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패션 제국 - 라이프스타일 창조자
레나타 몰로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패션제국의 루이14세, 왕이라 불리우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 이름 자체가 주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엄청나게 성공한 유명한 사람이고 누구나 그에 대해 알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의 이름 8자와 패션아이콘, 이 두가지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패션에 대해서도 문외한이건만, 그에 관한 책이 나왔다기에 그에 대한 궁금함에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의 자서전이나 패션에 대한 철학, 그의 삶의 자세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책을 펼쳤지만, 자서전이 아닌 전기란 이야기에 약간 겁을 집어먹고 읽기 시작했다. 그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는 나로서는 일순, 이 책에 적힌 정보만을 무작정 받아들일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도 제한적인데다가 자칫 편파적으로 그를 받아들이게 될 수 있어서, 무조건 그를 숭배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주었다.
 
냉정하게 비판하자면, 역시나 이 책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대한 칭찬 일색, 아니 거의 숭배에 가까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하는 거창한 생각으로 책을 펼치는 불안감을 떨쳐내면 이 책은 꽤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기품있고 단정한 어머니나 형과 여동생과의 우애,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과의 일화나 평가가 나와있고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패션의 역사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문화,경제에 대한 이야기와 패션의 상징이던 파리를 제치고 "메이드 인 이탈리아" 의 신화를 이루어낸 아르마니와 친구들의 노력들을 순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다소 어려운 패션어휘가 낯설은 감도 살짝은 있지만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멋진 사진들은 금세 그러한 점을 잊게 만들어 준다. 문장도 아니고 단어 한 중간을 끊고 사진 무더기를 넣어둔 점을 제외하면, ㅡ어차피 읽던 문장을 다 읽고나서야 다시 사진 페이지로 돌아와 사진을 보았으니 차라리 그 문장을 끝맺음한뒤에 사진페이지를 넣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ㅡ 책은 재미나게 읽힌다. 게다가 그 사진들도 꽤나 흥미로웠다. 멋지고 우아한 아르마니 가족들 사진도 그렇고, 그의 패션컬렉션 실물 사진을 보니, 칭찬이 가득 담긴 그의 패션에 대한 설명보다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세련된 아름다움의 그의 패션을 잘 이해할 수 있어서 나도 정말 그의 패션에 반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패션제국의 왕이라 불리는 그가 처음부터 패션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림에 소질이 있고 친구들과 모여 사진찍기를 즐겨하거나 여자친구들에게 패션에 대한 조언을 해줄 만큼 뛰어난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가 처음 무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의사였다.
 
"처음에 패션에 대한 성스러운 열정 따윈 없었습니다. 난 패션 일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 p.48
 
이랬던 그가 리나셴테 백화점에 우연히 입사해 비로소 30~40대가 되어서야 패션에 대한 의견과 사상을 가지게 되었고 소질을 보였다. 그는 항상 패션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일, 사업이라고 말하고 팔리는 것과 팔리지 않는 컬렉션이 있을 뿐 (p.277) 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점이 그의 패션에 대한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그는 항상 과장적이고 지나치게 화려한 패션을 좋아하지 않고 한결같이 간결하고 품위있는 선과 편안함을 고집하며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비밀스러움을 추구했는데, 이는 패션이 다른 무엇으로 변질되거나 다른 무엇으로 평가받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과장 때문에 패션이 금방 질리게 만들었다. 옷에 대한 무관심 이상으로 위험한 현상이었다. - p.184
 
"스타일리스트가 영위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삶을 요구하는 지나친 욕심에 나는 당황스럽습니다. 나 개인적으로는 목적지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나는 평범한 삶의 단순성을 좋아합니다. 소박함의 기쁨을 즐깁니다." - p.185
 
"나는 새로운 현대성, 새로운 우아함을 만들어 내려 시도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때때로 현실은 너무나 빨리 움직여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바보가 되길 바라는 듯합니다. 즉 그들은 폭발적인 패션, 입이 쫙 벌어지게 할 만한 패션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모든 것을 피하려 합니다. 홰냐하면 폭발은 오래 계속되지 않고, 터졌다가 금방 재만 남기 때문입니다."  - p.253
 
물론 그도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이탈리아 패션사업을 세계 각지로 팽창시키고 널리 알렸으며 새로운 패션의 유행을 선도했다. 기존 남성복의 딱딱함을 여성성을 결함시켜 성의 타파, 즉, 남성복도 여성복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는 그가 항상 변화에 민감하고 편안함을 강조하여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열린 마음과 창조적 사고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다소 그가 독단적이고 차갑게 비춰지더라도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으로 그의 곁에는 항상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의 당당함과 한결같은 고집스러운 성격이 때론 오만하거나 독선적이게 보일지라도 매력으로 다가오고 바로 그점때문에 그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사후, 그의 제국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분명한건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 이름이 변경되고 다소 시대적 경제적 변화는 있을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그가 추구하던 것들 (편안함과 우아함) 은 계속 존재하리라고 생각한다. 다소 바램이 섞인 나의 자그마한 그의 패션에 대한 예찬이다.
 
"나에게서 숙녀들은 '지식을 얻고자 하기' 보다, 자신감을 주고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변치 않는 옷들을 '가지길' 원합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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