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좋았던 부분이 있는 곳에 작은 색종이를 꽃아두며 읽는 버릇이 있는데 최근에는 책안에 온통 색종이가 그득하고 책꽃이에 꽂아두기도 불편해서 이제는 책을 읽을 때 노트를 옆에두고 책 제목과 함께 좋았던 부분의 페이지를 적거나 그 부분의 내용과 느낌을 아주 간략히 적어둔다.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는 너무 재밌어서 내용에 몰입하다가 다시 몇 페이지 전으로 돌아가 좋았던 부분을 찾아 적기를 반복했다. 내용도 유쾌한데 그 표현력이 특히 위트가 넘쳐서 더 재밌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재밌는 표현으론 이런게 있다.
 
우리는 커다란 트렁크를 데굴데굴 굴리며 가부키초를 걸어갔다. - 119
 
사실 다른 재밌는 부분도 많고 정말 실제로 가방을 데굴데굴 굴리며 가지도 않았겠지만, 왠지 나는 두 사람은 '그럴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 키득거리며 읽었다. 왠지 눈에 선하게 간판조명과 가로등이 빛나는 식당의 밤거리를 두 사람이 가방을 뻥뻥 발로 차며 걷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안도했다. 그렇지만 이래도 되는 건가. 뉴욕 주의 이민국이 목욕탕도 없는 연립주택에 살고 있는 정체불명의 일본인의 말을 그대로 믿고 비자를 발급하다니. 대단히 걱정스럽다. 하지만 어쩌면 뉴욕 주의 이민국도 내가 최근에 1.5평에서 2평으로 출세한 것을 알고 있어, 나의 신용도가 대폭 향상된 건지도 모른다. - p.142
 
위 부분은 저자의 대학졸업과 취업을 본의아니게 도와준 콩고인친구, 동가라 씨의 미국비자 발급을 위해 도움을 주는 편지를 대사관에 보냈고 다행히 그에게 무사히 비자가 발급되었단 소식을 들었을 때 그가 생각한 말인데, 말도 안되는 그의 이런 말들이 나는 너무나 웃겼다. 게다가 이 책 속에서 그의 와세다 1.5평 작고 어지러운 집 이야기가 자꾸만 나오는데, 아마도 그 이야기가 그의 다른 책 <와세다 1.5평 청춘기> 의 배경인듯 하다. 그래서 다음에 읽을 그의 책을 <와세다 1.5평 청춘기> 로 결정했다. 그의 데뷔작이자 이 책 속 외국인들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된 첫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서>도 무척 읽고 싶긴 했지만, 괴수 이름이 무벰베라니... 세상에나... 이렇게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첨이다. 정말이지 웃기다. 물론 그답지만 말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그의 모토가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게 쓴다' 라는데 정말이지 한때 환상의 괴수에 빠져서 탐험여행을 가기 위해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우고, 무사히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더니 1년만에 그만두고는 난데없이 샤미센 연주자가 되겠다고 연습에 매진하질 않나, 아프리카 오지도 모잘라서 이라크에도 가고자 이라크어도 배우고 (결국 안간듯 하지만) 타이에 특이하게 가겠다고 한국을 거쳐 배를 타고 가질 않나. (물론 한국에 왔었다는 사실하나로 그에게 왠지 모를 친근감을 갖게 되었지만) 그의 그런 특이함과 방랑벽은 어쩌면 가족내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아버지도 그리스에 갑자기 꽂히신 경험이 있으시니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도쿄에서 만난 외국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말이지 제목처럼 하나같이 유별나고 특별한 친구들이다.
 
우선 저자는 콩고의 괴수 무벰베를 찾는 탐험을 떠나기 위해 그 곳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서 책속엔 콩고 여행이야기가 자꾸만 나오는데 그만큼 자주 나오는 몇가지 말들이 더 있다.
우리는 (그 또는 그녀 이름) 가 마치 다른 나라 사람처럼 보였다. 실제로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 p.66
나는 세상의 분위기나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을 신조로 삼는 국제인이다. - p.200
 
이 '국제인'이란 의미가 재밌는데 나중에 그는 '팔로마' 에게 스페인어를 배우며 자신의 독재와 자신이 생각하던 '국제인' 의 잘못된 의미를 깨닫는다. 또 자유롭고 독특한 삶을 살면 '새로운 자아' 가 난데없이 무조건 나타날꺼라 믿었던 생각도 고쳐먹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사고의 성장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저자의 청춘을 한 부분을 보여주는 자전적 청춘소설이기도 하고 말이다.
또 이 책은 마냥 웃기지만은 않는다. 8명, 혹은 그 이상의 그의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외국인 친구들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만큼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또 무척 사회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러 나라들의 문화와 역사 이야기도 간략하고 알기 쉽게 들려주고 그 이야기들은 재미있지만, 또 무척 슬프기도 하였다. 오래 생각해 볼 이야기들과 표현도 무척 많다.
또 시간을 들여 열린 마음으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모습들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저자가 정말이지 너무나 멋지게 생각되었다.
 
책 속 그들도 꼭 내 친구들 같아서 그리워졌다.
결국 비자를 받지 못하고 추방된 우에키가 이후 어떻게 되었을지, 가족들에게 돌아가 행복할지... 그리고 약간 허무맹랑하지만 명랑쾌할한 윌리와 맹인이면서도 야구를 좋아하는 수단청년 마후디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들 모두들 하나같이 완벽하지만은 않다. 거리에서 만나는 두렵고 멋있는 외국인들이 사실은 그들도 이 책 속 저자가 만난 외국인들처럼 조금은 부족하거나 특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음부터 거리에서 외국인을 보면 조금은 더 주의깊게 쳐다볼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나는 용기가 좀 부족하지만 저자처럼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특이하고 재밌고 정말이지 버라이어티한 경험을 많이 한 멋진 작가를 한 명 더 알게 되서 좋았고, 평소 잘 알지 못하는 제3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접하게 되어 좋았다.
또 얼마전 일본인의 특징을 유쾌한 조크로 풀어낸 책을 읽었는데 그 책 속에서 보았던 외국인이 생각하는 일본인의 특징들을 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서 특히 더 재밌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