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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타임캡슐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박현강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1월
평점 :
기타가와 야스시, 박현강 역, [주식회사 타임캡슐], 허밍북스, 2025.
Kitagawa Yasushi, [KABUSIKIKAISHA TIMECAPSULESHA], 2022.
추운 겨울을 녹일 만큼 화끈한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읽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에 정신 건강의 문제로 일부러 찾아 읽은 힐링 소설이다. 대부분 그렇듯이 특정 직업군의 등장인물이, 여기서는 과거에 나에게 부친 편지를 배달하는, 삶이 가로막힌 이에게 다가가 새로운 시작을 조언한다. 현자의 가르침과 같은 내용은 살짝 인위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변화의 동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결국 누군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은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이 편지는 2005년 세토우치에 있는 어느 섬마을 중학교 학생들이 졸업 기념으로 10년 후 미래의 자신에게 쓴 편지예요."
레이코가 다른 서류를 살펴보며 설명했다.
"이제 스물다섯 살이겠네."(p.18)
아라이 히데오는, 45세 중년 남자이고, 면접에 합격해서 재취업에 성공한다. 그간에 어떤 사정(?)이 있었고... 이제부터는 주식회사 타임캡슐에서 새하얀 정장과 중절모를 착용하고, 정확한 시간에 맞춰 10년 전에 보낸 편지를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다. 특별 배달 대책실의 업무는 주소가 불분명하거나 특수한 상황으로 편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 전해주는 것이다.
이 편지를 읽고 있을 10년 후의 너도 물론 기억하고 있겠지?
'아스카는 아스카만이 해낼 수 있는 걸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거란다.'라는 말.(p.60)
시마 아스카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에 친구의 집을 돌며 얹혀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TV 드라마를 보다가 카페 아르바이트를 간다. 미래가 없는 청춘인데, 술집에서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고민한다.
시게타 다쓰키는 아내와 별거 중이다. 그는 행복한 결혼 생활도, 골프 선수로서의 꿈도 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냥 그저 그런 삶을 사는데, 일 년 만에 딸아이를 만나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리카와 사쿠라는 국제선 승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결혼해서 라멘 가게 아르바이트를 한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꿈,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와 죄책감으로 불행을 자처하고 있다.
세리자와 마사시는 뉴욕 맨해튼에서 오디션에 도전하고 있다. 이른 나이에 영화에 출연해서 인기 배우가 되었지만, 꿈을 이룬 뒤의 삶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방황한다.
히타야마 가즈키는 숨만 쉬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중학교 선생님이 되었지만, 소심한 성격으로 학생에게 미움받고, 학부모에게 비난받고, 동료에게 인정받지 못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10년 전에 내가 쓴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중학교 시절에 쓴 편지 한 통으로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여기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수신인은 젊음의 몸살을 앓고 있다. 원하지 않은 불행,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자기를 미워하고, 꿈을 이루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은 모두 자기가 쓴 편지를 읽고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또 10년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이대로가 아닌 변화를 갈망한다.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살아남는 것, 생존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한때는 나도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꿈을 잊고 있었다. 세계 평화, 남북통일, 화목한 가정, 진실한 독서가, 순수한 클래식 음악 애호가, 그리고 병역 기피자와 거짓말쟁이 궤변론자를 멀리하기... 아, 꿈을 회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