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평등 트라우마 - 소득 격차와 사회적 지위의 심리적 영향력과 그 이유
리처드 윌킨슨.케이트 피킷 지음, 이은경 옮김, 이강국 감수 / 생각이음 / 2019년 3월
평점 :

2019-047 <불평등 트라우마(리처드 윌킨스·케이트 피킷 지음/)> #사회/정치
소득 격차와 사회적 지위의 심리적 영향력과 그 이유
상위 10%가 차지하는 부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CEO는 직원들의 평균 연봉보다 600배 가량 더 받는다.
그럼 미국 다음 나라는? 짐작하셨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은 재벌중심의 성장정책이었다.
그 과정에서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되어왔고,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불평등이 구조화되면서 사회의 다른 분야에도 확산되었다.
고통은 경제적 빈곤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대한 심리적 영향력을 발휘하며 사회적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수많은 건강문제와 사회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불평등은 그것에 우리가 어떤 이름을 붙이는가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고통을 유발한다. 불평등이 커질수록 사회적 위협과 지위 불안이 커지고 위축과 복종, 종속 본능으로 이어지는 수치심을 유발한다. 사회 피라미드가 더 높고 가팔라지고 지위 불안이 증가하면 심리적 비용이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지위 경쟁과 불안이 증가하고 사람들은 상냥함과 이타심을 잃어가며 남을 폄훼하는 경향이 증가한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이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직장을 잡고 돈 잘 벌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그것이 행복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치르는 시험에서 우리는 서열을 경험한다.
진학하는 대학에도 서열이 존재하고, 취업하는 회사에도 서열이 존재한다.
그리고 각자가 생활하는 영역과 계층에서 수많은 서열이 존재한다.
어떤 서열에 존재하던지 각자가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해야 한다는 명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열의 기울기가 점점 커져버린 불평등한 사회에 속한 개인은 경제적 어려움에만 빠지는 것이 아닌 다른 사회적 조건에서도 결핍을 경험하게 되고 심지어 건강에서도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사회학의 여러 실험이나 논문을 근거로 불평등이 야기하는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을 지적해 나간다.
제시되는 그래프의 국가목록에 우리나라가 빠져 있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소득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계급과 지위가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불량한 건강 상태, 폭력, 낮은 교육 성취도 등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문제들이 모두 낮은 사회계층일수록 더 빈번하게 발생하며 동시에 소득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악화된다.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비교적 평등한 나라에 비해 정신질환 비율이 3배까지 높았다.
다른 수많은 건강문제와 사회문제에서 그렇듯이 하층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상층계급에 속한 사람들보다 정신질환에 걸리기 쉽다. 즉 정신질환은 사회적 기울기가 나타나는 문제, 다시 말해 소득이 낮아질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문제다.
우울증을 복종 및 종속과 연결 짓는 이론은 우울증이 복종해야 하는 상황 혹은 패배를 멈추거나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무능력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불안은 우울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도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수치심 및 복종과 관련이 있다.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성향을 드러낸다.
남을 이끄는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비교적 적게 받으며 어느 사회계층에 속하는지가 실제 소유 재산보다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모두에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 격차의 크기에 따라 소득 순위나 사회적 위치 혹은 지위가 더욱 중요해질 수도 있고 덜 중요해질 수도 있다.
불평등한 국가일수록 자기고양적 편견이 증가하는 현상과 실제 사망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건강 인식률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는 역설적인 경향은 모두 사회적 평가 위협의 증가와 이에 대한 반응을 반영한다. 거대한 사회적 평가 위협에 직면할 때 자기고양적 편견이 증가한다.
“불평등으로 사회 전체가 공감능력을 잃어감에 따라 집단 간에 벌어지는 격차와 사회적 거리를 연결하는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함께한다는 감각과 가장 취약하고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도 점점 잃어가고 있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물질주의와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소비가 아동의 행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질주의가 낮은 자존감, 우울증, 외로움과 관계가 있다.
물질주의는 인간이 타고난 소유욕이 징후가 아니라 불평등으로 심화된 지위 경쟁에서 자극을 받아 타인에게 자신의 자존감을 알리는 아주 기이한 소통 형태다.
타고난 능력이 이른바 능력주의 위계에서 인간이 어디에 속하게 될지 결정한다기보다는 애초에 사회적 위계에서 가정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명백한 아동의 능력과 향후 사회적 지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수많은 연구에서 빈곤한 삶이 아동에게 미치는 인지 손상을 입증했다.
“불평등과 환경적 위협, 그리고 더 높은 진정한 행복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 사이에는 강력한 연관관계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명백한 관계는 불평등이 심할수록 소비주의와 지위 과시용 소비가 심각해지는 현상이다. 물질적 차이가 심할수록 지위 격차가 벌어지고 사람들은 남들에게 자신이 어떤 인상을 줄지 더 많이 걱정한다.”
소득 격차의 확대가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타인을 도우려는 경향이 줄어들며 폭력 발생률이 증가하고 공동체 생활이 위축된다.
동시에 불평등한 사회에서 계층과 지위가 또 다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틀림없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이동성이 둔화되고 사회계층 간 결혼 비율이 줄어들고 있으며, 소득 수준을 불문하고 지위 불안 수준이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는 지위 불안에 상응해서 불평등한 사회의 사람들은 지위를 드러내는 사치품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려다 보니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빚은 늘어간다.
불평등의 세계를 평등의 세계로 변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저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경제 민주화이다.
노동조합의 활성화와 공정무역의 확대, 최저 임금의 인상 등 평등의 방향으로 변화시켜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장기적 대책은 경제부문에 민주주의를 확장해 나감으로써 세전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적인 진보 네 가지
1 평등이 더욱 확대되면 지위가 덜 중요해지고 어색한 계층 구분이 해소되기 시작한다. 또 사회적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사회 불안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낮은 자존감, 자기회의, 자신감 문제로 덜 시달리는 세상을 얻는다.
2 우리는 소비와 지위가 극대화된 사회에서 생산성의 증가로 더 많은 여가시간을 확보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3 고용에서 민주주의의 확대가 노동생활의 질적 향상을 가져다 줄 것이다.
4 더 평등한 사회에 살면 얻게 될 건강과 사회적 혜택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