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평점 :
무레 요코, 이수은 역,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라곰, 2025.
Mure Yoko, [SUTETAIHITO SUTETAKUNAIHITO], 2024.
집 안의 책장과 벽면은 책으로 가득하고, 최근에는 장롱에 클래식 CD까지 모으기 시작했으니... 굳이 따지면, 나는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정리를 망설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게으름 때문이리라. 오늘은 더워서, 추워서, 비가 와서, 화창해서, 바빠서, 피곤해서, 때가 아니라서... 등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 다음으로 미룬다. 무레 요코의 소설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동기로 과감한 정리를 결심하는 다섯 개의 단편 모음이다. 평범한 일상을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맛깔스럽게 그려낸다.
못 버리는 언니, 버리려는 동생
쌓아두는 엄마
책벌레와 피규어 수집가의 신혼집 논쟁
남편의 방
며느리의 짐 정리
토모코와 마이는 열네 살 터울의 자매이다. 나이 차이만큼이나 삶의 방식도 다르다. 언니인 토모코는 공립학교에 진학해 대학을 나와 취업했고, 동생인 마이는 사립학교에 들어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젊은 자산가와 결혼했다가 곧 이혼했다. 언니는 회사하고 가까운 도심으로 이사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는 중이고, 동생은 곁에서 버려야 할 물건을 조언한다.
본가에 있는 엄마는 사놓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타지에 사는 딸 토모미를 부른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찾은 집에는 택배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지진에 대비해서 구매한 비상식량과 라면이라고 한다.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는 엄마와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딸은 각자의 입장에서 충돌한다. 토모미는 물건을 하나씩 정리한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에 들어가기 위해 사에코는 수년간 모아온 책을, 요시노리는 진열장의 피규어를 정리해야 한다. 물리적 공간의 부족이라 타협의 여지는 없는 상황이다. 여자는 어려운 결정으로 책을 줄이지만, 남자는 수집품을 포기하지 못해 갈등이 생긴다. 결국, 극단적인 해결책이 등장한다.
칠순을 앞둔 남편은 아직도 여자를 보면 말을 걸어 추근대는 버릇이 있다. 검진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사이, 아이코는 딸 나오미와 함께 남편의 방을 뒤진다. 서랍에는 여러 장의 사진과 메모, 비디오와 DVD 등 외도와 여성편력의 증거가 가득하다. 모녀는 그것을 전부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며느리는 두 살배기 아이를 남겨두고 집을 나갔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아들은 지방으로 발령되어 손자는 할머니인 아내가 돌보기로 했다. 타다시는 아들 집에 남은 며느리의 짐을 정리하면서 분노와 고통을 겪는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김에 지금까지의 자신을 떠나보내고 한 단계 올라서 보자."(p.46)
먼 미래를 생각해도 자신이 거동이 힘들어졌을 때 자식에게 책을 처분하게 하는 것은 부모로서 괴로운 일일 것이다. 자식이 없으면 남에게 수고를 끼치게 된다. 반년 후의 이사는 자신이 변화할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사에코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p.121)
"뭔가를 떠나보내지 않으면 새로운 걸 얻을 수 없는 법이야. 자기는 욕심이 많아."(p.148)
다양한 계기로 물건을 정리하는 순간이 있다. 이사를 하면서, 지진에 대비해서, 결혼을 앞두고, 상처를 극복하려고, 떠난 사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 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다. 추억과 그리움, 슬픔과 분노, 회한과 결단이 물건 속에 스며 있다. 그러나 메시지는 분명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것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워야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고,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버리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감정과 집착을 놓아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렵지만, 매우 의미가 있다.
읔, 나는 당장 책을 버릴 수 있을까?
분량이 짧아 아쉽고, 다음에는 [카모메 식당](푸른숲, 2011.)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