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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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프라이스, 박효정 역, [스타터스], 황금가지, 2012. 

Lissa Price, [STARTERS], 2012.

 

  마야 달력이 끝나는 2012년 12월 21일 이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해석이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일까? 이전의 소설이 어떠한 위협(예를 들면 핵무기, 테러, 정치권력, 자연재해, 돌연변이, 정신이상자, 외계생명체... 등)으로부터 지구를 구해내는 세계였다면, 요즘에 나오는 소설은 종말을 전제로 하고 멸망 이후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디스토피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자연을 즐기며 함께 살아가는 리사 프라이스는 이렇게 뒤숭숭한(?) 때에 정확한 타이밍으로, 그리고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또 하나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베벌리 힐스에서 멀어질수록 길거리의 사람들은 점점 거칠어 보였다. 이미 버려진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쓰레기 수거차를 기다리고 있는 쓰레기 더미를 피해 걸었다. 올려다보니 붉은 천막으로 덮인 건물을 지나가고 있던 참이었다. 오염 구역이었다. 마지막 생물학 포자 미사일들이 떨어진 지 벌써 1년도 넘게 지났건만, 위험 물질 전담반의 관심이 아직 이 집에까지는 미치지 않은 모양이었다.(p.23)

 

  가까운 미래, 의학과 의료 체계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200세까지 늘어난다. 수명의 연장은 곧 노동 인구의 증가를 의미했는데, 부족한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경제활동이 금지된다. 미국은 태평양 연안국과 긴장관계였는데, 생물학적 위협을 받고 있었다. 부족한 예방 백신은 노약자(노년과 미성년자)를 우선순위로 했고, 급작스런 전쟁 발발과 함께 생물학 포자 미사일의 공격으로 20-60대 사이의 사람들은 모두 감염되어 죽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사회는 '스타터'라 불리는 십 대와 '엔더'라 불리는 노인들로 새롭게 재편된다. 한순간에 중장년층이 사라지자 은퇴한 엔더는 다시 옛 직장으로 복귀하여 사회 시스템의 공백을 메우고, 고아가 된 스타터는 보호소에 강제 수용되거나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도망자가 된다. 투표와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된 엔더는 사회 중심층이 되어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하지만, 법적으로 경제활동이 금지된 스타터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뒤지거나 이탈자(약탈자)가 된다. 작가가 만들어낸 미래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이루어진 세상이다. 회색빛의 은발로 상징되는 엔더는 기득권을 충분히 누리지만, 젊음으로 상징되는 스타터는 주변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작품에서 이러한 나이와 빈부에 대한 충돌은 화려함은 더욱 밝게, 어둠은 더욱 음산하게 만들고 있다.

 

  "당신은 일종의 무감각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전혀 고통도, 어떤 해도 없어요. 당신은 약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하지만 분명히 훨씬 부자가 되어 일주일 뒤에 깨어나는 거죠."

  그는 다시 하얀 치아들을 번쩍였다. 나는 움찔 놀라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 한 주 동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그녀가 당신이 되는 겁니다."

  (중략)

  "그녀가 바로 당신 몸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당신 몸을 이용해서 여기서 나가고, 그렇게 다시 한번 젊어지는 겁니다. 아주 잠시만."(p.15-16)

 

  스타터와 엔더가 극단적으로 대립한 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엔더는 스타터의 젊음을 갈망하고, 스타터는 엔더의 안정적인 생활을 원한다. 그리고 이들의 욕망은 프라임 데스티네이션(Prime Destination)이라고 불리는 바디 뱅크에서 불법적인 접촉을 하게 된다. 16세의 캘리 우드랜드는 보호소로 강제 수용하는 집행관의 눈을 피해 숨어서 살고 있다. 다른 스타터와 마찬가지로 전쟁 전에는 안락한 생활을 하였으나,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캘리는 아픈 동생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바디 뱅크를 찾아간다. 그리고 고가의 금액을 약속받고 자신의 젊은 몸을 대여하는 계약서에 서명한다. 사건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젊고 강한 10대의 몸과 100년이 넘는 경험과 지혜를 함께 가진 엔더가 감으로써 이득이 발생할 곳이라면 어디든, 무엇이든지. 스파이 활동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더구나, 하지만 그런 건 아마 단지 시작에 불과할 거야.(p.227)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저희가 상상했던 것보다 매우 빨리 획기적인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시청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잠시 멈췄다. "영구 렌탈입니다."(p.301)

 

  작가가 본 미래는 인간의 욕망이 가득한 사회이다. 나눔과 상생보다는 각자의 처지에서 자신의 목소리만 내는 분열된 사회이다. 스타터는 기본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는 빈곤에 시달리지만, 엔더는 넘치는 물질을 소유하고 이것을 더 누리기 위해 젊음을 산다. 그리고 끝없는 욕망은 기술 발전과 결합해 젊음을 제한 없이 소유하는 '영구 렌탈'로 확장된다.

 

  도리스야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겠지. 난 행복을 느껴 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삶이 그저 립글로스, 댄스, 음악, 그리고 가벼운 여자 친구들로 이루어져 있던 때가 얼마나 예전인지도. 지금의 나는 안전, 자유, 그리고 생존 같은 것들을 신경 쓰기에도 벅찼다.(p.71)

 

  행복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디스토피아의 어두운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현재 우리가 누리는 일상적인 것이 행복임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돈과 물질로 대변되는 사회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전달하고 있다. 소설을 읽으며 도대체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어떻게? 중장년층이 전멸하고, 젊은 신체를 렌탈한다는... 이런 기발하고도 발칙한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소재, 논리적인 구성, 흡입력 있는 문체는 읽는 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작품의 도입과 전개의 필력과는 대조적으로 위기와 절정에서의 박진감이 조금은 부족한듯했다. 확실한 끝맺음을 좋아하는데, 여운을 남기는 듯한 결말도 조금은 취향에 맞지 않아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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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마노, 달의 여행
나서영 지음 / 심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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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서영, [알로마노 달의 여행], 심심, 2012. 

 

  달은 지구로부터 대략 38만 4,400km 떨어진 위성으로, 빛을 내지는 않으나 태양의 빛을 반사해 다양한 형상을 보인다. 신기하게도 달을 기준으로 날을 세는 음력이 있고, 지구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으로 밀물과 썰물, 해수면의 높이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현상 때문일까? 전통적으로 달은 신비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여겨졌고, 달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가(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하거나,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가 나타나거나,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많이 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여 인간의 발자국을 남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류는 달에 대한 특별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알로마노 달의 여행]은 21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또 다른 달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간은 판타지가 아닌, 로마가 세상을 지배하던 역사로 올라간다. 어느 산 아래에 거주하던 모르민족은 로마의 착취와 훈족의 위협 속에서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희망과 도전으로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오랜 여정 끝에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안전한, 완전히 단절된 라키슈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천 년의 시간이 흐른다.

 

  "저기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은 너무 높아 오르기 힘든 아르토스산 꼭대기에서 떠오른단다."

  "그것은 바로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달의 흙에 젊음을 유지시켜주고 청춘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란다."

  "드문드문 움푹 파인 상처가... 그래. 그게 바로 달의 흙을 퍼간 흔적이란다. 달의 흙은 아주 비싼 값에 젊음을 원하는 왕들에게 팔리지..."

 

  "그렇다면 제가 달의 흙을 퍼와 할아버지에게 선물할까요?"(p.22-24)

 

  매력적이고 총명한 알로마노는 달의 전설을 들으며, 달에 가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이러한 꿈을 과묵한 아르곤과 예쁜 루우비와도 함께 나눈다. 시간은 더 흐르고 적당한 때가 되자, 알로마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달을 향한 여행을 계획한다.

 

  "저희들은 그 누구도 락키슈숲을 벗어나지 못하게 막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곳의 존폐를 위협하는 아주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이며, 혹시라도 만약에 알로마노라는 젊은이가 숲을 벗어난다면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바깥 세상에 호기심을 느껴 출가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곳의 모든 전통과 법칙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천년의 역사가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사라지게 될 것임을 분명히 알아두십시오."(p.40-41)

 

  여행은 시작부터가 험난하다. 모르의 10장로는 젊은이들의 도전을 무모하게 여기고, 숲의 변화를 두려워하여 거세게 반대한다. 하지만 알로마노와 두 친구는 꿈과 이상을 향한 열정을 보이고, 결국은 통수의 허락으로 숲을 떠나게 된다. 이들은 여행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①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오만함으로 눈이 멀어진 시인 베르테르를, ② 배우지 못해서 좀도둑으로 살아가는 몰로이를, ③ 어린아이와 날지 못하는 오리 제제를, ④ 현실에 안주하여 외롭게 사는 노인 몰로이를, ⑤ 신비롭고 아름다운 남자 벨루샤를, ⑥ 정해진 운명을 강요당하는 피피를 만난다. 그러면서 달이 떠오른다는 아르토스 산으로 점점 가까이 가게 된다.

 

  알로마노와 두 친구가 만난 사람들은 여행을 도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장애인, 사기꾼, 나이 어린, 늙은 고집쟁이, 이상한, 그리고 나약한 인물들이다. 사람들은 알로마노를 도우며 달을 향한 신념과 열정을 보게 되고, 자신들이 현실에서 잃어버렸던 꿈을 조금씩 되찾게 된다.

 

  [알로마노의 달의 여행]은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의 안내서이다. 개인적으로 꿈을 잊고 현실에 안주하는 나이인데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하지만 분명하고 명확한 메시지와 더불어 소설 속에는 우주의 수많은 운석이 떨어져 깊이 팬 자국을 사람이 흙을 퍼가서 생긴 것이라는 재미있는 상상이 있고, 달이라는 좋은 소재와 모험이라는 흥미로운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달을 찾아가는 여정을 방해하는 것은 피로와 배고픔이 대부분이다. 야만적인 마르민족이 잠시 등장하지만 꿈을 방해하는 상징으로는 의미가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모험 이야기에 필수적인 몇 가지 아이템이 등장하지만, 사용은 전혀 없다. 반전도 약하고... 조금만 더 극적인 요소를 첨가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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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누와르!
나서영 지음 / 심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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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영, [이게 바로 누와르], 심심, 2012. 

 

  신인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서 무한한 상상을 누리는 즐거움이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침침한 눈을 비비며 까칠한 안목으로 책을 대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신인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무엇에 홀렸을까? 동시에 출간된 두 권의 책을('알로마노 달의 여행') 무작정 선택했다. 나서영이라는 작가는 어떤 사연이 있어서 두 권을 동시에 출간하게 되었을까? 놀라운 사실은 이 젊은 작가는 이미 열세 편의 장편 원고를 쟁여놓고 있으며, 더구나 열흘이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고 하니... 무슨 이런 괴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내려준 재능인가? 아니면 노력의 결실인가? 어디 그 솜씨나 한번 구경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첫 장을 펼쳤다.

 

  소설의 배경은 1996년, 인구 6만의 작은 도시 용주군이다. 이곳에는 여섯 명의 건달(?)이 '형제'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① 형제부동산을 운영하며 한우리회를 이끄는 이권하, ② 형제헬스장을 운영하는 장신의 근육 돼지 백후연, ③ 형제통닭을 운영하는 못생긴 이성구, ④ 형제오락실을 운영하는 칼잡이 윤구, ⑤ 실전격투 도장을 운영하는 싸움꾼 최동학, ⑥ 형제정육점과 형제식육식당을 운영하는 유동식, 김지원 부부. 이들의 팔뚝에는 '형제'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지만, 이들은 친형제 이상으로 끈끈한 우정과 결속력을 지니고 있다. 젊은 시절 방황의 때도 있었지만, 이들은 미래의 인생을 내다보며 마음을 다잡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 간다.

 

  한우리회는 번영회의 성격을 가진 친목단체이다. 회원이 되면 몇 가지 혜택이 있는데... 신용담보 없이 급전을 무이자로 융통할 수 있고, 같은 회원들이 매출을 올려주며, 서로 간의 경조사를 챙겨준다. 그래서 군민들은 자발적으로 가입한다. 형제헬스장은 반강요와 의무로 운동을 시키는데... 사람들은 체력과 건강이 좋아지고, 일상의 기분전환과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즐거워한다. 형제통닭은 한우리 회원들에게 일정 주기로 통닭을 배달하고, 월말에 일시금으로 청구한다... '형제'는 이렇게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소통'과 '상생'의 방법으로 용주군을 접수한 것이다.

 

  상처 없는 인생, 완벽한 인생이 어디 흔할까? '형제'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이들은 과거의 그림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 장애인 어머니에 대한 애절함, 집을 나간 형에 대한 그리움... 등. 과거의 상처는 하나씩 '형제'를 찾아오고, '형제'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로 돕는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지. 서울에는 이렇게 큰 가게가 많아. 사람이 많으니까. 또 가게가 크니까 만물상이야. 없는 게 없어. 작은 가게에 없는 것도 많고 있는 것은 당연히 있단 말이야. 큰 가게는 주둥이가 큰 황소개구리야. 닥치는 대로 잡아먹지. 황소개구리가 득실대는 저수지는 곧 씨가 마르게 돼. 송사리고 개구리고 붕어고 잉어고 전부 먹힌단 말이야. 아가리가 너무 크니깐 다 처먹어버린단 말이지. 아마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냥 흘려들어."(p.71)

 

  이러한 마을에 심상문, 심상만 형제가 들어온다. 심상문은 대형 쇼핑몰을 공약으로 군수가 되고, 심상만은 약속대로 '용진마트'를 개장한다. 이러한 변화에 용주군은 잠시 활력을 얻는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정치권력'과 '거대자본'은 작은 도시의 모든 소비를 독식한다. 부지 제공자들을 몰아내고, 중소 유통업체를 착취하며, 지역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언론을 조작하여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용역을 불러들여 시위대를 위협한다. 용진마트가 들어선지 1년 만에 사람들은 고통속에 신음한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형제'의 진짜 누와르는 시작된다.

 

  [이게 바로 누와르]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대기업 대형마트의 폐해를 용주군이라는 작은 도시로 축소하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소설은 정치권력의 비호 아래 자본이 시장을 잠식하고 수직적 매출성장을 이루는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문체에 대한 사소한 아쉬움은 있으나, 작품의 구성이 좋아서 끝까지 흥미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인 작가에게 김홍신의 소설 [인간시장]과 같은 드라마틱한 결론을 기대한 것은 무리였을까? 좀 더 극적인 마무리가 그리웠다. 대형마트 CEO가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제공하는 것이 상생이라고 지껄이며 골목 앞까지 진출하는, 그리고 이러한 자가 우리 시대의 멘토를 자청하며 청춘을 위한 책을 써내는 현실을 한탄하며... 이 땅에 진정한 '상도'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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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미 샘터 외국소설선 7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심혜경 옮김 / 샘터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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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스코토라인, 심혜경 역, [세이브 미], 샘터, 2012. 

Lisa Scottoline, [SAVE ME], 2011.

 

  매일 할리우드 영화와 미드 속에 빠져 살면서도, 정작 미국 작가를 기억하고 작품을 찾아서 읽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유일하게 시드니 셀던(Sidney Sheldon)이 있는데, 사실 이것도 청소년 시기에 책을 읽으며 음모와 배신, 복수와 스릴을 즐기기보다는 성적인 묘사만을 탐독하던 시절이라...;; 아무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리사 스코토라인을 통해서 미국 작가와 작품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리사 스코토라인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서스펜스 장르의 선두주자로... 로스쿨에서 법률을 공부하고 사무관으로 일한 경력을 토대로 법정 스릴러의 대모로 자리하고 있다).

 

  [세이브 미]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에 엉뚱하게도 기욤 뮈소의 [구해줘]가 떠올랐다. 하지만 곧 한 편의 영화 포스터와 같은 표지를 보면서, 엄마와 딸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혹시,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향이었을까?) 이 책은 엄마의 사랑 '모성애'를 기본 바탕으로 미국 내의 '왕따 문제', '소송 문화', '매스컴의 영향력', 그리고 '대기업과 정치권의 횡포'를 다루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뺨에 있던 선홍색 태아 반점... 꽤 큰 둥근 반점은 마치 볼연지를 서툴게 칠해 엉망이 된 것처럼 보였다. 의학 용어로는 '화염상 모반'. 피부 아래 정맥 실핏줄이 붉어지는 현상일 뿐이지만, 벨리에게는 '주홍글씨' 그 자체가 되어버린 붉은 반점이다. 유치원에서부터 멜리는 그 반점 탓에 다른 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기 시작했다.(p.12-13)

 

  로즈는 마음속에서 이쪽저쪽을 저울질 하느라 멀미가 났다. 그녀가 아만다와 에밀리를 카페테리아 밖의 운동장으로 내보내면 멜리를 구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녀가 멜리를 구하러 가려면 자기 앞에 있는 아만다와 에밀리를 남겨두어야 했다. 로즈는 그 아이들을 남겨둘 수 없다. 또한 자신의 아이를 죽게 내버려둘 수도 없다. 그것은 지옥에서 나온, 지옥 속의 선택이었다. 로즈는 멜리를 구하거나, 아니면 아만다와 에밀리를 구할 수 있다. 그녀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p.22-23)

 

  어린 멜리는 얼굴에 있는 선홍색 반점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했고, 로즈 매케나는 이런 딸을 위해 학교 '급식 도우미'로 자원한다. 하지만 그날도 식당에서 멜리는 놀림을 당하고 장애인 화장실로 도망을 간다. 로즈는 멜리를 괴롭히는 아만다를 붙잡고 대화를 시도하는데, 그때 굉음과 함께 큰 폭발이 일어난다. 사방은 불길에 휩싸이고, 로즈는 멜리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아만다를 구할 것인가? 급박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로즈는 한숨을 삼켰다. 여기서는 더 이상 추모 모임 때나 병원에서와 같이 고함지를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를 무시하거나 피했다. 그들은 로즈에 대해 말은 하지만, 로즈에게 말을 걸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때 로즈는 생전 처음으로 멜리가 어떤 느낌을 받으며 살아왔던가를 깨달았다.(p.209)

 

  불길 속에서 로즈는 '자원 봉사자'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을 초인적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모든 결과는 순조롭지 못하다.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온다. 지역 언론과 매스컴은 앞다투며 기사를 쏟아내고, 등장인물 간의 갈등은 증폭된다. 그리고 로즈는 딸 멜리가 당했던 것처럼, 그녀가 속한 모든 공동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안 돼요. 그건 방향 전환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에 관한 문제라고요. 나는 아무도 고소하거나,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협박하지 않을 거예요. 그게 바로 왕따를 시키는 거예요. 난 왕따가 지긋지긋해요. 왕따를 시키는 사람이 되기 전에 저주를 받고 말 거예요."(p.357)

 

  "오랫동안 난 멜리의 모반이 틀림없이 나의 업보라고 생각했어. 내가 다른 여자의 아이에게 저지른 짓 때문에 내 아이가 벌을 맏고 있다고 말이야. 내가 흠집이 될 만한 일을 했기 때문에 멜리에게 흉터(모반)가 생긴 거라고, 그것 죗값이야. 내 원죄의 오점이아."(p.315)

 

  로즈의 남편 레오는 변호사이고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조언한다. 그리고 그가 고용한 변호사들은 최고의 법률 자문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감정대로 움직인다. (혹시, 여자라서 이성적인 판단이 부족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답답함만이...) 하지만 작가는 이것을 미리 계산해 두고 있었다. 로즈는 과거의 상처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숨겨진 또 다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로즈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이를 타겟으로 삼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어긋난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스스로 행동을 시작한다. '모든 엄마는 액션 히어로'라고 했던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사건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지고, 모든 것의 뒤에는 커다란 음모가 자리 잡고 있다.

 

  스릴러를 즐기면서 항상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은 철저하고도 통쾌한 복수이다. 하지만 [세이브 미]는 이것을 초월하여 '엄마의 사랑'과 '모성의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복수가 아닌 화해를 통해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흡입력 있는 문체, 사실적인 묘사, 현실적인 내용, 자연스러운 전개,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와 배후의 실체... 등 재미있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원서의 글맛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을 설명하는 형용사가 너무 많아 글을 읽는데 스피드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전체 분량에서 1/4 정도를 축약하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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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디자인하다
이승한.엄정희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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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 엄정희. [청춘을 디자인하다], KOREA.COM, 2012. 

 

  도전은 청춘의 특권이다. 바람을 맞서서 도전하는 한 그대는 청춘이다.

  [청춘을 디자인하다]는 한국장학재단 부부 멘토인 이승한 회장과 엄정희 교수가 우리 시대 방황하는 젊음을 위로하고, 도전하는 청춘을 격려하는 인생의 길잡이 안내서이다.

 

  어떤 멘토는 큰 그림에는 좋은 스승이지만 작은 디테일을 보여 주지 못합니다.

  어떤 멘토는 작은 디테일을 섬세하게 터치하지만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이 두 부분을 함께 붙잡고 사는 보기 드문 멘토들이십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쓰신 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도전하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p.7)

 

  1. 나는 누구인가?

  긍정적 자아상 만들기... 생각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인격을 만들고, 인격은 인생을 만든다. ① 항상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② 자신의 성공 각본을 그림처럼 그려 보라. ③ 인생의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아 있다고 바라보라. ④ 내 안에 있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치유하라. ⑤ 비합리적 시각에서 벗어나라 ⑥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아침마다 외쳐라.

 

  '항상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도 생각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글을 읽는 것은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기 위한 것이니, 만약 이를 살피지 아니하고 오롯이 앉아서 글을 읽는다면 쓸모없는 배움에 지나지 않는다.'(율곡 이이, '자경문')

 

  2. 붙들어야 할 삶의 가치

  ① 사랑 ② 긍정 ③ 신념 ④ 도전 ⑤ 신의 ⑥ 봉사

 

  3. 나의 꿈 나의 길 어디로 갈 것인가

  꿈을 찾는 6가지 방법 ① 독서 ② 일기 ③ 대화 ④ 여행 ⑤ 봉사 ⑥ 사랑

  올바른 직업 가치관 ① 일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② 일은 부를 창조하는 원천이다. ③ 일은 사회봉사와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④ 직업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자.

 

  4. 내 삶의 길에 함께 가는 사람들

  인생의 관계 ① 친구 ② 연인 ③ 가족 ④ 이웃 ⑤ 동료

  희망 가족 플랜 ① 눈으로 함께 비전을 바라보라! ② 가슴으로 뜨겁게 감사하라! ③ 귀로 살짝 들어주라! ④ 입술이 닳도록 칭찬하라! ⑤ 발로 걸어 나가 배웅하라!

  청춘 대화법 20계명

 

  5. 따라가는 삶, 이끌어 가는 삶

  팔로워... "리더는 세상을 바꾸지만 팔로워는 리더를 바꾼다."

  VIP리더십... 비전(Vision), 통찰(Insight), 철학(Philosophy)

  휴먼 핵사곤 리더십(눈, 귀, 발, 손, 머리, 그리고 가슴) ① 큰 눈으로 비전을 보아야 한다(眼). ② 큰 귀를 가지고 들어야 한다(智). ③ 부지런한 큰 발로 행동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行). ④ 섬세한 손으로 부하를 용병해야 한다(用). ⑤ 냉철한 두뇌로 인재를 키워야 한다(訓). ⑥ 따뜻한 가슴과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설득의 수단 ① 에토스(Ethos) ② 파토스(Pathos) ③ 로고스(Logos)

 

  6. 나의 인생을 디자인하다

  

  [청춘을 디자인하다]는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들은 모든 교양강의를 총망라하는, 지금까지 읽은 모든 교양서적을 총괄하는 듯한 포괄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그러면서도 도전하는 청춘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만을 간추린 상당히 잘 쓰인 책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한가지 사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그리 큰 감동을 얻지는 못했다.

 

  저자인 이승한 회장은 '홈플러스'의 창업자이자 CEO이다. 업계 꼴찌 12위에서 출발해 4년 만에 업계 2위로, 12년 만에 12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12-12신화'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창업 이후 수직적 매출성장 뒤에는 문어발식 확장, 중소기업 착취, 비정규직 양산, 서민의 생계 위협... 등 보이지 않게 화려함 뒤에 숨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눈물을 흘리게 하였는가? 어쩌면 대기업 대형마트는 청춘의 꿈을 짓밟는 우리 시대 양극화의 상징이 아닌가? '좋은 물건을 값싸게 제공하는 것이 서민을 위하는 것이라며' 그만의 논리로 골목 앞까지 진출하는... 그래서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 이것이 진정 가치 있는 기업인가? 무한 경쟁시대에 기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마치 이문열의 단편 [그 여름의 자화상]에서 일본이 지배하는 시대에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이 친일하게 되었다는 핑계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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