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사이조 나카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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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이조 나카, 이규원 역,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북스피어, 2019.

Saijo Naka, [NEKO NO KUGUTSU], 2017.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인가? 사람을 대하는 고양이의 태도는 때로는 정겹고, 때로는 도도하다. 이러한 고양이의 습성을, 혹시 고양이는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실을 연결해서 사람을 조종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발칙한 상상을 했나 보다. 사이조 나카의 소설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고양이의 세계를 이야기하는데, 고양이의 문제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고양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7개의 단편 모음이다.

고양이의 괴뢰

흑백점박이 새끼 고양이

도이치와 빨강이

초승달의 원수

또 다른 요리마쓰

3년을 웅크리고 기다려

고양이 마을의 대사건

괴뢰(傀儡)는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인형을 뜻하고,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고양이 세계에는 괴뢰사 고양이가 있는데, 인간을 괴뢰로 삼아 부리고 조종해서 고양이를 위해 일하게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괴뢰사는 훈련을 거쳐서 두령 고양이가 임명한다. 괴뢰사는 단 한 명의 인간을 괴뢰로 정할 수 있고, 괴뢰는 네 가지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한가로워야 하고, 눈치와 감이 빨라야 하고, 호기심이 많아야 하고, 고양이를 좋아해야 한다. 작가는 고양이만이 아니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습성도 같이 연구한듯하다.

"부탁이 있는데, 제발 꽃 도둑이란 누명 좀 벗겨 줘! 그 은퇴 노인이 틀림없는 내 짓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단 말이야"(p.16)

'고양이 괴뢰'는, 두 살배기 수고양이 미스지는 쌀 동네 고양이 마을의 괴뢰사가 된다. 스물네 살의 아지로가 괴뢰로 정해졌는데, 그는 어느 큰 상점가의 차남으로 집을 나와 희곡 작가를 자처하면서 온종일 책만 보는 한량이다. 청동점의 뒤뜰에서 값나가는 나팔꽃 화분을 깨뜨렸다는 고양이의 누명을 벗겨달라는 첫 번째 의뢰가 들어온다. 고양이 괴뢰사와 인간 괴뢰의 단짝 활약을 볼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오케이를 납치했으니 몸값을 보내라는 협박 편지가 날아든 거야!"

"......그러니까 구로스케가 환전상 딸과 함께 납치되었다는 건가?"(p.62)

'흑백점박이 새끼 고양이'는, 고양이의 천적은 영리한 까마귀이다. 인간은 똑똑하지만 생각이 많은 게 흠이고, 까마귀는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좋은 눈으로 보고 날카로운 부리를 사용한다. 새끼 고양이를 찾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환전상의 어린 딸이 납치되었는데, 같이 놀던 새끼 고양이까지 데려간 것이다. 범인은 백 냥의 몸값을 요구한다.

"실은 말이야, 곤경에 처한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야."

"인간?"

"도이치라는 남자인데, 붉은 영감하고 친해. 게다가 도이치가 곤경에 빠진 데는 영감도 관계가 있거든."(p.93)

'도이치와 빨강이'는, 고양이는 무리를 짓지 않고 외롭게 산다. 괴뢰사는 고양이의 문제에 집중해야 하기에 자식을 낳아서는 안 된다. 미스지는 들고양이로 어릴 때 부모와 헤어졌는데, 그때 도움을 주었던 늙은 고양이가 어려운 상황이다. 목욕탕 주인이 크게 다쳤는데, 늙은 고양이를 돌보던 남자가 폭행 누명을 쓰고 잡혀갔다.

"그게 뭔지 아나?"

"제가 보기엔 바람총 같은데요."

"바람총이라고?"(p.161)

'초승달의 원수'는, 까마귀는 뾰족한 무기로 공격을 당해 날개를 다치고, 며칠 전에는 젊은 고양이가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죽었다. 입으로 불어서 쏘는 바람총, 무가 집안의 아이가 저지른 것으로 파악된다. 왜 이렇게 잔인한 일을 벌였을까? 고양이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

"'나는 아무래도 고양이의 괴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소'라는."

"고양이의, 괴뢰?"(p.202)

괴뢰의 실수는 괴뢰사가 뒤치다꺼리해 주어야 한다.

그런 의무감도 있었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아지로 쪽이 다소 불안을 덜었다고 해도 아직 우리 쪽에서는 뒤처리가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계획은 인간의 의도와는 다르다.

고양이는 고양이의 결말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p.262)

'또 다른 요리마쓰', '3년을 웅크리고 기다려', '고양이 마을의 대사건'은 하나의 이야기로, 미스지의 전임 괴뢰사였던 요리마쓰의 행적을 찾는 내용이다. 괴뢰사로 맹활약하던 요리마쓰는 인간 괴뢰와 함께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 까마귀의 말로는 내장이 터져서 객사했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 먼저 인간의 행방을 수소문하는데, 여기에는 온갖 사연이 있다. 가업을 계승하고,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고, 고양이 사냥꾼을 막아서고, 원한의 복수를 해야 한다. 고양이는 고양이만의 결말을 만드는데...

창밖에서 고양이의 괴성과 함께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정말 고양이와 까마귀는 철천지원수로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일까? 사건 현장으로 인간을 끌어들이는 괴뢰사 고양이와 호기심 많고 눈치 빠른 인간의 활약은 아주 재치 있고 흥미롭다. 고양이가 할 수 없는 일을 인간이 하고, 인간이 놓친 일을 고양이가 해결한다. 사람의 문제는 곧 고양이의 문제이고,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고양이는 행복을 되찾게 된다. 내용이 살짝 가벼운데, (가벼운 일본소설을 좋아하지만) 너무 가벼워서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설정을 잘 잡아서 시리즈로 나오면 좋을듯한데, 다양한 고양이를 등장시켜서 고양이의 매력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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