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1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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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갤리온)>

베를린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저자가 형사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 11편을 한 권에 담았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만나게 되는 형사 사건에 대해 헌법이나 형법이 보장하는 인권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기자들의 기사나 전문가들의 주장들을 마치 우리의 생각인 냥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들이 침해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바탕에는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편견들이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형사 사건의 기준으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가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가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충분한가의 문제이다. 이 기준은 도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기준이다.

둘째는 피의자가 범인이라는 게 확정되었다면, ‘형량을 얼마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범인의 범죄가 얼마나 위중한 것인지, 그에 알맞은 형량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일에는 언제나 도덕이 끼어들게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저자는 피의자가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문제를 갖고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엽기적인 사건들이 소개되어서 놀라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니 독일의 사회적·문화적 환경을 느낄 수 있었다. 난민 문제, 극우 세력의 등장, 가족 해체, 인간 소외 등.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범죄들의 배경과 다른 것들이 몇몇 있었지만 물질중심의 자본주의에서 인간이 수단화되어지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비슷한 모양을 보이고 있었다.

인간이 목적이 아니라 대상이 되고, 수단이 되며, 가족이 정서적으로 따뜻한 지지를 상실한 새로운 감옥이 되는 세상이라면 책 속의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이 전혀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첫눈에 반해 결혼한 아내와의 신혼여행에서의 맹세. 그 맹세 하나로 존경받고 유능한 의사의 일생은 지워지고 집 안에 갇힌 죄수로 살게 된 노의사는 아내를 도끼로 토막 살인을 한다.

 

막대한 부를 쌓은 아버지로부터 학대 아닌 학대를 받으며 자라난 남매. 서로 의지하는 남매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자신들이 꿈꾸는 음악 인생을 살아가려던 순간. 불의의 사고로 남동생은 회복될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되고. 누나는 동생을 살해하고 만다.

 

레바논에서 독일로 이주한 카림의 가족. 마약이나 범죄의 구덩이 속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의 문화. 그 속에서 자신을 지켜나가며 가족을 지키려는 카림의 이야기.

 

전쟁이 벌어지던 고향에서 오빠를 잃고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꿈과 희망을 모두 잃어버린 이리나. 독일로의 밀입국 이후 살아남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노숙자인 칼레를 만나고. 이제 막 희망이 보이려던 순간 발생한 성매수남의 사망. 그리고 사체의 훼손과 유기.

 

팔레스타인 난민 아바스. 범죄와 마약 거래에 손을 대고. 그의 애인 슈테파니. 마지막 구렁텅이에 빠진 아바스를 구하기 위해 몸을 파는 슈테파니. 그녀는 최고급 호텔방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성매수남인 보하임이 살인범으로 지목된다.

 

갓난아기 때 버려져 입양된 미하카는 가정과 학교에서 학대를 받고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다가 은행 강도로 12천 마르크를 훔친다. 그리고 도망친 곳이 아디스아바바. 그곳에서 티푸스에 걸려 죽음에 가까이 가게 되고. 스스로 인생을 마감하기 위해 무작정 기차를 타고 아프리카를 기차 타고 걷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정신을 잃게 된다. 그런 미할타를 구해준 부족과 여자에 정을 붙이고 그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시킨다. 유명세를 타게된 미할타는 아내와 딸을 두고 독일로 강제소환 당한다. 독일에서 이전에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형기를 마치고 아내와 딸에게 돌아가기 위해 다시 은행을 털게 되고....

 

하나 하나의 사건들을 흥미진진한 소설과 같은 이야기로 이끌어내는 저자의 재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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