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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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091 <직지2(김진명 지음/쌤앤파커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소재로 한 김진명의 장편소설 #직지 의 2.

소설의 시작이자 해결과제였던 희대의 살인사건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2편의 도입부에는 이 소설의 큰 기둥이 되는 두 인물이 언급된다.

카레나쿠자누스

그리고는 바로 세종의 한글 창제 과정이 소개된다.

 

직지와 한글 창제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요즘 상영되는 나랏말싸미에도 등장하는 한글 창제의 과정들.

신미대사와 주자소의 양승락과 은수.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마저 만류하는 한글 창제를 통해 권력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려고 하였다.

 

신미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왕의 바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글자는 누구나 한나절이면 익힐 수 있고, 보름이면 능숙하게 쓸 수 있도록 쉽고도 쉽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왕은 글자가 완성되면 바로 금속활자를 이용해 대대적으로 인쇄에 돌입하여 온 세상에 책이 넘쳐나게 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p23

 

그러나 기득권층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세계사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있는 자기나라의 문자의 창조를 반기는 기득권층은 없었다.

조국과 민족은 ‘1’도 상관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안위와 권력만을 추구하는 세력들에 의해 사면초가였던 세종의 모습이 쓸쓸하게 소설에 서술되어있다.

그 세종의 지원군이었던 신미와 주자소의 가족들의 운명도 평탄할 수는 없었다.

은수는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납치되어 중국으로 팔려간다.

이것이 이 소설의 전체 얼개를 이루는 시작이었다.

 

영화 같은 소설의 주인공이면 거칠만한 죽음보다 더한 고통들을 거친 후에 자신을 돌아보는 은수.

자신을 양녀로 받아들이고 도피시켜준 유겸, 객주에서 불한당을 제지하던 이름 모를 노인과 손님들, 모두 자신이 힘들어지더라도 남을 위해 나서는 거룩한 이들이었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이들이었다. 은수는 목에 걸린 은십자가 목걸이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목걸이에 새겨진 글귀를 되뇌었다.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Tempus Fugit, Amor Manet)”

은수는 라틴어를 깨우치면서 이 글귀가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는 뜻인 걸 알게 되었다. -p157

 

카레나와 쿠자누스의 목숨을 건 노력과 구텐베르크의 혼을 바친 10년 노력 끝에 드디어 1,286페이지 분량의 금속활자 성경 180부가 탄생한다.

작가는 구텐베르크와 직지 사이의 경쟁과 비교보다 금속활자의 탄생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또한 한글 역시 같은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직지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기 이전에 인간 지능의 금자탑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직지와 한글은 그 존재 자체가 소수의 독점으로부터 지식을 해방시켜 온 인류가 손잡고 동행하자는 지식혁명입니다. 이기심에서 벗어나 이타심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위대한 메시지가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p263

 

작가의 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최초 5G 시대를 이끄는 우리의 정보통신 기술 역시 위의 정신이 바탕을 이루었다고 강조한다.

저는 이것이 기술만이 아니라 직지의 저력과 한글의 정신이 결합해 발휘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상승작용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직지와 한글과 반도체는 인류의 지식혁명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3대 걸작입니다. -p265

 

살인사건의 배경과 해결과정보다 우리의 직지와 한글 그리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의 발명과정과 관련된 역사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의미를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어준 소설이었다.

 

7월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 내부의 반응들을 살펴보면서 김진명 작가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은수, 카레나의 마지막 문장.

상감마마, 새 글자는 완성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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