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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8월
평점 :
2019-049 <메스를 잡다(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을유문화사)>
세상을 바꾼 수술, 그 매혹의 역사
네덜란드의 외과의사인 저자가 인류 역사에 손꼽히는 수술들을 28개의 챕터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21세기 현재 숨 쉬고 사는 내가 너무 감사했다.
생각해보니 이전 시대에는 마취제도 없었고, 예방주사도 없었고, 엑스레이도 없었다.
요즘 같으면 간단한 수술로 살릴 수 있는 병도 과거에는 진단이 불가능하고 또한 수술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노예건 평민이건 귀족이건 심지어 왕까지도 숨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발달한 의료시설과 기술, 그리고 깨끗해진 위생수준, 좋아진 영양상태 등 인간의 수명은 점점 더 연장되고 있다. 그만큼 인간의 삶이 행복할 지는 의문이지만.
1장은 결석 제거술이 소개된다. 열악한 위생에 따른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방광결석.
17세기 암스테르담의 대장장이 얀 더 도트는 스스로 자신의 피부를 절개해서 무게가 110그램이 넘는, 달걀보다 큰 돌을 꺼냈다.
이 책의 2장에는 1963년 11월 22일 금요일에 암살당한 케네디 대통령의 수술이 소개되고 23장에는 범인으로 알려진 오즈월드의 수술이 소개된다. 급박한 순간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상황들과 수술의 절차들, 의사들의 진단의 차이와 선택들.
인류 최초로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성경책에 나와있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다. 성경에는 할례로 나와있는 포경은 중동의 기후와 문화의 영향이 컸다. 이 포경이 세계사의 주인공이었던 루이 16세에게도 등장한다. 공식적 기록은 없지만.
9장에는 1926년 10월 31일 복막염으로 사망하게 된 탈출의 명수 해리 후디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힘센 장사이기도 했던 후디니는 충수염을 제때 수술받지 못해 복막염으로 사망한다. 충수염은 흔히 맹장이라고도 하는데 남성의 8%, 여성의 7% 이상이 생애 중 경험하는 흔한 질병이다. 오늘날에는 배꼽으로 들어가는 복강경수술로 흉터도 남지 않고 시행되고 있다.
마취를 하지 않고 수술을 하면 환자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할까? 마취수술이 처음 행해진 수술은 언제였을까?
1846년 10월 16일 미국 보스턴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실시되었다. 치과 의사 윌리엄 모턴이 에드워드 애벗이라는 환자에게 에테르, 더 구체적으로는 디에틸 에테르를 흡입하도록 한 것이다. 애벗은 목에 생긴 종양을 제거해야 했고, 마취 후 외과 의사 존 워런이 수술을 마쳤다.
마취가 영국에서는 수술을 재빨리 해낼 수 없는 돌팔이 의사들에게나 필요한 ‘양키들의 사기행각’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인식이 바뀌게 된 계기가 바로 빅토리아 여왕의 수술이었다.
빅토리아 여왕의 출산의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 의사 존 스노의 활약이 있었다.
새롭고 흥미로운 분야로 여겨지던 혈관 수술은 인체의 가장 중요한 기관, 심장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한때 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절대 닿을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심장 수술의 발전은 1967년 케이프타운에서 크리스티안 바너드가 심장 이식 수술을 처음으로 성공리에 해내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2년 뒤에 인류 최초로 이룩한 달 착륙과 동등하게 여겨진 업적이었다.
결석 제거에서부터 시작된 수술이야기는 내가 상상도 못하는 영역까지 다양하게 이어졌다.
질식, 상처 치유, 쇼크, 비만, 장루, 골절, 정맥류, 복막염, 마취, 괴저, 진단, 합병증, 확산, 복부, 대동맥류, 복강경 검사, 거세, 폐암, 위약, 배꼽 탈장, 패스트트랙 방식, 수술 중 사망, 보형물, 뇌졸중, 위 절제 수술, 치루, 전기 등등.
의술의 발전사를 보면 우리 문화사가 보인다. 바로 백년, 이백년 전 아니 바로 이삼십년 전하고만 비교해도 우리의 위생과 건강에 대한 상식 등 문화적 환경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과거와 비교해보니 오늘이 얼마나 발전되었는지를 인식하게 되었다.
젊은 시절 청춘을 바쳐 의술을 연마하고 이제 반백이 되어 인술을 펼치고 있는 나의 친구들, 모두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