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2020-2 <소를 생각한다(존 코널 지음/쌤앤파커스)>

대지의 순환, 자연의 풍요, 그리고 생명이 주는 매혹...

우리 인류의 1만 년 동반자, 소를 키우며 알게 된 것들

 

작가는 자신을 아일랜드의 작가. 소 치는 농부의 아들.’로 소개한다.

아일랜드라는 나라 그리고 소치는 농부 모두 아늑하고 여유로운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책의 겉표지에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라 적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생명에 대한 인식을 뛰어넘는 현실에서의 인식을 간접적이지만 경험할 수 있는 책이었다.

농부.

세상에서 어쩌면 가장 오래된 직업이지만 가장 어렵고 힘이 드는 직업이 아닐까?

특히 자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존중받기 어려운 직업이 아닐까?

 

우리 목초지는 평평하며 울타리와 나무가 빽빽하다. 토질은 평범하지만 우리의 노고와 땀으로 개간했다. 부모님이 여기 살러 왔을 때는 온통 늪지와 잡초밭이었다. 아버지가 집을 지은 시기는 청년일 때였으며, 삶이 앞으로 나아가듯 느릿느릿 어머니와 함께 농장을 일궜다. -p20

 

연세 드신 아버지와 함께 농장을 운영하는 작가는 사회적 성공 가도에서 잠시 내려와 있는 상태이다.

고향을 떠나 세상에서 성공의 맛을 보았지만, 실패의 쓴맛을 안고 돌아온 고향과 가족 그리고 농장.

아일랜드 역대 최고로 습한 1월부터 6월까지 농장에서 소와 양을 돌보는 작가의 생활에서 우리가 그리는 목가적 낭만과 생명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 픽션이었음을 확인하였다.

  

  

삭신이 느른하여 새벽 3시와 4시의 자명종을 놓치고 계속 자버렸다. 마침내 6시에 일어나 마당에 나가보니 올해 최상의 새끼양이 죽어 있었다.

녀석을 큰 우리에서 끌어내어 빈 비료 포대에 넣었다. 자명종 소리를 못 들은 것을 자책했다. 그때 여기 있었다면 녀석을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저지른 모든 실수들, 잃은 사랑들, 떠나보낸 목숨들, 캐나다, 호주, 내가 맡았다가 저버린 기자, 영화감독, 작가 따위의 역할들을 떠올린다. 이제 농사꾼으로서도 실패했다. 이 새끼양에게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녀석의 죽음은 올 초에 나 혼자서 멋지게 받아낸 송아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빛을 강조하는 어둠처럼. -p253

 

아일랜드에는 아직 소의 공장식 축산이 자리 잡지 않았다. 이곳의 소는 대체로 초지에서 풀을 뜯으며, 풀을 자연적으로 구할 수 없는 겨울에만 우사에서 사육된다. 산업적 축산이 미래라고 생각하는 기술 기업인들이 보기에 나와 동료 농부들은 러다이트주의자요 과거의 유물이다. -p299

 

작가는 공장식 축산의 현실을 소개하며 경제와 과학이 결합한 현재의 축산이 가져오는 문제들을 지적한다. 광우병과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토양과 환경의 파괴, 대기 중 메탄가스 증가와 기후 변화 등등

 

1만 년 전에 존재하던 오록스가 가축화하면서 두 아종인 인도의 브라만과 유럽의 타우린이 생겨났다. 모든 현생종 소는 두 아종 중 하나에 속하며 둘 다 오래전부터 신성시되었다. -p52

 

소는 오래도록 인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신화적 동물이요 신의 수레요 은하수의 기원에서 정교하게 관리되는 먹이 사슬 내 제품으로 전락했다. -p302

 

우리는 소를 고기를 제공하는 하나의 물질로만 여기는 것은 아닐까?

육류 소비가 최고를 기록하는 것만큼 우리는 생명과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농장에서 생활하며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안도하고 있다. 기술에 의존하던 습관도 버리고 있다.

수영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달리기도 하며 평정심이 깊어져 가고 있다.

21세기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듯한 생활에서 오히려 삶의 진정성을 느끼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체이고 살아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농장에서 나의 월든을, 나의 생업을 찾았다. 나는 농장의 초지를 걸으며 내가 살아 있음을 안다. -p297

 

소와 양의 분만을 돕고, 갓 태어난 송아지를 돌보고, 병든 새끼 양을 치료하고, 더러워진 우사를 청소하고, 새끼 양의 죽음 앞에서 자신을 책망하고, 교대로 밤을 새워 소와 양을 돌보는 격한 노동의 무한 루프.

작가 스스로 농장의 일들이 노인과 바다의 늙은 쿠바인 어부가 커다란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는 일과 비슷하다고 상상했다. 새끼양들의 죽음과 송아지의 폐렴 그리고 아버지와의 갈등.

모두의 삶에 존재하는 제각각의 어려움과 불편함이 고스란히 농장에도 존재한다.

그 속에서 경험하는 자신의 변화. 다른 방식의 삶을 살게 된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

 

나는 가축을 단순한 짐승이 아닌 훨씬 소중한 존재로 여긴다. 가축은 역사의 피조물이요, 과거를, 우리의 과거를 담는 그릇이다. 나는 가축의 유전자와 몸에서 소뿐 아니라 주인인 농부들의 경주를 본다. 그 속에서 이야기들에 얹힌 이야기들을 본다.

작가와 농사꾼 중 어느 하나를 택할 필요는 없다. 둘 다 될 수 있다. 나는 농사꾼이자 작가이다.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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