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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ㅣ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9-135 <다산의 마지막 공부(조윤제 지음/청림출판)>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언젠가부터 우리는 마음을 삶에서 버려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것으로만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마음을 지켜내야 합니다.”
저자는 책의 앞머리에 자신의 고백을 담았다.
어둠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갈 때면 하루를 해냈다는 기분보다는 하루를 해버렸다는 허탈함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수없이 마음에 휘둘리며 한없이 비겁해졌다.
오늘을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하루를 살아내면 미처 정리되지 못한 삶의 미련들이 내 안에 쌓여 독이 된다.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독, 마음.
감히 나의 마음을 이해받을 수 있을까?
세상에 지친 정약용도 문득 이런 의문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자신을 위한 마지막 공부를 시작했다.
다산이 마주했던 마지막 삶의 주제
바로 마음이다.
이 책은 《심경》을 담은 책이다.
《심경》은 주자의 제자였던 송나라 학자 진덕수가 편찬한 책이다.
사서삼경 등 유학의 경전을 비롯하여 송대 학자들의 마음수양법도 포함되어 있다.
고전의 향기가 그윽하게 나는 아름다운 책이다.
인생의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잡고 정도(正道)와 중용(中庸)을 지키는 좋은 공부가 되는 책이다.
《심경》의 37구절을 공부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배우는 책이다.
공부는 결국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과정이다.
《맹자》 <고자장구 상>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곧 찾을 줄 알지만, 잃어버린 마음은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데 있다.
맹자는 성공과 명예, 물질과 권세를 탐하면서 정작 소중한 마음을 잃고도 찾지 않는 사람들을 질책하고 있다. 그리고 학문과 수양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마음을 지키는 것이고, 만약 마음을 잃었다면 그 마음을 찾아오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구속받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심이 있다.
순임금이 말했다. “사람의 마음은 늘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 그 중심을 붙잡아야 한다.”
바르지 않은 길 앞에서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바른 길을 갈 수 있다.
-어른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시경》에 이르기를 “상제께서 너에게 임하고 있으니 두 마음을 품지 마라”고 하고, 또 이르기를 “두 마음을 품지 말고 근심하지 마라, 상제께서 임하여 계신다”라고 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하늘뿐이다.
-당당함은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에서 나온다
그대가 방에 홀로 있을 때 살펴야 하니 이 때는 방구석에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 곳이라 하여 보는 이가 없다고 하지 마라. 신이 이르는 것은 헤아릴 수 없으니, 어찌 게을리할 수 있겠는가?
신독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단정함을 유지하는 태도가 아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만들어 가려는 간절함이다.
-비범함은 무수한 평범함이 쌓인 결과다
《주역》 건괘 구이에서 공자가 말했다. “평상시 말할 때는 믿음을 주고 평상시 행동할 때도 근신해 사특함을 막아 그 성실함을 보존해야 한다.”
용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일상을 돌아보며 노력했던 소소한 과정이 쌓인 끝에 태어나는 것이다.
-사자는 갈기가 없더라도 사자다
《주역》 곤괘 육이에서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삼감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의로움으로써 밖을 반듯하게 한다. 삼감과 의로움이 반듯이 서면 덕은 외롭지 않다. ‘곧고 반듯하고 위대해서 익히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것은 곧 그 행하는 바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어른이란 사소한 것에서부터 상식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마음이 흔들렸다면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정리하라
손괘의 상 풀이에서 말했다. “산 아래에 못이 있는 것은 덜어냄이니 군자는 이것을 갖고서 화를 누르고 욕심을 막는다.”
인간은 격정에 휘말릴 때가 아니라 잠시 멈췄을 때 오히려 스스로의 존재감을 똑똑하게 느낄 수 있다.
-매일 스스로를 허물어 거듭 시작하라
익괘의 상 풀이에서 말했다. “바람과 우레는 더함이니 군자는 이것으로 좋은 것을 보면 바꾸고 허물은 고친다.”
하루의 끝이자 시작인 새벽은 어제의 허물을 벗고 보다 나은 오늘을 맞을 수 있는 기회다.
-돌아볼 줄 안다면 돌아올 수 있다
복괘의 초구에 실려 있다.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오므로 뉘우침에 이르지 않으니 으뜸으로 길하다.” 이에 공자가 말했다. “안씨의 아들 안회는 거의 도에 가깝다. 좋지 못한 점이 있으면 알아차리지 못한 적이 없었고, 알게 되면 그것을 다시 행한 적이 없었다.”
인간의 일에서 가장 긴박하고 중요한 때는 잘못이 벌어진 순간이 아니라, 언제나 그 이후다.
-버려야 할 것을 못 버리면 스스로를 버리게 된다
공자는 네 가지를 절대로 하지 않았다. 사사로운 뜻을 품지 않았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일이 없었고, 고집을 버렸고, 아집을 버렸다.
버린다는 것은 자신을 정리하는 처세의 기술이 아니다. 스스로를 솔직하게 들여다볼 줄 아는 마음이다.
-인仁이란 평소에도 제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은 도달하기 힘든 경지를 제시한 다음 현실에서 냉소하라고 전해진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각성을 권유할 뿐이다.
-마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꺼내라
집밖을 나가서는 큰 손님을 대하듯 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받들 듯이 하며, 자기가 바라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 있어도 원망하는 이가 없고, 집안에서도 원망하는 이가 없다.
마음이란 구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먼저 타인에게 마음을 다했을 때, 비로소 남의 마음을 물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나다운 나를 지켜라
초연함이란 무덤덤해지는 것이 아니라 치우치지 않는 중심을 배워 나가는 것이다.
-자존심은 부끄러움을 아는 데에서 시작한다
자존심이란 타인이 나를 무시했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감정이다.
-스스로에게 모든 정성을 다하라
오늘은 어제와 내일을 잇는 다리다. 따라서 오늘에 성실함을 채워나가야 비로소 과거는 과거가 되고, 미래는 미래가 된다.
-마음을 정돈하고 싶다면 몸부터 바르게 하라
주변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부터 바꿔야 한다.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면 마음부터 지켜야 한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습관으로 만들어라
감성이란 축적된 지식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마치 자신처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이 쌓여 몸에 새겨져야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지키고 싶다면 벽을 세우지 말고 속을 채워라
나를 지킨다는 것은 외부의 모든 자극을 막고자 스스로를 비우는 고립이 아니다. 내부를 좋은 것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욕망과 타협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이 오래 되면 천성이 된다. 따라서 스스로 변화를 원한다면 어제까지의 습관을 오늘부터 단절해야 한다.
-인간이라면 사람 귀한 줄을 알아야 한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곧 사람이다. 사람과 사랑이 합해지면 그것이 바로 도다.”
-넓게 볼 줄 안다면 지금이 두렵지 않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매일 여덟 시간씩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직 일뿐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일과 삶을 따로 떼어놓을 수는 없다.
-경험에 휘둘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라
진정한 어른이란 살아온 경험과 겪어온 세월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다.
-마음을 지키고 싶다면 먼저 그 마음을 내려놓아라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는 버리겠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공부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과정이다
인간이 공부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기 위해서다.
-자신에게만 너그러울 때 사람은 괴물이 된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타인을 비춰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보는 것은 어렵다. 타인의 부족함에 혹독하고 자신에게 너그러운 이야말로 부족한 사람이다.
-손해 봐도 좋다는 마음이 더 큰 것을 가져다 준다
큰 부자들은 기부를 의무이자 특권으로 받아들여 주변과 부를 나눈다. 부를 오직 자신만을 위해 쓴다면 곧 축적한 부에 파묻힐 것이다.
-공부는 얼마나 하는지보다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글의 깊은 뜻은 대개 글줄이 아니라 글줄과 글줄 사이, 행간에 있기 마련이다. 글줄이 전하는 정보에만 갇힌 이들을 가리켜 우리는 헛똑똑이라고 한다.
-사람이라면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오직 인간만이 부끄러움을 안다.
-인간의 완성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스스로를 완성해나간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공허한 말이라고 여기고 쉽게 포기한다면, 스스로를 지킬 수조타 없게 될 것이다.
-성찰이 없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기왕 공부를 하기로 했다면 오직 나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타인에게도 이득이 되는 큰 공부를 해야 한다.
-마음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다
삶에서 목적이란 완성을 실현하려는 의지이며 목표는 목적을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목적과 목표를 혼동한다면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인간에게는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새벽의 시간, 날마다 스스로 회복해나갈 때 평단지기가 우리를 돕는다. 욕심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선한 본성은 점차 회복해나갈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배움에서 나온다
먼 길을 앞당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치지 않는 것이다. 당장 끓어오르는 두려움과 욕심을 버리고 쉬엄쉬엄 가다 보면 어느덧 도착지가 보인다.
-나를 만들어가는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고 마주하는 무수한 것들에 물들고, 반대로 주변의 존재들에게 스스로를 물들이기도 하는 존재다. 우리는 물들고 물들이는 색을 선택할 수 있다.
-사는 대로 생각하면 인간은 멈춰진다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못지않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무난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쉽게 이뤄진 것 같은 평범함 안에는 무수한 어려움을 거치며 형성된 비범함이 숨어 있다.
-마음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공부란 마음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사람답게 살고자 묻고 배우는 길을 가는 것이다.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나의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모든 것의 시작은 결국 나 자신의 마음에서부터다.
마음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은 그런 마음과 투쟁하고 화해하는 긴 여정이다.
공부는 마음을 나다운 것으로 채우기 위한 과정이다.
마음공부, 나의 동굴에서 마음을 기꺼이 들여다보는 고독.
이제 내가 나다워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