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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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정말 고민한 것은, 취업이 아니라 취업 이후의 삶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것은 공항의 이동 벨트를 타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일단 진입로에 들어서면 대단한 각오와 주변의 눈총 없이는 도중에 방향을 바꾸기가 힘들다. 지금이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기처럼 보였다. - p.15
 
"스물다섯까지 취업, 마흔까지 집 장만 같은 기준을 차곡차곡 밟아가는 삶을 원하는 거야? 그런 삶은 남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좋지만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을까? 대학생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남들의 시선 같은 것 마음 쓰지 말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 - p.16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이란 타이틀에 부러움 반, 기대 반으로 책을 펼쳤다. 나보다 어린 그녀가 이루어낸 것들과 그녀의 용감함이 어떤 건지 정말 궁금했다.
아프리카, 그 광활한 뜨거운 대륙 중 그녀가 간 곳은 아프리카의 왼쪽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섬 마다가스카르다. 그녀가 아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없는 나는 그녀의 여행 경험담에 그저 감탄을 하며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홀로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서 이바투 국제공항을 나서고 싶었다. 공항 밖에서 걸인에게 둘러싸여 당황하거나, 바가지를 씌우려고 쉴 새 없이 눈을 희번덕거리는 택시 기사를 만나거나, 절망감에 우왕좌왕하고 울음보를 터뜨리는 일들을 나는 겪고 싶었다. - p.37
 
솔직히 조금 오만한 생각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마다가스카르 체류 80여일, 그중 여행 첫날을 제외하더라도 그런 경험할 날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녀의 무모한 용기가 부러워서인지도 모른다.
 
여행이란, 세상과 하는 연애 같은 거다. 두근거리며 시작하고, 조금씩 상대를 알아간다. 실망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고, 정도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지지만, 한편으론 지루한 감도 있다. 그렇다면 연애는 상대를 돌아보는 여행 같은 걸까. - p.218
 
'연애는 상대를 돌아보는 여행' 이란 말이 완전히 이해가 가진 않지만 디에고 슈레즈에서 진이 느낀 고독감과 그곳에서 만난 청년 쉐인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렁드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보고 있으면 아주 약간은 이해가 간다. 갑작스런 그녀의 연애담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만큼 또 아주 재미있었다. 원래 내 연애담보다 다른 사람의 연애담을 훔쳐 듣는 기분이 더 즐거운 법이니까. 하물며 낯선 여행길에서 불쑥 찾아오는 로맨스는 더 짜릿하고 더 흥분되는 법이다.
 
그녀의 알콩달콩 연애담은 제쳐둔다 하더라도 그녀의 솔직하고 감성적인 글솜씨는 참으로 재미있다.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여러 경험들도 그렇고, 낯선 곳에서 끊임없이 낯선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그녀의 신비한 능력이라니.. 외국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란 재미는 모두 경험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그녀의 태도는 참 본받을만하다. 하지만 나로선 솔직히 벼룩이나 제부의 똥, 삼일이나 걸리는 버스여행에 적응하기가 쉬울 것 같지 않다.
 
나에게 아프리카는 정글이다. 낯선 오지이고 두려운 곳이다. 벌레도 두렵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도 두렵다. 그러나 진에게는 자유로운 영혼의 안식처였고, 떠들썩하고 유쾌한 친구들이 있는 곳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도 그곳의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에 조금 빠진 듯도 하다.
연극대본에 나오는 것처럼 진에게는 마다가스카르가 '믿었던 모든 것들이 거짓' 이었음에 좌절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위안을 찾으러 떠나는 땅 (p.18) 이다. 나도 진처럼 용기를 내어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다. 나에게 위안이 되는 그런 곳을 빨리 찾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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