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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평점 :
2019-060 <맨박스(토니 포터 지음/한빛비즈)>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봉건시대보다는 나아졌지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불평등 현상은 인간의 평등한 권리 행사와 자아실현에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성불평등을 개선하자는 주장을 갈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2년 전 ‘82년생 김지영’을 수업시간에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성불평등을 수업 주제로 꺼낸 적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들의 반응은 20, 30대나 기성세대의 남성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가정과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남성성(남자다움)’과 ‘여성성(여자다움)’에 대한 잠재적 교육과정의 강력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성폭력문제의 해결과 바람직한 남성성을 전파하는데 힘쓰고 있는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이다.
강연이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경험한 다양한 사례와 소개하기 불편할 수 있는 개인의 경험들을 통해 미국 내에서의 잘못된 남성성의 학습과 여성 폭력을 조장하는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또한 그러한 현상들의 원인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할 의식이나 태도를 꼼꼼하게 설명한다.
마초적이며 여성 폭력을 일삼는 나쁜 남자들이 아니라 선한 남자들이 여성 폭력을 조장하는 문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밝히는 부분에서는 살짝 나 자신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침묵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침해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이자 관행이 되면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면 결코 평등한 인간의 권리는 실현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대부분의 남성이 착한 심성을 갖고 있다 해도 이들 또한 일련의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결과 사회적 교육의 가르침대로 남성 중심주의, 여성의 비인격화, 여성 학대의 주범이 되고 만다. 이런 사회적 학습 과정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조금씩 그리고 꾸준하게 이뤄진다. 이렇게 학습된 행동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파고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널리 용인되어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남자라면 이래야 한다는 조건들은 ‘남성성 악순환의 굴레’라고 부르는 과정을 창조하는 데 일조한다. 우리가 강요하는 경직된 남성성의 조건들은 젊은이들과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남성성은 대개 남자다운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강요한다.
터프하고 거칠고 근육질이고 과격하고 두려움 따위 느끼지 않으며 상처를 무서워하지 않고 언제나 상황을 리드하는 것만이 남자라고 말이다.
맨박스는 남성들이 자신의 감정의 가드를 한껏 올리게끔 만든다. 가드를 내려놓고 감정에 충실하면 자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감정에 충실하다는 건 위험을 무릅쓸 배짱이 없음을 의미한다.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감정을 통제하도록 강요받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나약함의 증거라고 배운 남성들은 자존감과 성취도가 낮아지면 힘들어한다.
“여러분의 딸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았으면 합니까? 상상 속 세상에서 남자들은 어떻게 행동하던가요? 여러분의 아들들이 어떤 남자로 자랐으면 합니까? 어떻게 하면 그런 남자가 될 수 있을까요?”
남성들은 여느 지배 집단(백인, 부유층, 이성애자, 비장애인 등)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포기해야 할 기득권에 신경을 곤두세우도록 배워졌다. 그들의 기득권은 상대방 위에 군림하는 힘과 특혜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누리는 특혜를 노력으로 얻은 결과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에서 평등이 논의될 때 그들 지배 집단의 눈에는 소수 집단이 노력도 않고 특혜를 누리려는 것을 비춰진다.
지배 집단의 시점에서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탄압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이 사회가 모든 것을 노력으로 얻는 실력주의 세상이라 착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