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패션 제국 - 라이프스타일 창조자
레나타 몰로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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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제국의 루이14세, 왕이라 불리우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 이름 자체가 주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엄청나게 성공한 유명한 사람이고 누구나 그에 대해 알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의 이름 8자와 패션아이콘, 이 두가지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패션에 대해서도 문외한이건만, 그에 관한 책이 나왔다기에 그에 대한 궁금함에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의 자서전이나 패션에 대한 철학, 그의 삶의 자세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책을 펼쳤지만, 자서전이 아닌 전기란 이야기에 약간 겁을 집어먹고 읽기 시작했다. 그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는 나로서는 일순, 이 책에 적힌 정보만을 무작정 받아들일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도 제한적인데다가 자칫 편파적으로 그를 받아들이게 될 수 있어서, 무조건 그를 숭배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주었다.
 
냉정하게 비판하자면, 역시나 이 책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대한 칭찬 일색, 아니 거의 숭배에 가까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하는 거창한 생각으로 책을 펼치는 불안감을 떨쳐내면 이 책은 꽤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기품있고 단정한 어머니나 형과 여동생과의 우애,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과의 일화나 평가가 나와있고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패션의 역사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문화,경제에 대한 이야기와 패션의 상징이던 파리를 제치고 "메이드 인 이탈리아" 의 신화를 이루어낸 아르마니와 친구들의 노력들을 순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다소 어려운 패션어휘가 낯설은 감도 살짝은 있지만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멋진 사진들은 금세 그러한 점을 잊게 만들어 준다. 문장도 아니고 단어 한 중간을 끊고 사진 무더기를 넣어둔 점을 제외하면, ㅡ어차피 읽던 문장을 다 읽고나서야 다시 사진 페이지로 돌아와 사진을 보았으니 차라리 그 문장을 끝맺음한뒤에 사진페이지를 넣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ㅡ 책은 재미나게 읽힌다. 게다가 그 사진들도 꽤나 흥미로웠다. 멋지고 우아한 아르마니 가족들 사진도 그렇고, 그의 패션컬렉션 실물 사진을 보니, 칭찬이 가득 담긴 그의 패션에 대한 설명보다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세련된 아름다움의 그의 패션을 잘 이해할 수 있어서 나도 정말 그의 패션에 반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패션제국의 왕이라 불리는 그가 처음부터 패션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림에 소질이 있고 친구들과 모여 사진찍기를 즐겨하거나 여자친구들에게 패션에 대한 조언을 해줄 만큼 뛰어난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가 처음 무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의사였다.
 
"처음에 패션에 대한 성스러운 열정 따윈 없었습니다. 난 패션 일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 p.48
 
이랬던 그가 리나셴테 백화점에 우연히 입사해 비로소 30~40대가 되어서야 패션에 대한 의견과 사상을 가지게 되었고 소질을 보였다. 그는 항상 패션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일, 사업이라고 말하고 팔리는 것과 팔리지 않는 컬렉션이 있을 뿐 (p.277) 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점이 그의 패션에 대한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그는 항상 과장적이고 지나치게 화려한 패션을 좋아하지 않고 한결같이 간결하고 품위있는 선과 편안함을 고집하며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비밀스러움을 추구했는데, 이는 패션이 다른 무엇으로 변질되거나 다른 무엇으로 평가받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과장 때문에 패션이 금방 질리게 만들었다. 옷에 대한 무관심 이상으로 위험한 현상이었다. - p.184
 
"스타일리스트가 영위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삶을 요구하는 지나친 욕심에 나는 당황스럽습니다. 나 개인적으로는 목적지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나는 평범한 삶의 단순성을 좋아합니다. 소박함의 기쁨을 즐깁니다." - p.185
 
"나는 새로운 현대성, 새로운 우아함을 만들어 내려 시도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때때로 현실은 너무나 빨리 움직여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바보가 되길 바라는 듯합니다. 즉 그들은 폭발적인 패션, 입이 쫙 벌어지게 할 만한 패션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모든 것을 피하려 합니다. 홰냐하면 폭발은 오래 계속되지 않고, 터졌다가 금방 재만 남기 때문입니다."  - p.253
 
물론 그도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이탈리아 패션사업을 세계 각지로 팽창시키고 널리 알렸으며 새로운 패션의 유행을 선도했다. 기존 남성복의 딱딱함을 여성성을 결함시켜 성의 타파, 즉, 남성복도 여성복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는 그가 항상 변화에 민감하고 편안함을 강조하여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열린 마음과 창조적 사고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다소 그가 독단적이고 차갑게 비춰지더라도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으로 그의 곁에는 항상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의 당당함과 한결같은 고집스러운 성격이 때론 오만하거나 독선적이게 보일지라도 매력으로 다가오고 바로 그점때문에 그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사후, 그의 제국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분명한건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 이름이 변경되고 다소 시대적 경제적 변화는 있을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그가 추구하던 것들 (편안함과 우아함) 은 계속 존재하리라고 생각한다. 다소 바램이 섞인 나의 자그마한 그의 패션에 대한 예찬이다.
 
"나에게서 숙녀들은 '지식을 얻고자 하기' 보다, 자신감을 주고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변치 않는 옷들을 '가지길' 원합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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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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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정말 고민한 것은, 취업이 아니라 취업 이후의 삶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것은 공항의 이동 벨트를 타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일단 진입로에 들어서면 대단한 각오와 주변의 눈총 없이는 도중에 방향을 바꾸기가 힘들다. 지금이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기처럼 보였다. - p.15
 
"스물다섯까지 취업, 마흔까지 집 장만 같은 기준을 차곡차곡 밟아가는 삶을 원하는 거야? 그런 삶은 남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좋지만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을까? 대학생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남들의 시선 같은 것 마음 쓰지 말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 - p.16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이란 타이틀에 부러움 반, 기대 반으로 책을 펼쳤다. 나보다 어린 그녀가 이루어낸 것들과 그녀의 용감함이 어떤 건지 정말 궁금했다.
아프리카, 그 광활한 뜨거운 대륙 중 그녀가 간 곳은 아프리카의 왼쪽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섬 마다가스카르다. 그녀가 아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없는 나는 그녀의 여행 경험담에 그저 감탄을 하며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홀로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서 이바투 국제공항을 나서고 싶었다. 공항 밖에서 걸인에게 둘러싸여 당황하거나, 바가지를 씌우려고 쉴 새 없이 눈을 희번덕거리는 택시 기사를 만나거나, 절망감에 우왕좌왕하고 울음보를 터뜨리는 일들을 나는 겪고 싶었다. - p.37
 
솔직히 조금 오만한 생각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마다가스카르 체류 80여일, 그중 여행 첫날을 제외하더라도 그런 경험할 날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녀의 무모한 용기가 부러워서인지도 모른다.
 
여행이란, 세상과 하는 연애 같은 거다. 두근거리며 시작하고, 조금씩 상대를 알아간다. 실망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고, 정도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지지만, 한편으론 지루한 감도 있다. 그렇다면 연애는 상대를 돌아보는 여행 같은 걸까. - p.218
 
'연애는 상대를 돌아보는 여행' 이란 말이 완전히 이해가 가진 않지만 디에고 슈레즈에서 진이 느낀 고독감과 그곳에서 만난 청년 쉐인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렁드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보고 있으면 아주 약간은 이해가 간다. 갑작스런 그녀의 연애담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만큼 또 아주 재미있었다. 원래 내 연애담보다 다른 사람의 연애담을 훔쳐 듣는 기분이 더 즐거운 법이니까. 하물며 낯선 여행길에서 불쑥 찾아오는 로맨스는 더 짜릿하고 더 흥분되는 법이다.
 
그녀의 알콩달콩 연애담은 제쳐둔다 하더라도 그녀의 솔직하고 감성적인 글솜씨는 참으로 재미있다.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여러 경험들도 그렇고, 낯선 곳에서 끊임없이 낯선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그녀의 신비한 능력이라니.. 외국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란 재미는 모두 경험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그녀의 태도는 참 본받을만하다. 하지만 나로선 솔직히 벼룩이나 제부의 똥, 삼일이나 걸리는 버스여행에 적응하기가 쉬울 것 같지 않다.
 
나에게 아프리카는 정글이다. 낯선 오지이고 두려운 곳이다. 벌레도 두렵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도 두렵다. 그러나 진에게는 자유로운 영혼의 안식처였고, 떠들썩하고 유쾌한 친구들이 있는 곳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도 그곳의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에 조금 빠진 듯도 하다.
연극대본에 나오는 것처럼 진에게는 마다가스카르가 '믿었던 모든 것들이 거짓' 이었음에 좌절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위안을 찾으러 떠나는 땅 (p.18) 이다. 나도 진처럼 용기를 내어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다. 나에게 위안이 되는 그런 곳을 빨리 찾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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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삼킨 책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 지음, 신혜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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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긴박한 사건이나 명쾌한 추리 탐구 과정이 부족한 듯 하지만 그 대신 전반적으로 암울하고 신비로운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사건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꼬인 느낌, 결국에 밝혀지는 진실은 왠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나 '오리엔트 특급 열차 살인사건' 을 떠올리게 하였다. 모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리고 '장미의전쟁' 만큼 어렵고 기괴한 사건은 그 이미지를 상상해 보는 즐거움도 주었다.
 
왠일인지 나는 내내 쫒겨다니고 갈피를 못잡는 니콜라이 박사의 도피행각이 나에게는 꽤 재미있게 느껴졌다.
물론 그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는 신비한 미녀 막달레나와의 대화는 반의반도 이해가 힘들었지만...
그들의 대화는 물론 당시 1780년대 복잡한 독일의 정치나 종교, 여러 사상의 대립에 대한 것들 자체가 매우 낯설었기 때문에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신비한 소재는 그래도 흥미진진했으나, 반이라도 이해하고 좀 더 재미를 느끼려면 두 세 번쯤 다른 책들과 다시 읽어봐야 할 듯 하다. 또 기꺼이 그러고 싶은 책이다.
몇 몇 이교 종파나 사상에 대해서는 몇 몇 픽션소설에서 흥미롭게 읽어본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어렵고 복잡했다.
 
"두려워 하지 말아요. 모든 일이 잘 될 거예요.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고 있어요!" - p.10
 
처음타본 뉘른베르크행 기차여행에서 손녀 테레사가 외친 이 말은 니콜라이 박사가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과거의 어느 사건과 한 여자를 떠올리게 해준다.
 
젊은 시절 새로운 의학설을 주장했다가 고향에서 쫓겨난 니콜라이는 뉘른베르크라는 마을에서 별 볼일 없는 일들을 하며 조용히 살다가 어느날 밤, 알도르프 백작가에 진료를 가게 된다. 거기서 발견한 백작가족의 수상쩍은 죽음, 그리고 다음날 사라져버린 백작의 재산관리인 칼크브렌너, 시종 젤링, 그리고 궁정 약사 친레히너... 곧 젤링은 시체로 발견이 되고 칼크브렌너가 잡혀오며 친레히너는 젤링 살해범으로 수배가 내려지게 된다. 그리고 매우 수상쩍은 우편배달마차 탈취화재사건 조사차, 백작가에 들른 디 타시와 젤링 살해 현장에 있었던 신비한 미녀 막달레나와 함께 니콜라이 박사도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디 타시와 막달레나 모두 수상쩍기만 한데 그 와중에 갑자기 사건조사는 중지되고 니콜라이와 막달레나는 디 타시에게서 달아나 사건수사를 계속 하게 된다.
이 때 여러 종파나 철학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대다수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해는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인상깊은 막달레나의 말이 있다.
 
"하느님은 동정을 하시어 인간에게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도록 감성을 주셨어요. 하느님은 인간에게 성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고, 그럼으로써 인간을 위로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도록 해주셨어요. 그러나 빛의 전달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죠. 그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유혹했고 그들이 영원히 두려움을 벗어나게 해주고 세계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들은 또 사람들에게 그들의 두려움을 야기하는 것, 바로 이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속였어요.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만이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버려지지 않았다는 유일한 표시죠. 그것의 다른 이름은 경외심이에요. (중략) 성스러움은 결코 바꾸거나 대체될 수 없는 것이죠. 그것은 영원히 가치 있는 것이에요." - p.448
 
모든 사건은 어느 새로운 하나의 사상 때문에 벌어지게 된다.
여기서는 그 사상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이지만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칸트들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생각이 살인을 부르는 독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과연 정말 독인가?
 
결론적으로 나는 생각의 위험성을 믿는다. 다만 내가 미신이나 종교나 똑같이 그다지 믿지 않는 것처럼 생각에도 융통적 행동이 따라준다면 이란 전제하에 생각을 바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실 정말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기에 반드시 합당한 행동이 생각과 함께 따라야 하는 것이다. 책 후반에 팔크와 니콜라이의 대화에서 그래서 나는 팔크의 생각이 틀렸다고 본다. 팔크는 행동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으나, 사실 생각 없이는 어떤 행동도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우선 생각을 해야하고 그렇기에 생각이 가장 위험한 것이다.
 
갑자기 작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 생각난다.
우리는 과연 언제나 진보된 생각을 하며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인가? 이 책에서는 '아니다' 였다. 우리는 끊임없이 반복된 삶을 살아간다. 그건 진보와 퇴행의 끝나지 않는 반복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인간이 처음으로 사는 지구가 아니었다. 이미 버려진 지구가 몇 개나 있다. 반복되는 역사의 흐름 속에 우린 어느새 그 사실을 잊고 다시 부푼 꿈을 안고 다른 지구를 찾아떠나는 삶을 반복한다. 
 
왠지 지금 우리가 하는 생각들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 생각들인지, 우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쯤 다시 또 큰 충격을 받고, 그런 일을 몇번이나 반복할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막달레나가 바라는 같은 세상에 머물 유일한 방법인 침묵이 가끔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가끔은 그저 머무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생각과 사상 속에 살고 있고 '자유' 라는 방종으로 너무나 무분별하게 그것들에 노출되어 있다.
 
1780년대 독일의 역사와 종교, 철학에 대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 지식지수가 손가락 반마디쯤은 자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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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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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와서 넘 좋았어요. 책 참 이쁘고 귀엽습니다 빠른 배송 참 좋내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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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판 이다 플레이
이다 글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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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성장과 퇴행을 반복하고 80만원만 벌면 여한이 없다는 식의 내용이었던 정말 솔직한 작가 소개를 보고 나와 비슷한 점들에 공감이 가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나와 비슷한 나이대인점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책을 펼치자 왠지 두려운 그림들이 한가득... 하지만 용기를 내서 막상 집중해 읽기 시작하자 적당히 유며도 있고 나와 비슷한 점도 많고 ㅡ 스스로 동굴에 은둔하는 스타일에 나와 같이 좁은 인관관계, 무언가 하나에 꽃이면 한동안 무한버닝한다는 점 등 ㅡ 매우 사색적이거나 시적인 글들과 날카롭게 사회를 비판하는 글들도 참 많았다. 물론 이다스러운 이다만의 독특한 생각들도 많았다. 특히 돼지바에 대한 그 독특하면서도 시적인 날카로운 통찰이라니.. 감탄했다.
그리고 나도 부러워하는 여고생, 책 표지에 있는 여고생을 보며 '이다씨는 정말이지 여고생을 많이 생각하는구나' 하고 웃음이 났다.
 
일단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나는 이다씨의 전공이 신학이라는게 신기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편견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한게 아니라 나는 그녀가 당연히 미술과 관련된 과목을 전공으로 했으리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러고보니 이것도 편견인가?
 
그녀의 책은 좀 놀랍다. 그녀 말대로 좀 무섭게 느껴지는 그림과 어수선한 글들이 가득하다거나 지나친 솔직함으로 가득찬 글이라서든가는 둘째치고 그렇게 한풀이로 가득한 책을 냈다는 그 자체가 나는 놀라웠다. 나는 아니 누구나 자신의 인생의 실패나 오점들을 다른 이에게 말하는 걸 부끄러워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끔 의지하는 사람에게 고민을 상담하거나 인터넷의 익명성만을 믿고 괴로움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그녀처럼 꾸준히 그러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가장 하고 싶은 말, 가장 힘든 점, 나의 가장 부끄러운 실패는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내가 이상한 걸까?
 
나도 자주 생각한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이루어 놓은 건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고, 도대체 내 인생은 이게 뭔가? 나는 그야말로 몸만 컸지, 영원히 자라지 않는 바보같은 어린아이같다구 매일 그런 생각을 한다. 단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혼자 괴로워한다는게 이다와의 차이점이다. 게다가 이다는 괴로워하면서도, 고민하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더 나은 이다가 되기 위해서,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어서.
 
나는 끊임없이 한풀이를 해대는 이다가 중반까지는 그래도 참 부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이 성장하지 않는다고 몸만 큰 어린아이로 머물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계속 자신의 성장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세상엔 자신의 미래와 성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또 그녀는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자신이 하고싶은 것에 열심히 노력한다. 비록 그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가 될까봐 걱정은 좀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그녀는 세상의 종말이 오면 자신이 젤 먼저 죽을까봐 걱정하지, 힘들다고 종말이 오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그녀는 어떻게든 살고 싶은거지, 도망가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도 계속되는 그녀의 푸념이 마지막엔 조금 지겹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개인적 푸념이 가득한 책을 낼 수 있는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누구나 이런 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역시나 먼저 책을 낸 건 이다씨니 여긴 더 할 말 없음.
 
그저 부럽다. 한평생 하고싶은 일이 있는 이다씨가. 나도 바보같은 내 인생 이다처럼 평생 하고픈 일이 있다면 좋을텐데, 아직도 방황만 하고 있으니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심각하게 들었다. 그리고 이 책 '무삭제판 이다 플레이' 는 '안네의 일기' 이후, 책을 읽고 다시금 일기가 쓰고 싶어지게 만든 두 번째 책이 되었다.
 
조금 그림이 무서운들, 그녀의 우울한 푸념을 좀 들어준들 어떠랴
그래도 변함없이 앞으로도 그렇게 언제까지나 그녀는 그자리에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을텐데..
항상 누군가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는거. 그 자체가 어쩔땐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는거 같다.
가끔 돌아볼 테니, 앞으로도 변치말고 거기 있어줘, 이다
 
그래 노력이 부족한거면 다행이지. 재능없다는 말보다 천배는 나아. 인생 올인했는데 알고보니 재능없었다면 난 죽어버릴테다. - p.45
 
진짜 내 모습을 몰랐기 때문에 솔직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진짜 내 모습을 제외하고는 다 보여주고 말할 수 있었던 거야 나는. - p.51
 
선을 정해놓고 그 선이상으로 다가오면 밀쳐낸다. 즐겁게 친한척 해놓고 다음에 또 친한척하면 밀쳐낸다. 숨기는거 없는 척 해놓고 숨긴걸 들키면 밀쳐낸다. 그런 주제에 자기가 밀쳐내지면 상처받는다. 드럽고 편협한 밀어내기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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