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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평점 :

2019-096 <철학의 역사(나이절 워버턴 지음/소소의 책)> #인문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작년에 버틀런트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읽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가 너무나 벅찼던 경험이 떠오른다.
솔직히 읽었다고 표현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나 자신의 밑바닥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나이절 워버턴의 ≪철학의 역사≫는 친절하고 간결하게 서술한 책이라 읽는 동안 엄청나게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물론 내용을 100% 이해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인류사에 흔적을 남긴 철학자들이 저자의 간결한 설명으로 등장한다. 마치 철학자들의 올스타전과 같은 느낌이 든다.
40개의 챕터를 이어오면서 소크라테스부터 고대와 중세, 근세와 근대, 현대를 아우르는 철학자들을 차례로 소환해낸다.
한 챕터의 마지막에는 다음의 주인공을 이끌어내는 단초들이 제공되면서 흥미를 유도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가 그토록 지혜로운 인물이 된 이유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항상 자신의 생각을 반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삶이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때에만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단언했다. 반성하지 않는 삶은 가축에게나 어울리지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p13
학력고사 세대인 내가 철학을 접하기란 암기과목의 일부인 ‘국민윤리’ 과목을 통해서였다.
그러다보니 시험에 나오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그것도 출제되는 내용만 달달 외우는 식으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철학자의 사상은 커녕 단순암기로 오해와 왜곡이 가득한 단편적 지식만을 머릿속에 욱여넣기만 하였다.
에피쿠로스에게 삶을 이해하는 열쇠는 우리 모두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있었다. 삶에서 고통을 없애고 행복을 증진하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삶의 방식은 아주 단순한 생활 방식을 택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친구들을 자기 주변에 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대부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사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욕망이 단순하면 충족시키기도 쉽고 중요한 것들을 즐길 시간과 에너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에피쿠로스가 말한 행복의 비결이었다. -p39
그러나 ≪철학의 역사≫를 읽으며 저자의 차분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철학자들의 사상의 일면을 안내 받는 기분은 행복하기까지 하다.
여행지를 다니며 친절하고 경험이 풍부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살짝 짐작해보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종교는 신이 세계 바깥의 어딘가에, 아마도 하늘에 존재한다고 가르친다. 바뤼흐 스피노자는 신이 곧 세계라고 생각한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이 점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신 혹은 자연’에 대해 썼다. 이 두 단어가 같은 대상을 가리킨다는 의미였다. 신과 자연은 단일한 대상을 기술하는 두 가지 방식이었다. 신은 자연이고, 자연은 신이다. 이것은 범신론, 즉 신이 곧 모든 것이라는 믿음의 형식이다. 이런 급진적인 사상 때문에 스피노자는 엄청난 곤란에 빠지게 된다. -p107
이성을 찬양한 임마누엘 칸트와 달리 니체는 어떻게 감정과 비이성적인 힘이 인간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를 강조했다. 니체의 관점은 무의식적인 욕망의 본질과 힘을 탐구한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거의 확실히 영향을 미쳤다. -p236
학교에서 들어보지 못한 철학자들의 사상과 철학자들의 생애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차분하게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들을 따라가면서 자신에 대한 질문과 세상에 대한 질문도 해보았다.
그에 대한 자신의 대답들이 소소하고 부족할지라도 스스로 질문할 수 있고 또한 작은 대답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철학자의 삶이 아닐까?
나 이전에 이러한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하였던 선인(先人)들의 지혜도 구해보는 시간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리라 믿는다.
인문의 시간, 철학의 시간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