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정말 너를 갖고 싶었는데, 막상 가지고 보니 싫증을 내는 나는 참 이기적이다. 다른 누군가를 또 가지고 싶어하지만, 막상 갖고 나면 또 질려버리겠지... 그리고 네가 나를 똑같이 대하고 있는 것에는 서글픔이 밀려온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나이를 먹고 늙어가고 언젠가는 희미한 기억 속에서 추억이라 부를 테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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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고영리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고영리,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국일미디어, 2013. 

 

  외로움 때문일까? 어느 예능 실험실에서 공원에 혼자 산책할 때보다 개를 끌고 가면 모르는 여자와 대화할 수 있는 확률이 천문학적으로 솟아오른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 이참에 나도 개 한 마리를... 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으로 내 한 몸을 추스르기 어려운 게으름뱅이라서 자칫 한 생명에 잘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주변에서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보면, 주인과 소유의 관계가 아니라 마치 가족과 같은 친밀함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자주 본다. 과연 나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시 생각하지만, 역시 무리인가...;;

 

  알아 가다 - 만남, 탐색, 교감

  깨닫다 - 인정, 시선, 이별

  소중하다 - 웃음, 위로, 돌봄

  이롭다 - 나눔, 인연, 고백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는 반려 동물과 함께한 6년간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일상의 한 사람이 '지오'라는 코커스패니얼을 집 안에 들이면서 어색한 만남으로 시작하여 한가족이 되기까지의 사진, 기록, 에세이, 팁으로 구성된 재미있는 책이다. 세상의 모든 아기가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세심한 부모의 돌봄과 사랑이 있어야 하듯이, 어린 반려 동물을 한 식구로 맞이하는 과정에도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활동 구역을 나누고, 배변 패드를 깔고, 식기를 준비하고, 목줄에 이름을 새겨주며, 강아지용 샴푸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귀 청소, 발톱 깎이, 항문낭 짜기, 이 닦기 등은 동물 병원에서 배운 후에 보호자가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읔, 역시 예쁜 개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관심과 정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개도 젖니가 빠지고 새 이빨이 난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주인이 수건을 물고 당기기 놀이를 통해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니 책을 볼수록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지오와 함께 살면서 나는 두 번의 이사를 했다. 한 번은 좀 넓은 집에서 원룸으로 옮기는 이사였고 두 번째는 원룸에서 지금 살고 있는 부모님 댁으로 옮기는 이사였다... 첫 이사 때 공간이 좁아지는 것에 댛나 사과를 하자 지오는 쿨하고 너그럽게 "엄마 공간이 없어지고 내 방이 넓어지는 거니 상관없다. 단, 난 엄마를 사랑하니까 내 침대에서 엄마가 함께 자는 것은 허락하겠다"라는 것이었다. 즉 원룸 전체가 자기 집이고 나는 그 공간의 침대를 지오에게 빌려 쓰는 개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두 번째는 원룸 생활을 정리하고 부모님 댁으로 합가한 후 불안해하는 지오의 심리를 알기 위해서였는데, 이때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들으면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할 만한 일이지만 나는 나와 함께 생활하는 생명에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예기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p.42-43)

 

 

 

 

 

  나는 주인이니, 너는 무조건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해! 너에게는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어, 왜냐하면 내가 주인이니깐! 이런 식의 결정이 아니라 반려 동물과의 교감은 서로 이해하고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과정이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서로 대화를 한다고 하니 정말 놀라웠다.

 

  사실 처음에 지오를 입양하면서 세운 원칙이 몇 가지 있다. 분명 반려 동물도 가족이지만 내가 사랑을 쏟는 대상이라고 해서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과장되게 굴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정한 한계선이다.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간 쓸개 다 빼 주는 성격이라 지오에게 내 모든 삶을 올인하고, 이후 지오를 잃고 나서 식음을 전폐하게 될까 걱정되어 정한 원칙이기도 했다.

 

  그 첫 번째는 위생을 위한 미용을 제외한 장식적 미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인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염색한 채 인형처럼 예쁜 옷을 입는 걸 선호하지 않아 지오와 보리는 늘 커트만 한다... 두 번째는 음식이다. 사료를 기반으로 하되 야채나 신선한 고기, 과일 등은 양념을 하지 않고 날 것이나 익힌 것으로 나눠 준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무조건 금지하지 않으나 식탁에서 곧장 먹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자리에서만 먹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세 번째는 의료 행위의 제한이다. 주변에 애견인들이 많다 보니 다양한 얘기를 듣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다가 수천만 원을 넘게 썼다는 얘기에서부터 다달이 약값이며 치료비가 몇 십에서 몇 백씩 들어 아르바이트를 고려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늘 괴리감을 느꼈다. 나도 분명 지오와 보리를 많이 사랑하고 가족이라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 내 삶이 지나치게 팍팍하게 변하는 건 나도, 그 친구들도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전적인 제한을 만들었다. 매달 지오와 보리 앞으로 적금을 일정 금액만큼 들고, 목돈이 들어가는 병이 생기면 '그때까지의 적금 전액 + 백만 원'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고 말이다. 무척 오래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p.93-94)

 

 

 

 

 

  반려 동물과 함께 살아가면서 저자 나름대로 수많은 고민을 하고 세운 원칙을 보면서 커다란 공감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지나친 희생과 그로 인한 피폐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범위에서 서로 배려하는 것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원칙 없이 휘둘리는 생활보다 계획성 있게 반려 동물을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는 처음으로 반려 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안내서로서 충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공감을 얻으며 웃음 지을 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예쁜 사진을 보는 재미, 개를 키우는 깨알 같은 상식,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질서와 서열을 세우는 방법까지... 흥미로운 내용으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아, 이참에 나도 개 한 마리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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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일본문화여행 - 일본인의 숨겨진 1인치, 스토리텔링 콘텐츠와 자유여행지 추천
오세종.타카오카 쿠루미 지음 / 지식공감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세종, 타카오카 쿠루미, [InSight 일본문화여행], 지식공감, 2013.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면...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 때문일까?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 담긴 책은 항상 호감과 호기심이 크게 발동한다. 더구나 일본이라니...^^ 나에게 일본은 과거 어두운 역사의 나라이고, 좋아하는 음식의 나라이며, 좋아하는 소설가의 나라이고, 좋아하는 카메라를 만드는 나라이다. 그리고 또...

 

  Part 01. 배려의 즐거운 일본문화심리

  Part 02. 여행의 즐거운 일본문화심리(교통)

  Part 03. 식도락의 즐거운 일본문화심리

  Part 04. 휴식의 즐거운 일본문화심리

  Part 05. 일상의 즐거운 일본문화심리

  부록.

 

  [InSight 일본문화여행]은 다섯 가지 시선으로 일본의 문화심리를 이야기하는데, 작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시작으로 여러 국가를 여행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을 두다가 일본에서 현재의 아내를 만난 이후에 자칭 일본 홍보대사로 일본문화여행을 전파한다고 한다. 독특한 이력으로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작가 부부가 말하는 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일본에서 자전거는 혼자 타야 한다. 두 명이 함께 타는 것은 규칙 위반이다. 이유는 위험하고,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길을 걸어가면서 담배 피우는 것을 금하고 있다. 전철역 앞, 흡연구역에서 흡연해야 한다. 손님을 부르는 마네키네코. 왼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손님과 친구를 불러들이고, 오른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돈과 재산을 불러들인다고 믿고 있다. 인생에는 언제나 한방이라는 변수가 있는데, 일본은 파칭코와 슬롯머신의 천국이다. 호감형 대머리 아저씨와 남다른 스타일의 젊은이, 손님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점원과 희망을 품고 노래하는 길거리 가수, 이지메(왕따) 시키는 일본인과 뒷담화를 잘하는 일본인, 거절을 못 하는 일본인과 직설적 표현을 못 하는 일본인... 등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산책하며 사진찍기, 전철을 운행하는 승무원의 등을 바라보기, 자전거의 천국, 친절한 매표소의 직원, 아침 일찍 새벽 시장을 돌아보기, 자동문 택시, 일본 전철 스토리텔링 도장 모으기, 전철역 앞 사물함 이용하기, 버스의 눈높이 공간 활용... 등 우리와는 다른 대중교통의 특징과 이것을 이용하는 소소한 팁을 설명한다.

 

 

 

 

 

 

 

 

 

  눈빛만으로도 녹아내릴 것 같은 치즈케이크, 따끈따끈한 무료 밥, 즉석에서 만드는 오코노미야끼, 편의점에서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푸딩, 100세가 넘은 캐릭터 식당, 삿포로 맥주 박물관, 60년 장인정신으로 3대가 함께 운영하는 도톤보리 스시 가게, 돈가스와 카레라이스와 고로케, 일본의 국민 음식인 오니기리, 원조 타코야끼, 특이한 도시락, 소바 만주... 등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로 일본의 대표 음식을 소개한다.

 

  흙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여 심신을 풀어줄 일본의 전통 료칸은 몸과 마음을 자연에 맡겨 힐링 할 수 있는 곳이다. 여행길에 가장 고단한 발을 잠시 길거리 족탕에 담가 피로를 풀자. 문과 반대쪽이 상석이고, 젓가락은 가로로 두며, 절대 본인이 사용한 젓가락으로 음식물을 옮기는 일을 삼가야 한다. 맛, 시설, 서비스를 갖춘 일본 온천은 현지인처럼 살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뜨거운 차를 마시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뜨거운 차를 음미하는 것은 시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가슴 모양의 젤리, 엄지발가락 덧신 다비삭스, 푸딩과 디저트의 나라, 대중목욕탕, 축제의 먹거리, 줄 서는 문화, 밤거리 풍경, 미성년은 출입할 수 없는 미팅 바와 데이트 바,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재래시장... 등 일상의 재미를 전한다.

 

  여행의 목적은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맛있는 먹거리를 누리며, 적절한 휴양을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 책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단순히 <일박이일> 프로그램의 빡빡한 일정과 일회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심리적인 측면에서 일본을 이해하고 제대로 일본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자유의지를 갖추고 나만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라는 것.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 장소, 건물, 표지판... 등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일본문화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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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후보생 아카가와 지로의 유령 시리즈 2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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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가와 지로, 한성례 역, [유령 후보생], 씨엘북스, 2013. 

Akagawa Jiro, [YUREI KOUHOSEI], 1979.

 

  반대의 의견이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독서의 즐거움은 책을 읽는 본연의 재미와 함께 다 읽은 책을 책장에 꽂아 넣을 때의 남모를 만족감(?)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면, 시리즈를 다 모았을 때의 포만감(?)이랄까...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후에, 추리 문학은 독특한 개성의 주인공 캐릭터와 함께 수많은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작가의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35년간 같은 시리즈를 계속해서 출간하고 있다면? 아카가와 지로의 '유령 시리즈'는 1976년 [유령 열차](씨엘북스, 2012.)를 시작으로 2011년 [유령 주의보]까지 총 23권을 출간하였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 쓰였는데, 처음 시작할 당시 20대 초반의 여대생 나가이 유코와 40살의 우노 경감은 어떤 모습으로 나이를 먹었을까?

 

  유령 후보생

  쌍둥이의 집

  사자는 잠들었다

  거리에 비가 내리

  잠자는 관 속의 미녀

 

  [유령 후보생]은 유령 시리즈의 두 번째이다. 어색한 만남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연인으로 발전한 남녀 두 주인공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한다.

  '유령 후보생'은 호수에 추락하여 사라진 유코. 행방불명된 근처의 마을에서는 똑같이 생긴 교코라는 부인이 살고 있다. 나가이 유코는 어떻게 된 것일까? 나가이 교코는 도플갱어인가?

  '쌍둥이의 집'은 서로 상대방이 죽이려고 한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는 쌍둥이 형제. 생긴 것만큼이나 똑같은 그들의 집에 초대된다. 그리고 차례로 방문하는 순간 기묘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사자는 잠들었다'는 부유한 집안에서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자. 부업으로 며칠 동안 집과 사자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된다. 하지만 그날 한 남자가 사자에게 처참하게 물어 뜯겨 죽임을 당하는데...

  '거리에 비가 내리듯'은 산에서 비에 흠뻑 젖은 시신. 함께 캠핑을 한 사람들은 아무도 밤새 비가 내리는 것을 몰랐다고 하는데,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있었던 것일까?

  '잠자는 관 속의 미녀'는 자식들을 시험하기 위해 가짜 장례식을 치르는 남자. 그러나 관 속에서 그만 살해를 당한다. 진짜 장례식이 시작되고 현장에는 아직 범인이 남아있다.

 

  호기심이 많고 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젊은 여대생과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중년의 경찰은 조금 색다른 조합이다. 더구나 이들은 연인이라니...;; 가는 곳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끔찍한 살인이 일어나지만, 작가는 여기저기에 유머를 심어 놓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는 우노 경감의 시각으로 진행되는데, 유코는 시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미궁에 빠진 사건을 뭍으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마치 왓슨과 홈즈의 콤비처럼...

 

  우왕좌왕, 좌충우돌의 분위기에서 엉뚱한 조연의 등장은 사건의 진중함보다 유쾌함을 느끼게 한다. 전작과 비교하여 더 강력해진 트릭은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를 더하고, 앞으로의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더운 여름에 읽기에는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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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열차 아카가와 지로의 유령 시리즈 1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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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가와 지로, 한성례 역, [유령 열차], 씨엘북스, 2012. 

Akagawa Jiro, [YUREI RESSHA], 1978.

 

  역시 세상은 넓고 모르는 작가는 많은가보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로 잘 알려진, 소문으로만 들었던 아카가와 지로의 작품을 드디어 만났다. 가볍고 유쾌한 '유머 미스터리'라서 최근의 젊은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1976년에 등단하여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일본의 원로 작가라고 한다. [유령 열차]는 그의 데뷔작이다.

 

  유령 열차

  유괴범의 배신

  얼어붙은 태양

  비옷을 입은 시체

  선인촌(善人村) 마을 축제

 

  이 책은 흔히 '유령 시리즈'로 불리는데, 1976년부터 2011년의 [유령 주의보]까지 총 23권을 출간하였다. 유령이라는 한 가지 소재를 가지고 35년간의 꾸준한 집필이라고 하니, 글쓰기 장인의 인고한 세월과 그 뒤의 영광이 보이는듯하다.

 

  [유령 열차]는 모두 5개의 단편으로, 각각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소설의 재미를 위해 '역설'이라는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난 전혀 평범하지 않은 열차, 완벽한 범행을 꿈꾸는 자의 결정적인 순간의 배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휴양지에서 얼어붙은 사건, 비가 내리지 않는 공간에서 비옷을 입은 시체, 지나칠 정도로 친절한 선인들이 사는 마을의 흉악한 범죄... 그리고 또 하나의 매력은 여대생 나가이 유코와 40대 우노 경감이 이루는 콤비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두 사람의 좌충우돌은 살인 사건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어느 순간 허를 찌르는 냉철한 추리로 소설에 빠져들게 한다.

 

  '유령 열차'는 일종의 밀실 트릭으로, 온천 여행객들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사라진다. 나가이 유코와 우노 경감은 사건을 수사하며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데, 톡톡 튀는 개성과 미묘한 19금으로 1970년대의 유머를 맛볼 수 있다. 과연 유령 열차의 비밀은 무엇인지...

  '유괴범의 배신'은 신문을 오려내어 만든 협박 편지와 딸의 실종 사건이다. 첫 번째 만남 이후 아무런 기약 없이 떨어져 있던 두 주인공은 또 다시 사건 현장에서 만나게 되고, 점점 미묘한 감정으로 흐른다. 과거의 사연과 현재의 사건 그리고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얼어붙은 태양'은 한창 뜨거운 여름날에 호텔 방에서 동사한 시신이 발견된다. 연인으로 발전한 우노 경감과 나가이 유코는 또다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주변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라! 그러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비옷을 입은 시체'는 비가 오지 않는 날에 지하 서고에서 낡은 비옷에 고무장화를 신고 우산을 든 시체가 발견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우노 경감과 나가이 유코는 연인처럼, 때로는 삼촌과 조카처럼 행세하며 수사를 진행하는데, 연이어 비슷한 복장으로 사람이 죽어간다...

  '선인촌 마을 축제'는 선량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선인촌 마을에 나가이 유코와 우노 경감이 초대된다. 마을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푸는데, 그 뒤에는 어떤 음모가 꿈틀대고 있다...

 

  대부분은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두 주인공의 므흣(?)하면서도 아웅다웅하는 모습으로 오히려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출간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기분보다는... 그 시절에는 이런 분위기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유치하거나 논리성이 떨어지지 않은 본격 추리의 맛은 일품이다. 나이 차이가 확연한 두 주인공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다음의 시리즈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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