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산다는 것 -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
게랄드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울리 하우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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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4 <존엄하게 산다는 것(게랄트 휘터 지음/인플루엔셜)> #철학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

독일의 살아 있는 지성, 세계적 뇌과학자 게랄트 휘터가 던지는 개인과 사회를 흔들어 깨울 대담한 화두

 

수업시간에 우리나라의 헌법을 가르친다. 우리나라 헌법의 가장 바탕이며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이념은 바로 인간 존엄성의 존중이다.

인간을 수단으로 삼지 말고 목적으로 대우하라는 헌법의 근본이념은 실제에서 얼마나 생명력이 있을까?

호모사피엔스의 등장과 함께 등장한 이념은 아니지만 인간이 스스로 이성을 인정한 이래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지키고자 했던 존엄

이 존엄에 대해 독일의 신경생물학자인 저자의 강의는 인간 모멸의 시대, 기계 부속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된 인간 무시의 시대에 강한 울림을 준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인간 소외, 생태계 파괴에 이어 이제 인공지능의 발달을 둘러싼 기술지배에 대한 걱정과 불안까지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은 가장 풍요한 시대에 가장 불안한 위기의 시대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이 책에는 존엄이란 이념이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과 뇌과학적인 해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결코 파괴될 수는 없는, 시대를 초월하여 끊이지 않는 신성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 소개된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서 인간이 목적이 되는 존엄을 어떻게 구현해야지, 자신에 대한 존엄을 갖춘 사람들이 살아가는 변화된 인생들이 제시된다.

 

인간은, 모든 지성적인 존재는 수단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목적으로 존재한다. 너 자신의 인격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격에도 인간성을 단지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 대우하라.” 이마누엘 칸트

 

인간의 존엄에 대한 관념과 인식의 시작은 결국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복잡하고, 개관하지 어려운 세상 속에서 반드시 따라올 결과였다.

인간의 뇌에는 인간으로서, 인간의 존엄에 대한 관념을 일깨울 수 있는, 더 나아가 일깨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특수한 조건이 있다.

바로 인간 뇌의 거대한 개방성 그리고 그것을 통해 평생에 걸쳐 이어지는 뇌의 가소성이다. /p90

 

개인의 차이를 뛰어넘어, 아니 더 나아가 그 차이 덕분에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관념.

그 어떤 사상이나 종교로도, 윤리 혹은 도덕적 가치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

바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각자의 경험만이 서로 다른 개인을 하나로 엮어주는 공통의 관념이 될 수 있다.

우리 안에 있는 지극히 인간다운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21세기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p107

 

존엄하지 않은 행동은 단기적으로 볼 때 성공적인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존엄하지 않는 행동으로 인해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무마했기 때문에 발생한 장기적인 문제들이 지금, 21세기에 이르러 더 이상은 간과할 수 없는 비참하고 자기 파괴적인 현실을 낳은 것이다.

바로 이러한 모멸의 시대,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개인의 행복한 삶과 모두의 공존을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지켜줄 관념을 따라가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먼저 우리의 근시안적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직접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진지하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의 방향성을 찾을 때까지 말이다. /p116

 

우리가 지금까지 파멸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을 열역학 제2법칙의 이론을 토대로 본다면, 인간이 가진 개방성과 자유라는 고유의 특성에 기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일치의 상태들을 진화와 학습, 능력 개발을 통해 일관성의 상태로 변화시키고,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 불일치의 상태를 다시 일관성 있는 상태로 바꾸는 데 기여하는 (그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모든 것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강화되고, 고착화된다. /p129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때로는 긍정적이고, 또 때로는 부정정인 경험들을 통해 우리는 내적 표상을 만든다. 공존에서 오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며 어떤 모습으로 인간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그에 대한 신념이 생기는 것이다.

이 관념이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될 때, 우리 뇌에는 특별한 내적 표상이 만들어진다.

바로 존엄이라는 표상이다. /p132

 

우리는 이제껏 인간의 생각에 맞춰 세상을 바꾸며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얻은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에 길들여지면서 인간다움의 본질과 공동체와의 조화라는 가치를 잊어버렸다.

21세기의 정보혁명과 IT기술의 발달로 세상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지만 더 많은 인간과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의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파괴의 정도가 심해지고 회복의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인간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인간 스스로의 가치와 본질을 찾아가는 결심이 필요하다. 존엄의 재발견이 핵심이다.

 

자기 존엄성을 인식한 사람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성공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광고 전문가들이 들이미는 그 어떤 대리 만족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자기 가치를 확인하려는 욕구에도 시달리지도 않는다.

이미 자신의 존엄을 인식하고 있기에 타인의 존엄을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은 곧 자신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p163

 

스스로가 신뢰할 만한 내면의 나침반을 발견하고, 이 나침반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는 것.

사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존엄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방향 없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

이처럼 자기 존엄성을 인식하는 일은 자유를 향한 첫 번째 단계이자, 자립을 위한 제 1막이다.

여자로서 혹은 남자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1. /p170

 

우리의 소중한 자녀들이 받고 있는 교육은 어떠한가? 사회적 요구에 대한 적응이라는 명분으로 지식과 문제풀이능력만을 강조하는 있는 것은 아닌가?

지식중심으로 교육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되어버린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발견하고 창조하기를 즐기는 인간의 본성을 억제 당하게 된다.

입시와 스펙으로 요약되는 우리의 교육은 과연 우리 아이들 스스로의 존엄에 대한 신념과 인식을 형성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가?

 

자기 존엄성을 인식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재산이나 지위, 명예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존엄함이란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법, 인간이 인간을 위해 책임지는 태도의 문제다. 얼마나 존엄한 관계를 맺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p198

 

목적의 왕국에서는 모든 것은 가격을 갖거나 존엄성을 갖는다.

가격을 갖는 것은 같은 가격을 갖는 다른 것으로도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가격을 갖기를 허락하지 않는 것은 존엄성을 갖는다.” -이마누엘 칸트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줄 내면의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방향을 잃지 않고 유혹에 흔들리지도 않는다. 존엄성을 인식한 사람은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나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높은 평가나 인정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의 존엄함을 해치지도 않는다. 상대방을 자신의 의도와 평가, 목적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존엄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다. /p210

 

우리 자신과 공동체는 스스로의 잠재력을 상실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여왔다. 스스로의 주체성과 자유를 짓밟아왔으며 이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이 아주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시스템의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드는 에너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그 시스템은 붕괴하기 시작한다. /p213

 

우리가 우리의 전체 인생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살겠다는 결심을 할 수는 있다.

나의 존엄을 인정하고 동시에 타인의 존엄을 인정하며 살아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자신과 공동체, 자신과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살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다.

그렇게 살다보면 이전까지 우리가 신경 쓰지 못했던 많은 부분이 우리의 삶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속도와 성과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우리의 생활이 자연과 공동체와 내면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다른 인생의 감정이 내 안에 가득하게 될 것이다. 주위에서 편안해지고 좋아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될 것이다.

나의 인생을 넘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삶이 변화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달라지고 조화를 이룰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려고 소비했던 에너지가 이제는 조화로운 삶으로 사용되면서,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충전되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스스로 존엄한 존재가 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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