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리 홀 원작, 멜빈 버지스 지음, 정해영 옮김, 박선영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틀동안 연이어 본 책들이 자꾸만 날 울리다니... 게다가 이 책은 빌리려고 했던 책도 아니었는데 영화를 본 반가운 맘에 집어든 책이
나를 이렇게 펑펑 울리다니...
책을 읽을 때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듯 해서 음악을 잘 듣지 않는데 요즘 좋아진 '주걸륜' 의 노래와 함께 읽은 이 책은 정말이지...
주걸륜의 목소리 자체가 약간 슬픈 음색이라 빌리에게 더 몰입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빌리가 처음 춤의 즐거움에 빠졌을 때나 슬픈 현실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던 때, 특히나 발레선생님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날, 그리고 사실은 아빠도 빌리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학교를 오가는 다리에서 친구 마이클에게 춤을 보여주며 반짝반짝 빛나던 빌리를 보았을 때, 할머니, 아버지, 친구 마이클, 마을 사람들, 심지어 형 토니까지도 조지를 위해 모금을 할 때, 처음으로 조지가 펑펑 울던 날이나, 바닷가로 뛰어나가 파도소리를 들며 맘을 달래던 일, 아버지 앞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춤을 보여주던 일, 시험에 합격하고 너무나 기뻐 울먹이던 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상하던 빌리까지.. 그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생각이 나고 기뻐서 때론 슬퍼서 펑펑 울었다.
 
나는 사실 영화를 거의 마지막 부분밖에 보지 못했다. 마을회관에서 친구 마이클과 춤을 추다가 아버지에게 걸렸는데도 달아나지 않고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춤을 보여주던 모습, 그 부분이 내가 빌리를 처음 만난 부분이다.
나는 그때 꼬마남자아이 빌리의 춤에 빠져서 채널을 돌리지도 못한채 마지막까지 그를 지켜보았다.
그래서 빌리가 입었던 줄무늬 셔츠의 내력이나 '철의여인 대처수상' 과 탄광촌의 대립으로 인한 파업의 아픔, 마지막에 빌리가 주인공이었던 '백조의 호수' 공연의 이상한 점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때 나는 오로지 웬 남자아이의 아름다운 춤, 신나는 점프에만 홀딱 빠져있었던 것이다.
'백조의 호수' 가 원래 여자 발레리나들의 공연이고,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남자들의 파워있는 '백조의 호수' 공연으로 내 흥미를 끌었던 그 공연이 바로 빌리가 했던 공연을 말한다는걸 오늘에서야 알게된 것이다.
 
빌리는 춤추는 걸 좋아한다.
탄광파업 때문에 먹고 살기도 힘들어지고 발레보다는 남자는 권투라고 생각하는 광부의 집에서 태어나 자란 빌리지만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닮았나보다.
우연히 관심을 갖게 된 발레에 빠져 걸리면 혼날 것을 알면서도 발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할머니만이, 그리고 우아하면서도 강해보인다며 빌리를 응원한 친구 마이클로 인해 빌리는 계속해서 열심히 춤을 춘다.
그런 빌리를 아버지와 특히 형 토니가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결국에는 그런 빌리를 이해해주게 된다.
계속 아버지가 말하던 우리 빌리.. 이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말주변이 없는 아버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표현이었으니까..
 
"조지, 나는 그애가 무엇이든 상관없네, 그애는 우리 빌리일 뿐일세. 그거면 충분해. 나는 그애가 설사 호모 짓을 한다 해도, 그애는 우리 빌리일세."  p.231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싸움을 보자. 그것은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고, 지역사회를 위한 싸움이다. 또한 나와 토니의 일자리가 걸린 싸움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빌리를 위한 싸움일까? 사오백 미터 지하에 들어가서 석탄을 파내는 빌리를 상상해 본다.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검은 땀방울...... 결코 빌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그애를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뒷바라지뿐인데, 지금은 그조차도 할 수 없다.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이 앞으로 올지 어떨지도 모르겠다. - p.30~31
 
그애가 루돌프 누레예프라고 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그래선 안될 일이었다. 다시 말해 빌리가 발레 무용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면, 그리고 그애가 정말 발레 무용수가 되고 싶어 한다면, 나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무슨 방도를 찾아 줘야 했다. 나는 그애의 아버지다. 중요한 건 바로 그거다. 그렇지 않은가? - p.194~195
 
아버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이 왔을때 빌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해낸다. 빌리를 위해 형 토니를 설득하고 동료들을 배신하면서도 탄광에 일을 하러 간다. 빌리가 합격하지 못할것 같은 두려움에 울 때도 꼭 춤을 출 수 있게 해줄꺼라고 위로해주고, 시험에 합격해 런던에 가게 되어 새로운 곳에 혼자가게 된다든 두려움으로 긴장했을때도 용기를 준다. 
영화장면도 그렇지만 두 부자가 경찰들 사이에서 만나 눈물흘리던 장면을 잊지 못할것이다. 빌리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속삭이며 울음을 삼키던 아버지의 모습을...
빌리 엘리어트 영화는 그 영화로서도 감동적이지만 책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으로 번갈아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과 저마다의 방법으로 빌리를 아끼는 마음들을 볼 수 있어서 말이다.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난 춤을 추었죠.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난 춤을 추었죠.
그렇게 일찍부터 춤추는 게 이상한가요?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난 춤을 추었죠.
- p.15
 
그렇게 소년은 결국 날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워 또 울었다. 사실, 지금까지 말한 장면 중 울지 않은 장면은 하나도 없다.
내가 너무 눈물이 헤픈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안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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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0607 2008-04-2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의 마음이 영화보다 더 잘 드러나죠.. 저도 토니와 아빠 때문에 참 많이 울었답니다^^

미니반쪽 2008-04-2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맞아요..저도 정말 사실은 혼내기만 하던 아빠 맘이 이랬구나..해서 특히 많이 감동받고 울었어요^^

pw0607 2008-04-2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역시 책을 통해 감동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신기하고 벅찬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