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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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역, [특수청소부], 블루홀6, 2024.

Nakayama Shichiri, [TOKUSHUSEISONIN], 2022.

(일본 미스터리를 읽는) 주위에서 흔히 나카야마 시치리를 히가시노 게이고 다음이라고 말한다. 다작으로 유명하고, 묵직한 글 솜씨에 반해서 나오는 찬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느 것을 읽어도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이번에 [옆방에 킬러가 산다](북플라자, 2020.)와 [특수청소부]를 읽으며 드는 생각은... 이게 과연 나카야마 시치리의 글인가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크다. 4개의 단편 모음이다.

기도와 저주

부식과 환원

절망과 희망

엇갈린 유산

특수청소는 쓰레기 집이나 시신이 발견된 집 등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집을 청소하는 일을 가리킨다. 최근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수요가 늘어 성장 산업으로 인기를 끌 정도라고 한다. '엔드 클리너'는 집 청소뿐 아니라 공양, 유품 정리, 가구 매입, 리노베이션, 집 매입까지 의뢰를 받는다.(p.13)

고독한 죽음의 사연, 일반적인 청소가 아니라 쓰레기로 가득한 집이나 시신이 발견된 장소를 청소하는 특수청소부,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직업적 사명, 특수청소업체 엔드 클리너에서 일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가 떠오르고, 흥미로운 소재로 시작은 아주 좋다. 엔드 클리너의 대표 이오키베 와타루는 경시청 수사 1과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5년 전에 회사를 설립했다. 직원 시라이 히로시와 아키히로 가스미는 코로나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자 특수청소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일을 적응하고 배우는 과정이다.

"의뢰인은 가끔 거짓말을 하거든. 사람은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거짓말을 하게 되어 있어. 설령 그것이 선의의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죽은 사람은 거짓말을 할 방법이 없어. 소원도 다들 비슷하지."

"다들 뭘 원하는데요?"

"내 마음을 헤아려 줘, 라고 나는 생각해."(p.45)

'기도와 저주'는, 한때 외제차 판매회사에서 잘나가던 여자는 실직 후 집에서만 지내다가 뇌경색으로 사망한다. 한 달 반 만에 시신이 발견된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는데, 유독 옷장의 정장은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다. 엄마는 딸의 유품을 거절하고, 그냥 잘 정돈된 깨끗한 방에서 잠자듯이 세상을 떠난 것처럼 해달라고 요청한다.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문제가 일어난 집이면 의미 없어요."

"그런 집을 되살리는 것도 우리 일이야."

사망한 거주자의 넋을 달래는 것은 승려의 역할이지만 고인의 원한이 서린 집을 정화하는 일은 이오키베와 직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p.86)

'부식과 환원'은, 벤처회사 대표가 온열 욕조에서 목욕 중 급사한다. 시신은 42도의 뜨거운 물에 일주일 동안 방치되어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녹아버렸다. 평소 여자관계가 복잡해서 여직원과도 사귀었다고 하는데, 갑질을 당했다는 비서와 성희롱을 당했다는 홍보과 직원과 정신적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영업과 직원이 찾아와 유품을 나누어 달라고 한다.

- 특수청소란 사는 곳에 배어 있는 한까지 닦아내는 일이야. 스님처럼 성불시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집에 서린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집에 서린 넋을 위로한다는 사고방식이 맑고 경건하게 느껴졌다. 높은 월급과 존경할 수 있는 상사의 존재라는 장점이 3D라는 악조건을 능가했다.(p.156)

'절망과 희망'은, 전기가 끊긴 집에서 젊은 남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한다. 보름 만에 발견된 죽음의 자리를 청소하는데, 사망자는 대학교 때 밴드를 같이한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옛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유품을 정리하며 노트북에서 생전에 작곡한 음악 파일을 발견한다.

"제 입장상 대놓고 말하기 뭐하지만 '자손을 위해 기름진 땅을 남기지 않는다'라는 격언은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p.252)

'엇갈린 유산'은, 거대한 부를 축적한 노인이 저택에서 협심증 발작으로 사망한다. 일주일 동안 시신이 방치된 침실을 청소하다가 침대 아래에서 비밀 금고를 발견한다. 금고에는 유언장이 들어 있었고, 세 딸에게 균등하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 다른 유언장이 배달된다.

특수청소 의뢰를 받으면, 견적을 내고... 방호복을 착용하고, 어질러진 쓰레기를 치우고, 살충제를 뿌리고, 오염 물질을 닦아내고, 탈취제를 뿌리고... 유품을 정리하고, 경찰서에 가서 정보를 수집하고... 유가족과 동료에게 유품을 전달하는 과정은 매우 전문적이다. 그리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과정은 추리 소설과 힐링 소설을 동시에 읽는 기분이다. 흥미로운 소재로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뭔가가 부족한 느낌... 따뜻하지 않고, 짜릿하지 않고, 교훈적이지 않은 어정쩡한 느낌이다. 아, 시리즈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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