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국
정호승 지음 / 책읽는섬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2019-041 <못자국(정호승 지음/책읽는 섬)>

정호승 시인이 그린 24편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집이다.

시인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용서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마음을 울려주는 24편의 이야기와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들이 좋다.

사물이나 동물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항상 인간이 주인공이라는 고정관념이 살짝 흔들리면서 우리의 생각이 유연해지는 효과도 있다. 생각의 연습도 이루어진다. 그래서 동화가 좋은가보다.

왼손과 오른손의 다툼과 갈등과 화해와 사랑 그리고 감사로 책은 시작한다.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는 많은 사람들을 사물로 빗대어 등장시키는 시인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그 자리들이 갖고 있는 의미를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붙잡는다.

당신의 자리가 이런 의미라고, 당신은 이런 의미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사랑하고 감사하라고.

큰 바윗돌이나 작은 조약돌이나, 눈사람이나 종이배나 모두 각자의 의미가 있고 사랑할 자리라고.

 

하하, 푸른명태야, 바다인 나를 봐라. 파도는 바위에 부딪쳐 사라지지만 바다인 나는 그대로 살아남아 있지 않니. 죽음도 그와 같은 거란다. 바다의 파도와 같은 거란다. 그러니 죽음을 너무 염려하지 말아라. 넌 죽어서도 남을 위해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단다.” -명태

죽음 너머의 의미를 알려주려고 시인은 애를 쓴다. 모든 사물은 자신의 의미를 살려 남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다.

 

맞아. 너무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 바다도 똑같은 물이야. 냇물이나 바닷물이나 똑같은 물이야. 결국 그 물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내 마음이 문제인 거야.”

나는 바다를 시냇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종이배

세상을 살면서 두려움에 몰리는 순간 힘을 내라고 응원한다.

 

그래, 내 소임이 무엇인지 알고 죽는 것만 해도 퍽 감사한 일이야. 세상에는 자신의 소임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다가 죽는 이들도 참 많지” -우제어

소 발자국으로 생긴 작은 웅덩이에 빗물이 고여 그 안에 갇힌 송사리의 말을 빌어서 죽음을 대하는 당당한 자세도 강조한다.

 

대나무가 매듭을 짓는다는 것은 바로 고통을 참고 견디는 일이야. 마디를 만드는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지 못하면 결코 튼튼하게 자랄 수가 없어.’

그는 이제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그저 고요히 하늘을 향해 흔들리며 미소 지을 뿐이었다. -어린 대나무

시인의 응원은 계속된다.

 

남편이 못된 짓을 할 때마다 감나무에 못을 박기 시작한 아내. 무수히 박힌 못자국의 의미를 알게 된 남편의 회개. 남편이 고맙게 할 때마다 못을 다시 하나씩 뽑은 아내.

여보. 내가 당신에게 용서를 받으려면 아직 멀었어요. 못은 없어졌지만 아직 못자국이 여기 남아 있어요. 이 못자국마저 없어져야 겨우 용서받을 수나 있을까…….” -못자국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못자국을 남겼나 후회가 된다. 그 후회가 사랑으로 변하기를 빌어본다.

 

연어야, 저 많은 녀석들 중에서 도대체 내가 누구를 사랑해야 하니? 첫눈에 반하는 녀석?”

글쎄, 그건 아니고, 우선 상대방의 눈동자를 잘 살펴봐. 상대방의 눈동자에 네 모습이 아주 맑게 비치면, 그건 상대방이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비목어

외눈 물고기는 자신의 짝을 만나 서로의 눈이 짝을 이루어 함께 헤엄치기를 소망했다.

 

지금 나 자신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먼저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나 자신을 용서함으로써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남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존재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고통스러운 내 삶의 상처가 더 이상 썩어 가게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용서 잘하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먼저 나 자신을 용서함으로써 나에게 상처 준 자를 용서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나를 먼저 용서합니다p.16~17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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