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구원 - 미학하는 사람 김용석의 하루의 사고
김용석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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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3 <사소한 것들의 구원(김용석 지음/천년의 상상)> #인문

미학하는 사람 김용석의 하루의 사고

삶이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교수로서의 삶을 정년퇴임으로 내려놓고 이제 작가로 출발하는 저자의 주제는 인간 삶의 다양한 차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에 대해 작가가 부여하는 의미들이 들어있다.

우리의 인생은 엄청난 사건이나 의미 있던 이벤트로 채워져 있지 않다.

당장 어제 있었던 일이나 이번 주에 있었던 아니면 올해 들어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라.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져서 오늘이 되었고 우리의 인생을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소소한 우리의 일상에 대한 의미부여는 낯선 활동이 되었고 우리의 인생을 채우는 인간관계나 활동들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활동이 되어간다.

나의 인생에 대한 주인으로서의 인식이 부족한 현대인들의 생활이 반복되어지면서, 나의 인간관계들이 나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가까운 부부나 부모 자식 간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어떤 관계를 맺으려고 하느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모델로 삼고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사회적 압력들이 나의 기준이 되어 나를 옭아매는 경우는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따라서 그와 함께 의미를 부여해보는 연습을 한다.

내가 만나는 사물과 사람들과 사회들을 이전과는 다른 감각과 사고로 만나는 연습을 한다.

4쪽에서 6쪽의 그리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친한 친구나 형과 산책하는 느낌으로 읽다보니 책의 끝까지 와버렸다.

 

작가와 함께 일상의 미학을 경험하면서, 관습에 젖어 시간을 보내던 삶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스스로 삶을 구성해나가며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의 미래와 만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도덕적 타임머신을 타는 것이니 어마어마한 일이지요. 우리가 인생을 성찰하고 타인에게 마음을 쓰며 사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만남이 인생을 파괴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그만큼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마어마하게 소중한 것이니까요. -조심하며 산다는 것, 마음을 쓴다는 것

 

과정은 어떤 일의 반을 차지하는 것도 모든 것도 아니지만, ‘언제나 의미 있는 무엇일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의 완성은 과정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시작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수 있지만 성실한 과정은 시작의 의지에 성찰을 얹어줍니다. 과정은 시작한 일을 완성에 이르도록 하는 경로입니다. 과정이 곧 삶의 길이요, 인 것이지요. 과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곧 일상생활에서 도 닦기입니다. -걱정 말아요, 시작하는 동물

 

인간관계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앨프리드 더수자의 시구가 위무와 격려가 됩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고통의 근원을 잘 보아야 합니다. 상처받은 후에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일상에서 대하는 사람 그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삶이 사전 처방의 미덕과 지혜가 아닐까요. 이런 의미에서 시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시구를 이렇게 고쳐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주지 않을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주지 않을 것처럼

 

 

인간은 문명화 과정에서 사물을 구분해서 범주를 정하고 일정한 방식으로 동식물을 사육하고 경작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의 근원적 다양성에 대해 망각의 경험 또한 해왔습니다. 이런 경험이 종종 일상에서도 자연의 다양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합니다. 무심하게 바라본 얼룩말의 무늬는 모두 똑같아 보이고, 하늘의 별은 모두 오각형으로 반짝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초원의 얼룩말들은 다 똑같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생명의 원리를 알 수 없으며, “하늘의 별들은 다 똑같아!”라고 하는 사람은 우주의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너무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무수한 형태들

 

지식 기반 사회는 자신이 기반으로 삼는 것이 항상 변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 기반을 능숙하게 제어하며 유연하게 춤추는 사상누각을 지어야겠지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는 공적 영역에서나 사적 영역에서나 중요합니다. 모든 정책과 사업을 위한 계획과 시스템은 유동적인 기반 위에서 유연하게 춤추는 사상누각과 같아야 합니다. 지식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소모되며 소실되지만, 그렇게 유동적이고 역동적인 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능력 또한 춤추는 사상누각과 같아야 합니다. -흔들림 위에서 춤추라

 

우리 대학들은 교육기관의 역할을 회복해야 합니다. 대학 교육이 많은 사람의 일상적 관심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시급하고 엄중한 과제입니다. 이는 대학이 창의적 연구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대학교도 학교입니다

 

국가의 공직은 당연히 공공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아니 공공성 그 자체입니다. 도덕성과 공무 수행 능력은 바로 공적인 것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습니다.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이 공무를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이유는 윤리적인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실용적인 데에 있습니다. 나아가 업무 수행의 효율성 차원에 있습니다. 공공 의식의 결여를 내포한 도덕적 흠결은 공적 업무 수행 능력의 부족과 짝을 맺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여는 어떤 방식으로든 공적 업무 수행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우정이 온갖 방종과 범죄를 향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믿는 자들은 위험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친구를 맺을 능력을 준 것은 악덕의 동반자가 아니라 미덕의 조력자가 되라는 뜻이다. 미덕은 혼자서는 최고 목표에 이를 수 없고, 다른 동반자의 미덕과 결합할 때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케로. -친구에게는 옳은 것만 행하십시오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피노키오 이야기는 거짓말의 핵심을 꿰뚫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은 계속 자랄 수 있다는 것과 그렇게 자라는 거짓말도 도저히 감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피노키오의 코를 감출 수 있을까요

 

선거일은 축제일입니다. 투표일이 공휴일이라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선거 역시 인류 문명사에서 다양한 축제가 지녔던 특징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축제의 특성으로 비일상성, 공동체적 성격, 현실과 이상의 관계, 도덕적·교육적 차원 등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선거도 이 모든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축제의 종교성을 마지막으로 논하는 것은 그것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투표를 하며 우리는 기원합니다. 더 나은 나라를 염원합니다. 투표의 시간은 정치적 기도의 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한 표가 신성한 것입니다. -선거는 빛나는 별을 그리는 것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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