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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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히라쿠, 이다인 역, [무한 정의], 허밍북스, 2025.

Nakamura Hiraku, [MUGEN NO SEIGI], 2024.

정의란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인 것인가, 아니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내 정의가 타인에게는 불의가 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나카무라 히라쿠의 소설 [무한 정의]는 정의의 딜레마에 빠진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이다. 결코 머리로는 동의할 수 없지만, 가슴으로는 납득할 수 있는 사건이 전개된다.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얼굴에는 칼로 X 표시가 새겨져 있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함구령이 내려져 언론에는 발표되지 않았다. 반사회 집단만을 노린 범행이라는 점에 주목한 언론에서는 거리를 깨끗이 하는 청소차에 빗대어 범인에게 '성소자'(聖掃者, '거리를 청소하는 성스러운 자'라는 뜻을 담은 이름으로 일본어로 청소차와 발음이 같다-옮긴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경찰에서도 편의상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p.10-11)

야쿠시마루 료이치는 이케부쿠로 경찰서 형사과 강력계 소속의 경부보이다. 부인은 유명 종합상사에서 근무하고, 딸은 영국의 유명 발레학교로 유학을 앞두고 있다. 경찰 소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데... 진급을 향한 욕망,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 삐걱거리는 가족 관계, 그리고 야쿠자와 같은 반사회 집단을 겨냥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성소자' 거리의 청소부로 불리며, 시신의 얼굴에 칼로 X자를 새겨놓는다. 피해자는 전부 조직원이라서 성소자는 인터넷과 SNS에서 '정의의 사도'로 추앙받는다.

료이치는 스마트폰을 꺼내 신고를 하려다 멈칫했다.

진급 시험은 어떻게 되는 거지? 수사 1과로의 이동은? 딸은 아마 처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 없었다. 료이치는 그 사실이 두려웠다.

...

"나, 발레 계속할 수 있을까?"(p.67-68)

료이치의 딸 카나는 클럽에서 누군가가 건넨 약물에 취해 납치를 당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지만, 우발적으로 납치범을 죽이게 된다. 경찰인 료이치는 정의와 딸의 미래, 직업윤리와 사회적 평판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고심 끝에 그는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시체를 유기하고, 이마에 성소자의 표식을 남겨 범행을 위장한다. 모방범의 등장은 수사를 혼선에 빠뜨리고, 료이치는 성소자를 추적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자신의 범행을 은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좋아. 우리 둘이 꽤 좋은 파트너가 될 것 같군."

성소자는 낮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었다.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세상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조금 전 나눈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성소자와 악마의 계약을 맺고 말았다.(p.138)

한편, 조직원을 잃은 블랙체리는 복수를 위해 성소자에게 천만 엔의 현상금을 건다. 경찰은 잇따라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클럽에서 카나를 봤던 조직원은 료이치에게 딸의 목숨 값으로 금전을 요구하고, 납치범의 시체 유기를 목격한 성소자는 료이치에게 획득한 증거 훼손을 명령한다. 료이치는 어쩔 수 없이 악마와의 거래를 하게 되고, 성소자와 모방범이 협력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죄의 무게에 마음이 비명을 질러댔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죄를 덮고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도 그래야만 한다.(p.262)

죄의 무게와 고통, 아버지의 정의... 촘촘하고 빼곡한 소설이라서 등장인물이 많고, 내용은 꼼꼼하다. 하지만 반복적인 묘사와 중복되는 설명은 긴장감을 흐리고(처음부터 범인이 보인다...;;), 장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말을 단순한 여운으로 마무리하면 어땠을까? 복잡함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작가 스스로도 아직 정의에 관해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 같고... 소재와 구성은 흥미롭지만, 이미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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