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좋았던 부분이 있는 곳에 작은 색종이를 꽃아두며 읽는 버릇이 있는데 최근에는 책안에 온통 색종이가 그득하고 책꽃이에 꽂아두기도 불편해서 이제는 책을 읽을 때 노트를 옆에두고 책 제목과 함께 좋았던 부분의 페이지를 적거나 그 부분의 내용과 느낌을 아주 간략히 적어둔다.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는 너무 재밌어서 내용에 몰입하다가 다시 몇 페이지 전으로 돌아가 좋았던 부분을 찾아 적기를 반복했다. 내용도 유쾌한데 그 표현력이 특히 위트가 넘쳐서 더 재밌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재밌는 표현으론 이런게 있다.
 
우리는 커다란 트렁크를 데굴데굴 굴리며 가부키초를 걸어갔다. - 119
 
사실 다른 재밌는 부분도 많고 정말 실제로 가방을 데굴데굴 굴리며 가지도 않았겠지만, 왠지 나는 두 사람은 '그럴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 키득거리며 읽었다. 왠지 눈에 선하게 간판조명과 가로등이 빛나는 식당의 밤거리를 두 사람이 가방을 뻥뻥 발로 차며 걷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안도했다. 그렇지만 이래도 되는 건가. 뉴욕 주의 이민국이 목욕탕도 없는 연립주택에 살고 있는 정체불명의 일본인의 말을 그대로 믿고 비자를 발급하다니. 대단히 걱정스럽다. 하지만 어쩌면 뉴욕 주의 이민국도 내가 최근에 1.5평에서 2평으로 출세한 것을 알고 있어, 나의 신용도가 대폭 향상된 건지도 모른다. - p.142
 
위 부분은 저자의 대학졸업과 취업을 본의아니게 도와준 콩고인친구, 동가라 씨의 미국비자 발급을 위해 도움을 주는 편지를 대사관에 보냈고 다행히 그에게 무사히 비자가 발급되었단 소식을 들었을 때 그가 생각한 말인데, 말도 안되는 그의 이런 말들이 나는 너무나 웃겼다. 게다가 이 책 속에서 그의 와세다 1.5평 작고 어지러운 집 이야기가 자꾸만 나오는데, 아마도 그 이야기가 그의 다른 책 <와세다 1.5평 청춘기> 의 배경인듯 하다. 그래서 다음에 읽을 그의 책을 <와세다 1.5평 청춘기> 로 결정했다. 그의 데뷔작이자 이 책 속 외국인들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된 첫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서>도 무척 읽고 싶긴 했지만, 괴수 이름이 무벰베라니... 세상에나... 이렇게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첨이다. 정말이지 웃기다. 물론 그답지만 말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그의 모토가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게 쓴다' 라는데 정말이지 한때 환상의 괴수에 빠져서 탐험여행을 가기 위해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우고, 무사히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더니 1년만에 그만두고는 난데없이 샤미센 연주자가 되겠다고 연습에 매진하질 않나, 아프리카 오지도 모잘라서 이라크에도 가고자 이라크어도 배우고 (결국 안간듯 하지만) 타이에 특이하게 가겠다고 한국을 거쳐 배를 타고 가질 않나. (물론 한국에 왔었다는 사실하나로 그에게 왠지 모를 친근감을 갖게 되었지만) 그의 그런 특이함과 방랑벽은 어쩌면 가족내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아버지도 그리스에 갑자기 꽂히신 경험이 있으시니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도쿄에서 만난 외국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말이지 제목처럼 하나같이 유별나고 특별한 친구들이다.
 
우선 저자는 콩고의 괴수 무벰베를 찾는 탐험을 떠나기 위해 그 곳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서 책속엔 콩고 여행이야기가 자꾸만 나오는데 그만큼 자주 나오는 몇가지 말들이 더 있다.
우리는 (그 또는 그녀 이름) 가 마치 다른 나라 사람처럼 보였다. 실제로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 p.66
나는 세상의 분위기나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을 신조로 삼는 국제인이다. - p.200
 
이 '국제인'이란 의미가 재밌는데 나중에 그는 '팔로마' 에게 스페인어를 배우며 자신의 독재와 자신이 생각하던 '국제인' 의 잘못된 의미를 깨닫는다. 또 자유롭고 독특한 삶을 살면 '새로운 자아' 가 난데없이 무조건 나타날꺼라 믿었던 생각도 고쳐먹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사고의 성장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저자의 청춘을 한 부분을 보여주는 자전적 청춘소설이기도 하고 말이다.
또 이 책은 마냥 웃기지만은 않는다. 8명, 혹은 그 이상의 그의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외국인 친구들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만큼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또 무척 사회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러 나라들의 문화와 역사 이야기도 간략하고 알기 쉽게 들려주고 그 이야기들은 재미있지만, 또 무척 슬프기도 하였다. 오래 생각해 볼 이야기들과 표현도 무척 많다.
또 시간을 들여 열린 마음으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모습들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저자가 정말이지 너무나 멋지게 생각되었다.
 
책 속 그들도 꼭 내 친구들 같아서 그리워졌다.
결국 비자를 받지 못하고 추방된 우에키가 이후 어떻게 되었을지, 가족들에게 돌아가 행복할지... 그리고 약간 허무맹랑하지만 명랑쾌할한 윌리와 맹인이면서도 야구를 좋아하는 수단청년 마후디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들 모두들 하나같이 완벽하지만은 않다. 거리에서 만나는 두렵고 멋있는 외국인들이 사실은 그들도 이 책 속 저자가 만난 외국인들처럼 조금은 부족하거나 특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음부터 거리에서 외국인을 보면 조금은 더 주의깊게 쳐다볼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나는 용기가 좀 부족하지만 저자처럼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특이하고 재밌고 정말이지 버라이어티한 경험을 많이 한 멋진 작가를 한 명 더 알게 되서 좋았고, 평소 잘 알지 못하는 제3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접하게 되어 좋았다.
또 얼마전 일본인의 특징을 유쾌한 조크로 풀어낸 책을 읽었는데 그 책 속에서 보았던 외국인이 생각하는 일본인의 특징들을 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서 특히 더 재밌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뜨거운 미술 차가운 미술
이일수 지음 / 인디북(인디아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지도 않게 골랐던 책이 생각보다 더 재미있을 때 왠지 들뜨고 기쁜 기분을 느꺼본 적이 있는가?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들이 쉽게 미술과 친해지고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사실 그림을 잘 아는 어른보다 모르는 나같은 어른들이 더 많기 때문에 어른들이 보기에도 무척 쉽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특히 각 장이 짧게 요점만 간단히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 점이 참 좋았다. 지루하지도 않고 생활의 예를 함께 들어 이해가 쏙쏙 되었다고나 할까. 또 미술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조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알았지만, 미처 구경하는 순서나 벽지의 색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새롭게 미술관 감상법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또 도록 (p.78) 이라는 새로운 단어도 배우고 도록이나 팜플릿의 중요성도 알려주는 등 전반적으로 어느 하나 빠짐없이 세심하게 이것저것 고심해 알려준 점도 좋았다.  
그리고 정말 '아는 것이 힘' 이라고 했던가. 제목도 너무나 미술에 대한 책 답게 시적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대 미술작가 중 '이중섭' 이란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빠가 전에 미술관 조명을 수리하신 적이 있어서 '이중섭 전시회' 에 아빠를 따라 가본 적이 있어서 더 공감이 되었다. 미처 몰랐던 작가의 슬픈 이야기를 읽을 땐 나도 그를 잠시나마 알았었다는 기억에 조금 눈물이 날 뻔 했다.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예술가로 기억하고 반가워 할 것 같다.
 
책 속에는 여러 그림 화법 종류의 발생 배경 (p.124) 과 동, 서양 미술을 감상하는 차이점 (p.129) 도 알려주는데, 사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마치 사진과 같이 실물과 되도록 비슷한 풍경화를 조금 좋아할 뿐, 대부분의 그림들은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도 없었는데, 바로 그 사진기술의 발달 때문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때까지 유지하던 예술의 방향성을 잃고 고심하게 되어 지금처럼 다양한 미술이 발생하게 된 것을 알게 되자 너무나 신기했다.
 
그래서 그만큼 중요한 추상화에 대한 설명은 뒤쪽에 따로 조금 페이지를 더해 설명하고 있는데 (p.153) 추상화에 영향을 준 익히 많이 들어온 유명한 세 화가 고흐, 고갱, 세잔의 그림 설명이 나온다. 그 중 나는 외로운 삶을 살다가 죽은 고흐의 그림이 가장 맘에 들었다.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그림에서 차가우면서도 따뜻하고 거친 표현이지만 부드럽고 황홀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아이러니한 아름다움이 정말 좋았다. (p.157)
 
그런데 나의 미술지식이 수년 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멈춰버려서인지, 이제는 변화되고 너무나 다양해진 현대미술이 이젠 오히려 더 어색하게 다가왔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익히 들어서 이름만은 들어본 적이 있는 미니멀 아트,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앤디 워홀의 팝 아트를 비롯하여 이름마저도 생소한 움직이는 미술 키네틱 아트, 일상의 모든 것이 이미 예술작품이라는 레디 메이드 등등 그야말로 다양한 현대 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모름지기 미술이란 종이 위에 물감으로 그려진 것이 전부라고 알고 있는 진부한 나의 세게에 함께 만지고 작동까지 시킬 수 있는 참여하는 미술도 있다는 신선한 충격을 이 책은 알려주었다.  
 
그렇게 책을 다 읽고보니 나에게도 그림을 참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한번도 미술관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친구와 함께 왠지 나도 단골미술관을 정해두고 당장 미술관에 가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돌아오는 휴일, 날씨가 좋으면 친구와 함께 미술관 나들이나 떠나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직 나이 서른도 채 안 됐는데 짙은 머리칼이 한 가닥도 남아 있지 않은 백발이다. 이런 이상한 젊은이가 또 어디 있겠는가? - p.11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스스로 밝힌대로 아직 젊은 '나' 는 이상하게도 머리가 백발이다. 게다가 그의 아내 또한 오른쪽 허벅지 위쪽에 무시무시하게 커다란 흉터가 있다. 이 이상한 부부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밝히고자 이 책을 펴냈다고 책 속 화자인 '나' 는 말한다. 말하자면 책 속의 책, 읽는 독자로 하여금 책 속 주인공이 실제인물의 실제경험담인 것처럼 느끼게 하여 좀 더 현실감있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하나의 장치인 셈이다. 그래서 책 속 주인공인 그는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 작중 화자가 '나' 라는 점도 읽는 독자가 그의 이야기에 좀 더 빠져들게 도와준다.
 
'나' 가 이야기하는 과거의 끔찍하고 괴이한 이야기는 두 달쯤의 사이를 두고 일어난 두 건의 살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첫번째 살해된 사람은 바로 그녀가 사랑하던 연인 하쓰요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따분한 사무원의 일상을 4년간 보내던 그 앞에 나타난 그의 완벽한 이상형의 그녀 기자키 하쓰요가 '나' 와 사귄지 9개월째의 어느 날 밤, 완벽한 밀실이었던 자신의 방에서 살해당한 것이다. 그녀의 출생에 대한 여러 비밀은 이후 주인공 '나' 가 겪게 될 끔찍한 모험들과 관계가 있다. 그녀의 기억 속에 아득하게 자신의 고향이라고 생각되는 '마치 소가 누운듯한 모양의 육지가 보이던 섬' 이 바로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장소였던 것이다. 그녀는 사실 친부모는 누군지 모르고 선착장에 버려진 그녀를 데려와 지금까지 길러준 양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죽기 직전, 그녀는 친부모와 연결되는 단 하나의 소중한 물건인 족보를 '나' 에게 결혼예물로 건내주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난데없이 새로운 구혼자가 나타나는데 그는 다름아닌 '나' 의 친구 (라기보다는 '나' 를 짝사랑한다고 하던) 모로토 미치오였다. 평소 남자, 특히 '나' 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던 그가 여자, 그것도 '나' 의 약혼녀에게 청혼을 하자 '나' 는 이것을 자신에 대한 소유욕과 질투에서 일어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녀가 죽기 직전 그녀 곁을 배회하던 80세 정도 되는 등이 굽은 괴노인의 정체도 매우 의심스럽다.
 
"마술에는 수가 있어. 구경꾼들에게는 전혀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이 마술사에게는 아무 문제가 안 되는거야. 이번 사건이 곧 밀폐된 마술 상자야. 실제로 보지 않고는 모르지만, 경찰은 소중한 마술의 수를 빼놓은 거야. 그 수가 바로 눈 앞에 있어도  생각의 방향이 고정되어 버리면 전혀 알아 내지 못하는 법이야. 마술의 수 같은 것은 대개 구경꾼 앞에 드러나 있는 법이야. 그것은 말이야, 아마 출입구라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는 곳일 거야. 그러나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면 매우 큰 출입구야. (중략) 마술의 수는 언제나 시시한 것이니까."  - p.58
 
두번째로 살해당한 친구 미야마기 고키치의 말이다. 미야마기 고키치는 연인의 죽음 후, '나' 가 독자적으로 살인범을 잡고자 사건해결을 의뢰했던 아마추어 탐정이다. 그는 어느 정도 사건을 푼 듯 했으나 미처 그 비밀을 이야기해주기 전에 '나' 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당하고 안그래도 의심스러웠던 모로토를 사건현장에서 본 '나' 는 자신의 연인과 친구인 탐정의 살해범으로 모로토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의외로 사건의 비밀은 모로토에 의해 정말이지 죽은 탐정 미야마기의 말처럼 너무나도 손쉽게 풀리게 되고 후에 주인공인 나(미노우라)와 모로토는 함께 끔찍한 모험을 겪고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신(神)과 불(佛)이 만난다면 / 동남방 귀신을 때려 부수고 / 아미타(阿彌陀)의 공덕을 찾을 것이다. / 6도(六道) 네거리에 혼동되지 말라. - p.134~5
 
연인이 남겨주었던 족보에서 발견한 바로 이 묘한 암호문이 바로 연인과 친구의 이상한 죽음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추리' 의 단계에서 '보물' 을 찾는 모험의 시작을 알란다.
추리와 모험, 이 둘의 결합이 이 책의 큰 줄기이고 재미이다. 비록 그 모험이 매우 끔찍한 모험이긴 하지만...
 
'보물찾기' 결국 이것이었다. 두 건의 살인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게다가 그 후에 알게 될 사실들은 더 끔찍스럽다. 추악한 외모로 세상을 인간을 저주하는 그 사악하고 비뚤어진 마음,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 잔악한 살인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고, 아무런 죄의식도 없고, 더 나아가서는 반윤리적인 '불구자 제조' 라는 끔찍한 범죄까지 저지르고... 정말이지 끊임없이 그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에 계속 놀랐다.
일전에 '황새' 라는 소설을 읽고 인간의 잔인성에 치를 떨었는데 이 책의 살인귀도 그에 못지 않다. 정말이지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와닿는다. 외딴섬 악마, 그건 바로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이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마지막에 작가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데, 나는 그 글의 내용을 반쯤은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내가 이해한게 맞다면 그는 그가 가진 문학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비평가들에겐 외면당한 비극적 작가라는 것이다. 그의 작가로서의 자질은 망상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가 추구하던 작품의 세계와 실제로 그가 써낸 작품의 세계는 많이 달랐다. 대중의 성원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던 작품과는 다른 작품들을 출간하게 된 그는 스스로도 그런 상황에 절망하고 비관했다. 그런 상황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새로운 성격의 작품들도 발표한다. 그렇게 자칮 잊혀질 뻔한 그의 문학적 천재성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저자에 대한 엮은이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서 설명된 그의 작품들은 꽤 많았는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번역된 작품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 다행히도 최근 그의 작품들이 여러편 번역되고 있다. 장르문학 출판사의 대표인 황금가지에서도 몇권 출간되었고 도서출판두드림에서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편자리 시리즈물을 번역, 출간할 계획으로 벌써 그 1편은 이미 출간이 되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더 많은 그의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진지하면서도 터프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매력적인 방랑탐정, 잭 리처를 탄생시킨 리 차일드의 책이 드디어 국내에 선을 보였다!
저자 소개를 보니 이미 10년도 전에 전 세계 40여국에 출간되어 엄청난 인기를 끈 12편의 잭 리처 시리즈의 작가라고 하는데 이제서야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되다니... 이제서야 이런 멋진 추리액션 소설을 알게 된 게 아쉽고, 또 앞으로 남은 11편에서의 잭 리처의 행보가 기대되기도 하는 멋진 책이다.
 
잭 리처는 매우 조용하고 신중한 방랑자이다. 그는 전직 군인이었고, 지금은 죽은 기타연주자인 블라인드 블라이크의 흔적을 쫓아 우연히 외진 시골마을인 마그레이브에 충동적으로 내려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그는 체포된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진 사내의 살인범으로... 그는 이 마을엔 초행이었고, 아는 사람도 없었으며, 심지어 죽은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으나 교묘한 덫에 걸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살인범으로 오해를 받아 연행되고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매우 냉철하고 풍경을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의 그런 냉철함과 영리함, 그리고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사태를 마주하는 자세가 정말이지 너무나 멋졌다. 심지어 그는 여유롭게 낭만을 즐기기도 한다.
 
적당히 지루하지 않게끔 나타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깊은 묘사와 교묘하게 얽힌 미스테리, 그리고 낭만과 화끈한 액션... 그리고 숨가쁜 와중에도 가끔 웃음을 주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이 책의 장점이자 이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게 한 원동력이다.
일주일간의 기간, 그 동안 사건을 풀어내고 자신과 사건을 수사하며 알게 된 협력자들의 목숨도 지켜야한다. 정해진 기간 동안의 숨가쁜 추적과 생각지도 못한 연이은 반전들은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뭔가 추리를 해볼라치면 한 단계 더 앞서나간다랄까. 그 미묘하게 반박자 앞서나가는 한 수가 꼭 '연애의 밀고당기기' 처럼 책에서 나를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잭이 처음엔 살해범에서 사건 수사의 핵심이 된 이유는 제일 처음 죽은 자가 7년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자신의 형으로 밝혀졌기 때문인데, 바로 가까이에 그들의 적을 두고도 냉정하게 사건을 분석하며 찬찬히 해결해 나가던 그가 안쓰러운 순간이 있었다.
 
형과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것은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뒤 아주 잠깐 동안이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냥 형으로만 보았을 뿐이었다. 그저 조라고 생각했다. 수백 명의 사람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백악관에서 안심하고 큰 문제를 맡겼고 켈스타인과 같은 똑똑하고 노련한 이에게 감명을 줄 수 있었던 정부 요원으로서의 형의 진면목은 보지 못했다. 나는 안락의자에 앉아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가진 줄도 몰랐던 무언가를 잃어버린 셈이었다. - p. 396~7
 
우리의 매력적인 주인공 잭 리처 말고도 그의 협력자로 나오는 흑인 형사과장 핀레이와 그가 좋아하게 된 여자 경찰 로스코도 매우 멋진 캐릭터들이다. 단지 주인공 잭이 방랑자이기 때문에 다시 못 볼 캐릭터라는게 아쉽다. 앞으로 출간되리라 기대하는 잭 리처 시리즈의 나머지 이야기들에서 어쩌면 한 번쯤 그들과 재회하는 씬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으론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잭의 협력자들이 나올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멋진 액션미스테리 추리소설을 만나 참 재밌고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크 재패니즘을 논하다
하야사카 다카시 지음, 남애리 옮김 / 북돋움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유쾌한 조크와 함께 때론 가차없이 일본인 스스로 일본인에 대해 해석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어느 정도는 예를들어. 집단을 중시하고, 근면성실하고, 딱딱한 샐러리맨 이미지에 시간을 잘 지키는 이미지를 가졌더는 등 익히 알고 있는 일본인의 모습도 있었고, 새롭게 알게된 재미난 사실들도 많았다.
특히 좋았던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이미지들도 유쾌한 조크로 인해 더 쉽게 이해가 되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저자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이미지마저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또한 일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서양 세계들의 민족적 유머를 함께 비교한 점도 좋았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 다른 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럴때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 이런 이미지도 있었나? 어? 이런 이미지는 역시 같은 아시아라 비슷한것 같아. 하며 즐겁게 읽었다
 
갠적으로 가장 재밌고 감탄했던 유며는 미국 항공우주궁의 승무원을 뽑는 유머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일본인의 교활함에 대한 조크였다. 정말이지 난 생각도 못한 명답이었다. (p.34~35) 
일본인의 좋은 이미지 중 하나인 첨단 기술국가에 대한 조크 중 푸른기린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p.92~93)
 
일단 나는 책을 읽기 전, 저자와 옮긴이의 이력을 꼭 먼저 읽는 습관이 있는데, 옮긴이인 남애리 씨의 이력 중 '방송작가 생활 10년을 넘긴 시점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를 읽고, 하루키가 떠난 지중해의 섬까지 갈 형편이 안 돼 아시아의 섬나라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란 글이 눈에 띄었다. 안정된 직장생활 중 갑자기 책 한권을 읽고 모든 것을 버리고 훌쩍 여행을 떠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감탄스러웠다. 나도 책을 읽고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이 생겼지만 아직까지 떠나지를 못했다. 남애리 씨처럼 나도 내 인생을 바꿀 멋진 책 한권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길 소망하며 앞으로도 책을 꾸준히 읽어야겠다는 욕심이 더 커졌다. 게다가 얼마전 우연히 보았던 미국드라마 <바이오닉 우먼 소머즈> 에서도 여주인공이 '친구들은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데 자신만 뒤쳐진거 같아요' 라면서 자신도 변화하길 바라며 <당신의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 라는 책을 언급하던 장면이 매우 인상깊었던지라 변화를 용감하게 이루어낸 남애리 씨가 참 부러웠다.
 
또 맨 앞, 저자의 말 중에는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책의 집필 목적을 밝히는 부분, "일본인은 '자신들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다른 어떤 때보다 강해졌다" 란 문구와 "'세계의 눈'으로 본 ,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조크를 가벼운 맘으로 즐겨달라" 는 문구였는데, 첫번째 문구는 이 책의 제일 첫번째 장 '집단주의' 에서도 강하게 공감할 수 있으며, 두 번째는 일본 베스트셀러라는 이 책을 일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보았던건지 정말 궁금해지게 만든 문구라 기억에 남는다.
 
갠적으로 일본 목욕, 온천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많이 기대했었는데 정말 짧게 설명되어있어 대단히 아쉬웠다. 그래도 그들이 온천을 즐기는 이유가 온천이 많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습도가 높은 곳이라 끈적거림의 불쾌한 느낌 때문에 씻고 싶은 욕구가 높아서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갠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지막 장인 새로운 일본상을 특히 흥미롭게 읽었다.
 
민족적 유머는 그 나라의 전반적 문화, 습관, 태도 등에 대해 정말 다양하게 잘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또 남이 공감하기도 쉽다. 그런 점에서 일본인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들에 대한 조크도 함께 곁들인 이 자그마한 책은 그 크기에 비해 정말 다양한 지식과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맘에 든 책이었다.
 
 
 
* 오타
p.28 밑에서 넷째줄
가만하더라도 (x)  -> 감안하더라도 (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