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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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3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곽재식 지음/김영사)>

지구에서 우주까지 40억 년 전부터 먼 미래까지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하는 그들의 이야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의 충격은 가히 세계사 급이다.

우리가 스페인 독감(1918년에 처음 발생해서 2년 동안 전세계에서 2,500~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을 기억하듯이 다음 세대들도 코로나19를 기억할 것이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 과학적 지식이 전무한 나조차 관심이 생기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지금이다.

 

공학박사 출신의 소설가가 이야기하는 세균에 대한 이야기.

지구에 가장 오래 살아왔던 생명체, 무려 40억 년 동안 지구를 가득 채우고 번성하던 생물들이 인간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17세기 말이라니!

그것도 과학자, 의학도가 아닌 옷감 장수 출신으로 돋보기 렌즈를 만드는 일이 취미였던 사람에 의해!

 

비엔나소시지를 닮은 동그랗고 길쭉한 덩어리의 알갱이 모양의 세균.

지상의 모든 생명과 우리 자신의 생명이 모두 봉지 속에 든 이상한 국물 같아 보이는 지극히 단순한 세균의 후손이라는 사실과 바로 그 세균이 있었다는 이유로 오늘날 우리들이 다들 이렇게 태어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은 온갖 생각을 끝없이 하게 만든다. -p36 <1. 최초의 생명> 중에서

 

30억 년 전쯤 바닷속. 영양소가 풍부한 바닷속 깊은 곳, 옛 세균들이 살기 좋았던 장소를 떠난 일단의 세균들. 그들로부터 지구의 새롭고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그 주인공들은 먹을 것이 없고 위험한 햇빛만 쏟아지는 새롭고 낯선 곳인 바닷가 얕은 곳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바로 광합성의 주인공인 남세균cyanobacteria이다.

15억 년 전에 남세균은 이산화탄소가 많고 산소가 거의 없던 지구의 환경을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산소 기체를 1퍼센트에서 20퍼센트 가깝게 늘리면서 지구의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일명 산소 대학살이 일어난 셈이다.

수십 년간 사람들이 갖가지 방식으로 대장균을 연구한 결과, 대장균은 자기 몸을 동일하게 둘로 나누는 방식으로 새끼를 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몸이 세로로 점점 길어지다가 가운데가 갈라지며 둘로 나뉘는 방식으로 두 마리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몇십 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장균이 둘로 나뉘었을 때, 어떤 것이 부모이고 어떤 것이 새끼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둘은 거의 똑같은 상태로 쪼개진다. 어떻게 보면 천 마리, 만 마리의 대장균들은 모두 하나의 대장균이 조각조각 나뉜 것일 뿐이고, 그것들은 부모도 자식도 없는 것에 가깝다. -p122 <5. 불로불사> 중에서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는 발효음식의 최고이다. 이 발효 과정을 만들어내는 세균이 바로 류코노스톡이라 한다. 김치를 담가서 김장독에 넣어 겨울 동안 묻어두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살아남는 류코노스톡이 김치를 갉아먹고 여러 다른 물질들을 내뿜는데 그 물질들이 김치의 독특한 맛을 내는 데 도움을 준다.

 

비가 오면 흙이 젖으면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 이 냄새를 떠올려 볼 수 있는가?

사실 그 냄새는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물질의 냄새다. 이 물질은 흙 속에 널리 퍼져 사는 스트렙토미세스Streptomyces 속 등의 세균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이 물질이 물방울에 스며 날리면서 흙바닥이 젖는 냄새가 퍼지는 것이다.

비가 내릴 때마다 이상하리만치 옛 생각에 잠기게 하는 그 냄새는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이 가득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리는 냄새다. -p187 <7. 감시자> 중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는 서로 다르다.

일단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크기가 훨씬 더 작다.

사람이 세균이나 해충에 시달리는 것처럼 세균도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곤 한다.

세균은 스스로 증식하지만, 바이러스는 그렇지 못하고 그냥 다른 생명체에 잘 달라붙는 끈끈한 물질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보톡스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보툴리눔 균

우리나라 제철소들이 수입해오는 철광석의 절반 이상을 호주에서 수입하는데 그 대부분이 호상철광층에서 생산된다. 남세균들이 바닷물에서 철을 뽑아내서 쌓아둔 것을 우리가 이용하는 것이다.

세포의 자폭 장치인 카스파제라는 효소.

사람 피부에 사는 세균 중에 가장 흔히 발견된다는 표피포도상구균.

식중독 세균의 황제라고 할 수 있는 살모넬라균과 황색포도상구균.

가난하고 불우한 예술가들을 고생시킨 결핵균과 결핵을 치료할 묘약이 된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균. 스트렙토미세스에서 뽑아낸 물질이라 이름을 붙인 스트렙토마이신, 여기에서 유래된 항생제를 상징하는 마이신

하수처리장에서 물속의 여러 찌꺼기를 신나게 먹어 치우면서 끈끈한 액체를 뿜어내는 주글로에아 속으로 분류되는 세균들.

 

우리의 몸 안과 밖에 존재하는 세균들의 역사와 역할들을 공부했다.

곧바로 잊어버리겠지만 그 많은 세균과 함께 살고 있음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세균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따라 좋은 세균, 나쁜 세균이라 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균은 이미 수십 억 년 전부터 저마다의 역할을 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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