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고영리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고영리,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국일미디어, 2013. 

 

  외로움 때문일까? 어느 예능 실험실에서 공원에 혼자 산책할 때보다 개를 끌고 가면 모르는 여자와 대화할 수 있는 확률이 천문학적으로 솟아오른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 이참에 나도 개 한 마리를... 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으로 내 한 몸을 추스르기 어려운 게으름뱅이라서 자칫 한 생명에 잘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주변에서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보면, 주인과 소유의 관계가 아니라 마치 가족과 같은 친밀함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자주 본다. 과연 나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시 생각하지만, 역시 무리인가...;;

 

  알아 가다 - 만남, 탐색, 교감

  깨닫다 - 인정, 시선, 이별

  소중하다 - 웃음, 위로, 돌봄

  이롭다 - 나눔, 인연, 고백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는 반려 동물과 함께한 6년간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일상의 한 사람이 '지오'라는 코커스패니얼을 집 안에 들이면서 어색한 만남으로 시작하여 한가족이 되기까지의 사진, 기록, 에세이, 팁으로 구성된 재미있는 책이다. 세상의 모든 아기가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세심한 부모의 돌봄과 사랑이 있어야 하듯이, 어린 반려 동물을 한 식구로 맞이하는 과정에도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활동 구역을 나누고, 배변 패드를 깔고, 식기를 준비하고, 목줄에 이름을 새겨주며, 강아지용 샴푸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귀 청소, 발톱 깎이, 항문낭 짜기, 이 닦기 등은 동물 병원에서 배운 후에 보호자가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읔, 역시 예쁜 개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관심과 정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개도 젖니가 빠지고 새 이빨이 난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주인이 수건을 물고 당기기 놀이를 통해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니 책을 볼수록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지오와 함께 살면서 나는 두 번의 이사를 했다. 한 번은 좀 넓은 집에서 원룸으로 옮기는 이사였고 두 번째는 원룸에서 지금 살고 있는 부모님 댁으로 옮기는 이사였다... 첫 이사 때 공간이 좁아지는 것에 댛나 사과를 하자 지오는 쿨하고 너그럽게 "엄마 공간이 없어지고 내 방이 넓어지는 거니 상관없다. 단, 난 엄마를 사랑하니까 내 침대에서 엄마가 함께 자는 것은 허락하겠다"라는 것이었다. 즉 원룸 전체가 자기 집이고 나는 그 공간의 침대를 지오에게 빌려 쓰는 개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두 번째는 원룸 생활을 정리하고 부모님 댁으로 합가한 후 불안해하는 지오의 심리를 알기 위해서였는데, 이때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들으면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할 만한 일이지만 나는 나와 함께 생활하는 생명에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예기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p.42-43)

 

 

 

 

 

  나는 주인이니, 너는 무조건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해! 너에게는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어, 왜냐하면 내가 주인이니깐! 이런 식의 결정이 아니라 반려 동물과의 교감은 서로 이해하고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과정이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서로 대화를 한다고 하니 정말 놀라웠다.

 

  사실 처음에 지오를 입양하면서 세운 원칙이 몇 가지 있다. 분명 반려 동물도 가족이지만 내가 사랑을 쏟는 대상이라고 해서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과장되게 굴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정한 한계선이다.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간 쓸개 다 빼 주는 성격이라 지오에게 내 모든 삶을 올인하고, 이후 지오를 잃고 나서 식음을 전폐하게 될까 걱정되어 정한 원칙이기도 했다.

 

  그 첫 번째는 위생을 위한 미용을 제외한 장식적 미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인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염색한 채 인형처럼 예쁜 옷을 입는 걸 선호하지 않아 지오와 보리는 늘 커트만 한다... 두 번째는 음식이다. 사료를 기반으로 하되 야채나 신선한 고기, 과일 등은 양념을 하지 않고 날 것이나 익힌 것으로 나눠 준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무조건 금지하지 않으나 식탁에서 곧장 먹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자리에서만 먹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세 번째는 의료 행위의 제한이다. 주변에 애견인들이 많다 보니 다양한 얘기를 듣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다가 수천만 원을 넘게 썼다는 얘기에서부터 다달이 약값이며 치료비가 몇 십에서 몇 백씩 들어 아르바이트를 고려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늘 괴리감을 느꼈다. 나도 분명 지오와 보리를 많이 사랑하고 가족이라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 내 삶이 지나치게 팍팍하게 변하는 건 나도, 그 친구들도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전적인 제한을 만들었다. 매달 지오와 보리 앞으로 적금을 일정 금액만큼 들고, 목돈이 들어가는 병이 생기면 '그때까지의 적금 전액 + 백만 원'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고 말이다. 무척 오래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p.93-94)

 

 

 

 

 

  반려 동물과 함께 살아가면서 저자 나름대로 수많은 고민을 하고 세운 원칙을 보면서 커다란 공감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지나친 희생과 그로 인한 피폐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범위에서 서로 배려하는 것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원칙 없이 휘둘리는 생활보다 계획성 있게 반려 동물을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는 처음으로 반려 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안내서로서 충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공감을 얻으며 웃음 지을 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예쁜 사진을 보는 재미, 개를 키우는 깨알 같은 상식,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질서와 서열을 세우는 방법까지... 흥미로운 내용으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아, 이참에 나도 개 한 마리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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