니다. 악마가 더욱 힘을 얻게 되지요. 그렇다고 해서 항상 어두운 심연만 바라보면 쉽게 절망에 빠집니다. 희망은 선택이며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는 내 말이 터무니없이 들릴 수도 있고, 사실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저 선택이라고만 생각을 해보세요. 일단 우리가 선택한다면 그러니까 희망을 만들어내는 쪽을 선택한다면 두려움 없이 악마를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악마에게 저항하고 악마와 싸울 수 있는 첫걸음인 것이지요.” -p289 <행동주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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