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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진지하면서도 터프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매력적인 방랑탐정, 잭 리처를 탄생시킨 리 차일드의 책이 드디어 국내에 선을 보였다!
저자 소개를 보니 이미 10년도 전에 전 세계 40여국에 출간되어 엄청난 인기를 끈 12편의 잭 리처 시리즈의 작가라고 하는데 이제서야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되다니... 이제서야 이런 멋진 추리액션 소설을 알게 된 게 아쉽고, 또 앞으로 남은 11편에서의 잭 리처의 행보가 기대되기도 하는 멋진 책이다.
잭 리처는 매우 조용하고 신중한 방랑자이다. 그는 전직 군인이었고, 지금은 죽은 기타연주자인 블라인드 블라이크의 흔적을 쫓아 우연히 외진 시골마을인 마그레이브에 충동적으로 내려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그는 체포된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진 사내의 살인범으로... 그는 이 마을엔 초행이었고, 아는 사람도 없었으며, 심지어 죽은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으나 교묘한 덫에 걸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살인범으로 오해를 받아 연행되고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매우 냉철하고 풍경을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의 그런 냉철함과 영리함, 그리고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사태를 마주하는 자세가 정말이지 너무나 멋졌다. 심지어 그는 여유롭게 낭만을 즐기기도 한다.
적당히 지루하지 않게끔 나타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깊은 묘사와 교묘하게 얽힌 미스테리, 그리고 낭만과 화끈한 액션... 그리고 숨가쁜 와중에도 가끔 웃음을 주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이 책의 장점이자 이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게 한 원동력이다.
일주일간의 기간, 그 동안 사건을 풀어내고 자신과 사건을 수사하며 알게 된 협력자들의 목숨도 지켜야한다. 정해진 기간 동안의 숨가쁜 추적과 생각지도 못한 연이은 반전들은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뭔가 추리를 해볼라치면 한 단계 더 앞서나간다랄까. 그 미묘하게 반박자 앞서나가는 한 수가 꼭 '연애의 밀고당기기' 처럼 책에서 나를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잭이 처음엔 살해범에서 사건 수사의 핵심이 된 이유는 제일 처음 죽은 자가 7년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자신의 형으로 밝혀졌기 때문인데, 바로 가까이에 그들의 적을 두고도 냉정하게 사건을 분석하며 찬찬히 해결해 나가던 그가 안쓰러운 순간이 있었다.
형과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것은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뒤 아주 잠깐 동안이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냥 형으로만 보았을 뿐이었다. 그저 조라고 생각했다. 수백 명의 사람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백악관에서 안심하고 큰 문제를 맡겼고 켈스타인과 같은 똑똑하고 노련한 이에게 감명을 줄 수 있었던 정부 요원으로서의 형의 진면목은 보지 못했다. 나는 안락의자에 앉아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가진 줄도 몰랐던 무언가를 잃어버린 셈이었다. - p. 396~7
우리의 매력적인 주인공 잭 리처 말고도 그의 협력자로 나오는 흑인 형사과장 핀레이와 그가 좋아하게 된 여자 경찰 로스코도 매우 멋진 캐릭터들이다. 단지 주인공 잭이 방랑자이기 때문에 다시 못 볼 캐릭터라는게 아쉽다. 앞으로 출간되리라 기대하는 잭 리처 시리즈의 나머지 이야기들에서 어쩌면 한 번쯤 그들과 재회하는 씬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으론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잭의 협력자들이 나올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멋진 액션미스테리 추리소설을 만나 참 재밌고 즐거웠다.