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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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임호경 역,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열린책들, 2011. 

Bernard Werber, [NOUVELL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2009.

 

  몇 년 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가 그린 길쭉한(?) 형상의 여인 초상화를 매우 좋아해서 정말 큰 기대를 하고 찾았습니다. 작품 사이 사이에는 습작들도 함께 전시되었는데요. 역시 명작은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습작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광적인 팬은 아니지만, 그가 쓴 어느 에세이의 서문에서 '소설가의 머릿속 서랍'이라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소설가는 소설을 쓸 때 머릿속에 많은 서랍이 필요합니다. 자잘한 에피소드, 사소한 지식, 작은 기억, 개인적인 세계관(같은 것)... 소설을 쓸 때면 그런 소재가 여기저기에서 도움이 됩니다."([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비채, 2012. p.6) 다른 창작물과 마찬가지로 소설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꾸준한 준비가 있어야 하는군요. 역시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만약 소설가의 서랍이나 컴퓨터 폴더, 또는 비밀 노트 같은 것을 몰래 훔쳐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조금은 발칙한 생각이지만,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은 마치 이러한 바람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소설의 재료가 듬뿍 담긴 소설가의 비밀 노트를 '상상력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드러내 보입니다.

 

  186. 성장

  옛날에 경제학자들은 성장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장률은 국가, 기업, 가계 등 모든 구조의 건강성을 재는 척도가 되었다. 그러나 고개를 숙인 채 늘 앞으로만 돌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팽창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우리를 압도하기 전에 그것을 중단시켜야 할 때가 왔다. 경제적 팽창주의에는 미래가 없을 것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상태는 하나뿐이다. 힘의 균형이 바로 그것이다. 건전한 사회, 건전한 국가, 건전한 노동자란 주위 환경을 해치지도 않고 주위 환경에 해를 입지도 않는 사회나 국가나 노동자다. 우리는 더 이상 자연과 우주를 정복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자연과 우주에 통합되어야 한다. 우리의 유일한 슬로건은 조화이다.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사이의 조화로운 상호 침투가 필요하다.

  인간 사회가 더 이상 자연 현상 앞에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되는 날, 인류는 우주와의 항상성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때 인류는 평형 상태를 맞게 될 것이고, 다시는 미래에 자신을 던지지 않게 될 것이며, 멀리 있는 목표에 매달리지도 않을 것이다. 인류는 아주 소박하게 현재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p.332)

 

  236. 왜와 어떻게

  장애물이 앞에 나타났을 때, 사람이 보이는 최초의 반응은 대개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거지?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잘못을 범한 사람을 찾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에게 부과해야 할 벌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똑같은 상황에서 <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라고 자문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일이 제대로 되게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생길 것이다. 현재 인간 세계는 <왜>라고 묻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어떻게>라고 묻는 사람들이 다스리는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p.406)

 

  307. 함께 있기

  수피즘 철학에 따르면, 벗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은 행복을 얻는 방법 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에 속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위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앉아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서로를 바라보아도 되고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같이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더 이상 마음을 쓰거나 떠벌릴 필요도 없다. 그저 말없이 함께 있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p.510)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어쩌면 프랑스보다도 국내에서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작가는 이미 열네 살 때부터 소설을 위한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기록을 해왔다고 합니다. 30년 이상 써온 그의 노트에는 스스로 떠올린 영감, 상상을 촉발하는 이야기, 발상과 관점을 뒤집어 놓은 사건, 인간과 세계에 관한 자신의 독특한 해석... 등 다양한 내용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추려 총 383개의 색인으로 편집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상상력 사전'이라는 제목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책을 읽으며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사고를 접할 수 있어서 실제로 상상의 폭이 넓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스 신화가 잘 정리되어 있고, 감성적인 시가 있으며, 인간의 심리 분석과 사회학적인 이론, 물리학의 법칙, 철학적 사고, 역사, 음식, 문화, 상징... 그리고 가십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세계관을 자극합니다. 그의 소설을 읽으신 분들은 소설의 모티브나 소재로 사용된 내용을 발견할 수도 있을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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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6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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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 김선영 역, [경우], 비채, 2013. 

Minato Kanae, [KYOGU], 2011.

 

  어린 시절에 유리창 너머로 진열된 장난감이 무척이나 가지고 싶어서 만약 상점 주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이 매우 귀찮아서 미국이나 영미권 국가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도 해 보았고요. 사회에 나와서는 부모님께서 좀 더 영향력이 있었더라면...? 일본소설을 읽으면서는 일어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었더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가끔은 끊임없는 욕망을 상상해 봅니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상대적으로 기근이나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판단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정신을 차립니다.

 

  사람을 대하다 보면, 종종 어떻게 저런 말(행동)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는 전혀 다른,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그 사람의 생활 환경을 의심해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출생의 처지나 살아온 형편이 삶을 좌우하는 것일까요? 인생은 한 개인의 노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여겨지지만, 사실 성숙한 인격을 갖추고 흔히 말하는 자수성가를 이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 나름대로 처지나 형편이 있을 테니까요.

 

  경우(境遇)

  1) 사리나 도리

  2) 놓이게 된 형편이나 처지

 

  기막힌 사연으로 부모를 잃었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아로 자라야 했다면? 다행히 빠른 입양으로 좋은 양부모를 만나 유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 아니, 입양이 거부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시설에 위탁되어 있어야 했다면? 성격이나 인생의 방향이 전혀 다른 두 여자가 단지 출신이 고아라는 것으로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우리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처지가 같아서일까?"(p.44-45)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새로운 소설 [경우]입니다. 매번 그녀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제목을 눈여겨보는데요. 이전의 [고백](비채, 2009.)에서는 등장하는 인물의 고백으로 모든 서사가 진행되었다면, [왕복서간](비채, 2012.)에서는 주고받은 편지로 모든 전개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쩌면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른 인생을 사는 두 여인의 삶과 경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요코의 부모님이 누군지, 내 부모님이 누군지는 몰라.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불쑥 솟아난 건 아니야. 누군가의 뱃속에 있다가 태어난 거지.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단지 그게 누군지 모를 뿐이지. 모른다고 해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건 이상하잖아? 애초에 자기가 누구와 이어져 있는지 아는 것도 삼사 대가 고작이잖아. 요코는 요코의 아버지, 어머니와 이어져 있어. 나는 내 아버지, 어머니와 이어져 있고."(p.46-47)

 

  요코와 하루미는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어린 시절 보육 시설에 맡겨졌습니다. 다행히 요코는 빠르게 입양되어 비교적 유복하게 자라났고, 지방의회 의원인 남편과 아들을 두고 모범적으로 살아갑니다. 하루미는 보육 시설에서 자라나 자신의 부모를 찾기 위해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여전히 싱글로 살고 있습니다. 이 둘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는데, 다른 인생을 살면서도 서로의 출신이 비슷해서인지 깊은 유대를 형성하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고민을 들어주고, 진심으로 조언하는...

 

  도리에 어긋난 일이라도, 깨닫지 못하면 죄가 되지 않는 걸까?

  깨닫지 못하면 죄가 되지 않는 걸까?

  잊어버리면 죄가 되지 않는 걸까?

  죄가 되지 않으면 벌받을 일도, 속죄할 필요도 없이 태연한 얼굴로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 걸까?(p.85-86)

 

  그러던 어느 날, 요코는 하루미의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파란 하늘 리본>이라는 그림책으로 엮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하루미는 요코의 재능을 칭찬하며 축하해 주는데요. 정치가의 아내로, 인기 작가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요코에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소설의 시점은 [소녀](은행나무, 2010.)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번갈아가며 각자의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코와 하루미의 심리묘사는 단연 일품인데요. 겉으로는 순탄하게 보여도 정치가의 아내로, 명문가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고뇌와 자녀를 향한 간절함이 요코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자유를 만끽하는 화려한 싱글처럼 보이나 아직 제대로 된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친부모를 찾기 위해 과거에 집착한 불안정함이 하루키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주변 인물 각자의 처지와 형편에 관한 치밀한 묘사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더구나 화해와 힐링의 메시지까지...

  이번 작품에서도 독특한 구성으로 완벽한 짜임새를 갖추는 작가의 글솜씨는 마치 작은 톱니바퀴 하나하나가 맞물려 시곗바늘을 정확히 움직이게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은 [고백]과 비교하여 이번에도 전작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평가를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그녀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고, 이번에도 그녀만의 스타일로 제대로 된 작품을 썼다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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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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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 권영주 역,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비채, 2012. 

Mitsuda Shinzo, [MAJIMONO NO GOTOKI TSUKUMONO], 2006.

 

  몇 년 전 일본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아는 작가가 거의 없어서 무턱대고 오쿠다 히데오와 히가시노 게이고만을 사들인 적이 있습니다. 히데오는 처음으로 만난 작가이고, 그의 작품을 통해서 일본소설에 매료되었다고 할까요? 유쾌함으로 사회를 풍자하는 메시지가 좋아서 금세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게이고는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이라는 입소문과 함께 당시에 영화 <백야행>(박신우 감독, 2009.)의 개봉으로, 그의 작품이 TV 드라마와 영화로 다양하게 제작되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아직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라 신선하게 다가왔고요. 아무튼, 지금까지 두 작가의 작품을 제일 많이 읽고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인터넷 카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가에 관한 정보가 무엇보다도 절실했습니다. 히데오와 같은 글솜씨에 게이고와 같은 치밀함이 있는... 아니, 일본소설을 좀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원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알게 된 이름 중의 하나는 바로 '미쓰다 신조'입니다. '본격 호러 미스터리'라는 특이함으로 그의 작품을 읽은 대부분은 공포의 전율과 추리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호평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위시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드디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염매(厭魅)

  1) 가위 누르는 귀신

  2) 짚으로 만든 인형(제웅)을 매개로 삼는 주술의 일종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병에 걸리게 하려고 귀신에게 빌거나 방술을 쓰는 행위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은 조금은 예사롭지 않은 제목인데요. 전후 시대를 배경으로, 옛 화족 가문의 출신임에도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괴담을 수집하는 소설가 '도조 겐야'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입니다. 시리즈의 제목은 '... 하는 것'이라는 패턴을 보이는데, 이미 국내에는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비채, 2010.)과 [산마처럼 비웃는 것](비채, 2011.)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도조 가문이 과거 도쿠가와가의 남계 자손이며 그 때문에 메이지 2년 행정관 포고(포달)로 화족 계급이 탄생했을 때 공작으로 서임되었다는 사실을 안 다음이었다...

  아버지 말로는 화족은 가문에 의한 것과 국가에 대한 공훈에 의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가문에 의한 화족은 옛 황족이나 궁중 귀족, 제후, 승려와 신관, 충신 등의 집안이 대상이다. 국가에 대한 공훈의 경우는 정치가, 관료, 학자, 기업가 등의 문공과 군인 등 무공으로 나뉜다. 작위는 당시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이렇게 다섯 개로 나뉘었다고 하니 도조가가 얼마나 명문인지 알 수 있다.

  하기야 도조의 아버지 가조는 젊었을 때부터 특권 계급을 싫어했던 모양이다. 이윽고 장남인 자신이 호주가 되어 공작의 지위를 계승해야 한다는 현실에 반발해, 집을 뛰쳐나오다시피 해서 오에다 다쿠마라는 사립탐정의 제자로 들어갔다. 그 때문에 도조가에서 의절당했는데, 그게 지금은 명탐정으로 유명한 도조 가조라는 말을 듣고 나도 놀랐다...

  그런데 그 아들인 겐야는 아버지의 탐정사무소를 이어받기 싫어 방랑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니 하여간 이상한 부자다. 걷는 길은 달라도 부자가 닮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p.255-256)

 

  괴이담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첫번째 버릇과 이따금 괴이를 해석하고 싶어하는 두번째 버릇 그리고 꼭 합리적 해결을 본다는 보장은 없다는 세번째 버릇(이를 버릇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는 결국 이 버릇들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터무니없이 기괴한 사건에 말려들어 심지어 위험에 처하곤 한다.(p.179)

 

  비단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모든 소설에서 매력있는 주인공의 설정은 글을 읽는 독자에게 커다란 재미를 선사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와 스릴러에서 그 효과는 더 크다는 생각이고요.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는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 만합니다. 명문가의 출신으로 가업을 이어가기보다는 변화의 바람인 청바지를 입으며, 괴담이라면 앞뒤를 가리지 않아 때로는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합리적으로 괴이를 추리하고 해석하여 의문을 하나씩 해결해 나갑니다.

 

  마귀 계통인 가가치 집안과 마귀 계통이 아닌 가미구시 집안이라는 대립하는 두 구가(舊家), 신령에게 납치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사라진 아이들, 인습의 의례 중 죽으면 산신령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노파, 생령을 봐서 그에 씌었다며 시름시름 앓는 소녀, 염매(厭魅)가 나왔다고 수군거리는 마을 사람들, 죽은 언니가 돌아왔다며 두려워하는 동생, 흉산을 침범했다가 공포 체험을 한 소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에 쫓기는 무녀.

  그리고 내가 마주친, 뭐라 말할 수 없는 불가해한 상황에서 잇따라 끔찍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과 그들에 얽힌 소름 끼치는 수수께끼들.(p.8)

 

  소설은 가가구시촌이라는 어느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비교적 작지 않은 공간이지만, 본격 미스터리답게 때로는 밀실의 환경이 되기도 하고 미로의 역할을 하여 사건의 의문을 증폭시킵니다. 마을 안에는 대립하는 두 개의 가문이 있는데, 흔히 윗집이라고 부르는 가가치가와 큰신집이라고 부르는 가미구시가입니다. 두 집안은 마귀 계통과 마귀 계통이 아닌, 흑으로 상징되고 백으로 상징되는, 대대로 쌍둥이 무녀를 배출하여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과 이제는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사람... 그리고 호러 미스터리답게 허수아비신과 뱀신의 전승과 초자연적인 신비현상이... 서로 공존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장벽을 쌓은 사람들 사이에서 의문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우연히 괴담 수집을 위해 마을을 찾은 도조 겐야는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고요.

 

  괴담을 찾아 여행하며 환상소설을 쓰는 주인공은 어쩌면 호러 소설을 쓰는 작가 자신을 작품 속에 투영해 놓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리즈의 처음이라서 아직 구체적인 돌출행동은 보이지 않지만, 평범하지 않은 출신 배경과 독특한 생활 방식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합니다. 호러와 미스터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글솜씨는 과연 미쓰다 신조라는 이름이 허상이 아님을 잘 알려주고 있고요. 그리고 혀를 내두르게 하는 방대한 사전조사는 작품을 쓰는 작가의 열정이 보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생의 산전수전을 겪을 대로 겪어서인지, 아니면 호러 장르에 관한 알레르기(?) 때문인지...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무서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소설의 진행과 개인의 일기, 작가의 취재노트와 등장인물의 수기는 입체적인 구성처럼 보이나 이야기의 전개가 느려서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들었고요. 아무래도 호러는 저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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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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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비채, 2006. 

정호승,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비채, 2013.

 

  2월 한 달은 귀에 문제가 있어서 아쉽게도 책을 별로 읽지 못했습니다. 눈이 아픈 것도 아닌데, 귀가 아픈 것과 독서를 하는 것 사이에 무슨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귀에는 우리 몸의 균형과 평형을 감지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메니에르병이라고 해서 여기에 이상이 생겨 평상시에도 머리가 심하게 어지럽고 멀미 상태로 구토를 유발하는 증상이라 일상생활조차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치료가 어렵거나 위중한 병은 아니지만, 고통을 겪는 환자의 처지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기분 나쁜 병입니다. 의학에서 발병의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피하고 카페인을 줄이고 저염식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아무튼, 귀는 소리를 듣는 본질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이러한 내 귀에 좋은 소리를 많이 접해야 하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고요.

 

  오랫동안 특정(?) 종교에 관심을 두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이면 빠짐없이 모임에 참여하고 예배를 드렸는데요. 물론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겠지만, 한 가지 특징은 모두가 좋은 말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일주일간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 하루 그곳에서만큼은 선한 마음으로 서로 인사하고, 격려하고, 축하하고, 위로하고, 칭찬하는... 어쩌면 신이 있어서 복을 내려주는 것보다도 공동체 안에서 긍정의 대화를 나누며 힘을 얻고 용기를 얻는 것은 아닌가? 라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아브라카다브라

  마술의 주문인 아브라카다브라는 히브리말 'Habracadabrah'에서 나온 것으로 '말한 대로 될지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즉, 말로 나타낸 일들이 실제로 이루어지리라는 뜻이다. 중세에는 열병을 다스리기 위한 주문으로 이것을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손재주 마술사들이 이것을 마술의 주문으로 차용하게 되었다. 그들은 마술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즉 관중이 곧 멋진 구경거리를 보게 될 찰나(말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에 이 말을 사용하였다.(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임호경 역,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열린책들, 2011. p.339)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말에는 어떤 힘이 있고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치에 맞는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사소한 말실수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짐작하기를 생각이 말을 지배한다고 여기지만, 최근의 어떤 연구에서는 생각이 말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말이 생각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즉 사람은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이러한 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와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서 말의 도구를 사용하여 희망과 용기, 격려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권의 제목이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입니다.

 

 

1)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가 아버지처럼 큰 힘과 용기를 줄 때가 있습니다. 책에서 읽은 한 줄의 글귀가 어머니처럼 큰 위안과 위로를 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말과 구절들을 만날 때마다 늘 마음속에 새겨두거나 시작노트 한 귀퉁이에 메모해두곤 했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꺼내어 마음속에 새기거나 읽으면서 제 인생의 소중한 물과 밥으로 삼았습니다.(p.6)

 

  글을 쓰는 작가의 기본 소양은 좋은 글을 많이 읽고, 그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수집하는 것일까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작가의 삶 속에서 만난 힘과 용기를 주는, 위안과 위로를 주는 메시지를 메모해 두었다가 한 권의 책으로 펼쳐낸 작품입니다. 실제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원하지 않는 실패를 경험합니다. 처음으로 용기 내어 사랑을 고백했으나 단숨에 거절당한 적이 있습니다. 중요한 시험을 잘못 보아서 1년을 다시 준비해야 했고요.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때도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헤어짐이 있었고, 때로는 억울한 누명으로 책임을 떠안기도 했습니다. 기나긴 인생의 여정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당시에는 왜 그렇게 힘들고 좌절을 느껴야 했는지... 그리고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선배의 따뜻한 말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책장을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 곡선으로 직선을 그려라,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사랑하라, 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가,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매일 죽으나, 두려워하지 않으면 단 한 번밖에 죽지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30분만 더 버텨라...

 

  산문 형식으로 쓰인 67개의 잠언은 작가의 삶이 녹아 있고, 로마 가톨릭을 배경으로 하는 종교의 메시지가 있으며, 부처의 가르침과 현자의 격언이 있고, 작가의 시와 인생에서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시인의 수려하고 유연한 글솜씨는 전반적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와 위로의 메시지를 던지고, 때로는 거친 파도처럼 밀려와 인생의 항로를 이끌기도 합니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10년 뒤에 내가 무엇이 되어 있을까를 지금 항상 생각하라

  나의 미래는 지금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나의 미래는 나의 미래가 결정짓는 게 아니라 나의 오늘이 결정짓습니다.(p.41)

 

  대패질하는 시간보다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

  박완서 선생도 마흔이 넘어서야 작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일찍 이룰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찍 핀 꽃이 튼튼한 열매를 맺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얼마만큼 오랜 시간 동안 참고 견디며 얼마나 정성껏 준비했느냐가 중요합니다.(p.81)

 

  지갑에 돈을 가득 채우는 것보다 방안에 책을 가득 채우는 게 더 낫다

  어쩌면 인생은 책입니다. 인생이라는 책은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그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마구 넘겨버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읽습니다.(p.131)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p.155)

 

  남의 흉은 사흘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내가 사는 게 아닙니다. 내 인생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p.201)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

  목표를 가질 때 잠재능력이 일깨워집니다. 저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시인이 되었습니다. 평생 시를 쓰면서 살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시를 쓸 수 있습니다.(p.283)

 

 

2)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이 책에 있는 '한마디'는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이들의 인생의 과정이자 결과의 소산입니다. 누구의 인생에나 해당되는 말씀의 보석이며, 인생이라는 사막의 우물입니다. 이 고단한 인생의 사막에서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런 말씀의 우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우물에서 인생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지혜와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물론 이 한마디 말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말씀을 통해 내 인생을 어떻게 형성하느냐 하는 실천이 더 중요합니다."(p.4-5)

 

  경제의 불황과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맞물려 있는 가운데 최근 몇 년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멘토임을 자청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책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어느 한 편에서는 사회 구조와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왜 개개인의 문제로 몰아 모두가 더 치열한 경쟁의 늪에 빠지게 하느냐... 라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현상만을 보면 요즘에는 힐링이 대세인 듯합니다. 하지만 과열된 힐링의 열풍 속에서 정말로 치유를 얻는 젊음은 얼마나 될까요? 현실과 동떨어진 메시지는 공허한 울림에 불과하고 절망의 벽 앞에서 진짜로 필요한 것은 용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 이어서 7년 만에 나온 후속 작품입니다.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세요,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은 있다...

 

  전작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인간성은 오히려 후퇴하여 인생은 고단해졌습니다. 경제는 지속해서 성장했으나 주머니 사정은 여전하여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20대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하여 3포 세대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고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순탄치 않은 인생의 모퉁이에서 만난 한마디의 말은 76개의 잠언이 되어 보다 폭넓고 세밀하게 다가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책 속에는 사제의 강론, 현자의 가르침, 철학가의 강의, 문학가의 이야기, 시인의 노래, 그리고 인생의 선배가 들려주는 조언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을 눈으로 즐기고 생각에 머물기보다는 하나하나 작은 실천으로 내 인생 변화의 밑 걸음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모든 벽은 문이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에게도 '해리포터 시리즈'는 인생의 벽 앞에서 작가 자신이 연 용기의 문이었습니다. 이혼 후 어린 딸을 데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벽 앞에 서 있었지만 그녀는 해리포터를 씀으로써 벽을 문으로 만들었습니다.(p.21)

 

  사진을 찍으려면 천 번을 찍어라

  저는 이제부터라도 시를 한 편 쓰더라도 천 번을 써야 합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입니다.(p.66)

 

  눈을 짊어지고 우물을 메우는 것처럼 공부하라

  "아들아, 젊을 때 하는 공부도 이와 같다. 눈을 짊어지고 우물을 메우는 것처럼 열심히 공부해라. 아무리 힘들어도 노력엔 끝이 없는 법이다. 우물에 흙을 져다 부으면 우물이 없어지지만, 우물에 눈을 져다 부으면 우물은 그대로 있다."(p.84)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가시가 원망스럽습니다. 가시만 없다면 저 꽃이 더 아름다울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 가시가 증오의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면 장미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감사의 존재가 됩니다. 아름다운 장미가 가시를 가졌다고 슬퍼하는 마음이 가시가 장미를 가졌다고 감탄하는 마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p.122-123)

 

  산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내가 산에게로 가면 된다

  무엇이든지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것을 향해 떠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은수자는 정말 산이 움직여 자기한테 온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믿음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에게 '믿음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믿음을 향해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 산이 내게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산을 찾아가 나를 맡기는 것, 그게 바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p.190)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사형을 집행하기 전에는 사형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관행이어서 사형집행인이 안중근 의사에게 "마지막 소원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안 의사는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는 "아무것도 남길 유언은 없으나 다만 내가 한 일은 동양평화를 위해 한 것이므로 한일 양국인이 서로 일치협력해서 동양평화의 유지를 도모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5분 동안 읽던 책의 마지막 부분을 다 읽고 어머니가 직접 지어주신 하얀 수의를 입고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p.255-256)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퍼하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p.37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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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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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비채, 2006. 

정호승,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비채, 2013.

 

  2월 한 달은 귀에 문제가 있어서 아쉽게도 책을 별로 읽지 못했습니다. 눈이 아픈 것도 아닌데, 귀가 아픈 것과 독서를 하는 것 사이에 무슨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귀에는 우리 몸의 균형과 평형을 감지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메니에르병이라고 해서 여기에 이상이 생겨 평상시에도 머리가 심하게 어지럽고 멀미 상태로 구토를 유발하는 증상이라 일상생활조차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치료가 어렵거나 위중한 병은 아니지만, 고통을 겪는 환자의 처지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기분 나쁜 병입니다. 의학에서 발병의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피하고 카페인을 줄이고 저염식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아무튼, 귀는 소리를 듣는 본질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이러한 내 귀에 좋은 소리를 많이 접해야 하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고요.

 

  오랫동안 특정(?) 종교에 관심을 두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이면 빠짐없이 모임에 참여하고 예배를 드렸는데요. 물론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겠지만, 한 가지 특징은 모두가 좋은 말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일주일간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 하루 그곳에서만큼은 선한 마음으로 서로 인사하고, 격려하고, 축하하고, 위로하고, 칭찬하는... 어쩌면 신이 있어서 복을 내려주는 것보다도 공동체 안에서 긍정의 대화를 나누며 힘을 얻고 용기를 얻는 것은 아닌가? 라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아브라카다브라

  마술의 주문인 아브라카다브라는 히브리말 'Habracadabrah'에서 나온 것으로 '말한 대로 될지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즉, 말로 나타낸 일들이 실제로 이루어지리라는 뜻이다. 중세에는 열병을 다스리기 위한 주문으로 이것을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손재주 마술사들이 이것을 마술의 주문으로 차용하게 되었다. 그들은 마술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즉 관중이 곧 멋진 구경거리를 보게 될 찰나(말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에 이 말을 사용하였다.(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임호경 역,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열린책들, 2011. p.339)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말에는 어떤 힘이 있고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치에 맞는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사소한 말실수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짐작하기를 생각이 말을 지배한다고 여기지만, 최근의 어떤 연구에서는 생각이 말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말이 생각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즉 사람은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이러한 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와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서 말의 도구를 사용하여 희망과 용기, 격려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권의 제목이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입니다.

 

 

1)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가 아버지처럼 큰 힘과 용기를 줄 때가 있습니다. 책에서 읽은 한 줄의 글귀가 어머니처럼 큰 위안과 위로를 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말과 구절들을 만날 때마다 늘 마음속에 새겨두거나 시작노트 한 귀퉁이에 메모해두곤 했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꺼내어 마음속에 새기거나 읽으면서 제 인생의 소중한 물과 밥으로 삼았습니다.(p.6)

 

  글을 쓰는 작가의 기본 소양은 좋은 글을 많이 읽고, 그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수집하는 것일까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작가의 삶 속에서 만난 힘과 용기를 주는, 위안과 위로를 주는 메시지를 메모해 두었다가 한 권의 책으로 펼쳐낸 작품입니다. 실제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원하지 않는 실패를 경험합니다. 처음으로 용기 내어 사랑을 고백했으나 단숨에 거절당한 적이 있습니다. 중요한 시험을 잘못 보아서 1년을 다시 준비해야 했고요.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때도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헤어짐이 있었고, 때로는 억울한 누명으로 책임을 떠안기도 했습니다. 기나긴 인생의 여정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당시에는 왜 그렇게 힘들고 좌절을 느껴야 했는지... 그리고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선배의 따뜻한 말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책장을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 곡선으로 직선을 그려라,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사랑하라, 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가,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매일 죽으나, 두려워하지 않으면 단 한 번밖에 죽지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30분만 더 버텨라...

 

  산문 형식으로 쓰인 67개의 잠언은 작가의 삶이 녹아 있고, 로마 가톨릭을 배경으로 하는 종교의 메시지가 있으며, 부처의 가르침과 현자의 격언이 있고, 작가의 시와 인생에서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시인의 수려하고 유연한 글솜씨는 전반적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와 위로의 메시지를 던지고, 때로는 거친 파도처럼 밀려와 인생의 항로를 이끌기도 합니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10년 뒤에 내가 무엇이 되어 있을까를 지금 항상 생각하라

  나의 미래는 지금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나의 미래는 나의 미래가 결정짓는 게 아니라 나의 오늘이 결정짓습니다.(p.41)

 

  대패질하는 시간보다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

  박완서 선생도 마흔이 넘어서야 작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일찍 이룰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찍 핀 꽃이 튼튼한 열매를 맺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얼마만큼 오랜 시간 동안 참고 견디며 얼마나 정성껏 준비했느냐가 중요합니다.(p.81)

 

  지갑에 돈을 가득 채우는 것보다 방안에 책을 가득 채우는 게 더 낫다

  어쩌면 인생은 책입니다. 인생이라는 책은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그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마구 넘겨버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읽습니다.(p.131)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p.155)

 

  남의 흉은 사흘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내가 사는 게 아닙니다. 내 인생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p.201)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

  목표를 가질 때 잠재능력이 일깨워집니다. 저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시인이 되었습니다. 평생 시를 쓰면서 살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시를 쓸 수 있습니다.(p.283)

 

 

2)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이 책에 있는 '한마디'는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이들의 인생의 과정이자 결과의 소산입니다. 누구의 인생에나 해당되는 말씀의 보석이며, 인생이라는 사막의 우물입니다. 이 고단한 인생의 사막에서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런 말씀의 우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우물에서 인생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지혜와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물론 이 한마디 말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말씀을 통해 내 인생을 어떻게 형성하느냐 하는 실천이 더 중요합니다."(p.4-5)

 

  경제의 불황과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맞물려 있는 가운데 최근 몇 년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멘토임을 자청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책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어느 한 편에서는 사회 구조와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왜 개개인의 문제로 몰아 모두가 더 치열한 경쟁의 늪에 빠지게 하느냐... 라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현상만을 보면 요즘에는 힐링이 대세인 듯합니다. 하지만 과열된 힐링의 열풍 속에서 정말로 치유를 얻는 젊음은 얼마나 될까요? 현실과 동떨어진 메시지는 공허한 울림에 불과하고 절망의 벽 앞에서 진짜로 필요한 것은 용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 이어서 7년 만에 나온 후속 작품입니다.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세요,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은 있다...

 

  전작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인간성은 오히려 후퇴하여 인생은 고단해졌습니다. 경제는 지속해서 성장했으나 주머니 사정은 여전하여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20대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하여 3포 세대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고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순탄치 않은 인생의 모퉁이에서 만난 한마디의 말은 76개의 잠언이 되어 보다 폭넓고 세밀하게 다가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책 속에는 사제의 강론, 현자의 가르침, 철학가의 강의, 문학가의 이야기, 시인의 노래, 그리고 인생의 선배가 들려주는 조언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을 눈으로 즐기고 생각에 머물기보다는 하나하나 작은 실천으로 내 인생 변화의 밑 걸음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모든 벽은 문이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에게도 '해리포터 시리즈'는 인생의 벽 앞에서 작가 자신이 연 용기의 문이었습니다. 이혼 후 어린 딸을 데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벽 앞에 서 있었지만 그녀는 해리포터를 씀으로써 벽을 문으로 만들었습니다.(p.21)

 

  사진을 찍으려면 천 번을 찍어라

  저는 이제부터라도 시를 한 편 쓰더라도 천 번을 써야 합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입니다.(p.66)

 

  눈을 짊어지고 우물을 메우는 것처럼 공부하라

  "아들아, 젊을 때 하는 공부도 이와 같다. 눈을 짊어지고 우물을 메우는 것처럼 열심히 공부해라. 아무리 힘들어도 노력엔 끝이 없는 법이다. 우물에 흙을 져다 부으면 우물이 없어지지만, 우물에 눈을 져다 부으면 우물은 그대로 있다."(p.84)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가시가 원망스럽습니다. 가시만 없다면 저 꽃이 더 아름다울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 가시가 증오의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면 장미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감사의 존재가 됩니다. 아름다운 장미가 가시를 가졌다고 슬퍼하는 마음이 가시가 장미를 가졌다고 감탄하는 마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p.122-123)

 

  산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내가 산에게로 가면 된다

  무엇이든지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것을 향해 떠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은수자는 정말 산이 움직여 자기한테 온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믿음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에게 '믿음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믿음을 향해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 산이 내게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산을 찾아가 나를 맡기는 것, 그게 바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p.190)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사형을 집행하기 전에는 사형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관행이어서 사형집행인이 안중근 의사에게 "마지막 소원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안 의사는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는 "아무것도 남길 유언은 없으나 다만 내가 한 일은 동양평화를 위해 한 것이므로 한일 양국인이 서로 일치협력해서 동양평화의 유지를 도모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5분 동안 읽던 책의 마지막 부분을 다 읽고 어머니가 직접 지어주신 하얀 수의를 입고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p.255-256)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퍼하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p.37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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