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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3월
평점 :
2019-079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류시화 지음/더숲)>
시인의 언어로 쓴,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읽으며 사랑의 감성을 느꼈던 작가.
그 언젠가부터 그의 글들은 영혼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잃어버리기 시작하던 그 영혼.
풍요로운 일상과 편리한 기기들과 세련된 매너들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잃은 듯 했고,
시인은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인도와 티벳을 헤매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 삶의 제자리가 바로 저 너머에 있는 듯 했다.
그러다 일상에 매몰되고 무언가 허전할 때면 다시 그의 글을 읽게 되기를 반복했다.
이번 책도 정신없이 바쁘고 그러면서 손에 쥐는 것은 없던 때에 읽게 되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책표지에 적힌 글이 최고의 위로의 말이 되었다.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시인이 내게 준 주문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다시 세상에 나간다.
나의 존재와 삶으로 나간다.
안전하고 확실한 것에만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행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안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 순간 삶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이다.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 게 아니다.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고통은 추락이 아니라 재탄생의 순간이고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중에서.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만약 우리가 전체 이야기를 안다면, 지금의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게 될까?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나 가슴은 안다. -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중에서.
단순한 생활과 음식이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나를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게 했다. 그 삶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순전히 내 영혼에 관한 일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일과 만남들이 줄어들면서 기쁨은 늘어났다. 사치가 문화를 창조하기도 하지만, 소박함은 정신을 창조한다. 그곳에서 나는 사원들을 들여다봤고, 신상들을 보았고, 그런 다음 나 자신 안에서 성소를 발견했다. - <융의 돌집> 중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한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를 멀리하고 기피하는 이유는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싫어지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 행운을 가졌는가? 누군가가 당신에게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 중에서.
신은 우리의 말을 들음으로써가 아니라 행위를 바라봄으로ㅆ 우리를 신뢰한다. 내가 설명하지 않는 것을 내 삶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에서는 ‘코람 데오’를 이야기한다. 즉 ‘신 앞에 선 단독자인 너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신 앞에서는 어떤 가면으로도 본연의 모습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나> 중에서.
추구의 여정에는 두 가지 잘못밖에 없다. 하나는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고, 또 하나는 끝까지 가지 않는 것이다. 어떤 길을 가든 그 길과 하나가 되라. 길 자체가 되기 전에는 그 길을 따라 여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시인 찰스 부코스키는 썼다. “무엇인가를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러면 너는 너의 인생에 올라타 완벽한 웃음을 웃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싸움이다.” - <어떤 길을 가든 그 길과 하나가 되라> 중에서.
그 유리잔처럼 나의 육체도, 내 연인의 육체도 이미 부서진 것과 마찬가지임을 알 때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해진다. 소중함과 가치가 두려움과 슬픔보다 앞선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은 ‘덧없고 영원하지 않으니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영원하지 않음을 깨달음으로써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다. ‘영원하지 않음’을 우리가 통제하려고 하지 않을 때 마음은 평화롭다. - <사과 이야기> 중에서.
어느 명상 센터에서는 이렇게 기도한다.
‘내가 가능한 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갖기를. 만약 내가 이 순간에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친절하기를. 만약 내가 친절할 수 없다면 판단하지 않기를. 만약 내가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면 해를 끼치지 않기를. 그리고 만약 내가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최소한의 해를 끼치기를.’ - <직박구리새의 죽음> 중에서.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며,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다.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 삶에 왔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곁에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그것이 이유가 있는 만남이든, 한 계절 동안의 만남이든, 생애를 관통하는 만남이든. - <누구도 우연히 오지 않는다> 중에서.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구덩이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그것이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일이다. 티베트 속담은 말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중에서.
신이 배치해 둔 표식들에 귀를 기울이라. 그러면 길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가 찾는 것이 사실은 우리를 찾고 있다. 표식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이미 길을 지나쳐 왔다면 잠시 뒤돌아보라. 당신이 여행한 어느 골목, 어느 지점에선가 당신의 시선을 붙잡으려고 기다리던 어떤 표식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당신의 삶을 변화시켰을지도 모를 우연히 넘긴 책의 한 구절이. 삶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 왔을 때가. - <우리가 찾는 것이 우리를 찾고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