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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에 킬러가 산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4월
평점 :
나카야마 시치리, 최재호 역, [옆방에 킬러가 산다], 북플라자, 2020.
Nakayama Shichiri, [TONARI WA SERIAL KILLER], 2020.
[옆방에 킬러가 산다]는 로렌스 블록의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을 떠오르게 하는 제목이다. 하지만 올해 읽은 일본 미스터리 중에서 가장 엉성하다. (스포일러 주의!) 가슴이 작은 이유로 큰 가슴의 여자를 무참히 살해한다는 내용은 블랙코미디로 받아들여야 할까?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사회적 메시지는 물론이고 논리와 개연성이 매우 빈약하다. 아쉽게도 나카야마 시치리라고 해서 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당황스럽다!
외국인 기능실습생은 모국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본에 와서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고용된다. 그것을 빌미로 '니시무라 정밀'에서는 약정된 야근 수당을 지불하지 않고, 기본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외국인 기능실습생은 그냥 값싼 노동력일 뿐이다.
노동청에 고발할 사유지만 기능실습생들이 항의하지 않는 것은 그들도 나름대로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p.20)
한여름 밤 새벽 2시를 넘긴 시각, 옆방에서 샤워 소리와 함께 뭔가를 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금속 도금 회사에서 일하는 코타리 토모야는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새벽마다 이어지는 수상한 소음으로 잠을 잘 수 없어서... 옆방에서 지내는 외국인 기능실습생 쉬하오란을 의심, 경계한다. 그리고 젊은 여성이 연달아 실종되고, 인근에서 여성의 절단된 신체 일부가 발견된다. 작은 체구에 어눌한 말투의 외국인은 정말로 킬러일까?
존재하는데도 호적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p.254)
"타인의 신분을 사서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고죠 미키히데와 처음부터 호적상의 신분 없어 새로운 삶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온 쉬하오란. 두 사람이 마치 거울에 비친 한 인간처럼 느껴지네요."(p.281)
경찰에 신고해서 옆방을 수색하면 진상은 쉽게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 증거주의로 남의 방을 함부로 뒤질 수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코타리는 과거의 실수로 신원을 감추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밤중에 쉬하오란의 뒤를 밟기도 하고, 익명으로 제보를 해보기도 하였지만, 그때마다 일은 조금씩 꼬여서 상황은 틀어진다. 이제는 자기의 여자친구마저 위험에 빠지는데,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모처럼 읽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인데, 억지로 꿰어 맞춘 듯한 결과가 아쉽다. 탄탄한 구성과 묵직한 글맛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누가? 어떻게? 왜? 에 관해서는 허탈하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일정하지도 않고... 아, 시리즈를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